뉴스를 보니 살만 루슈디가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에게 '철 좀 들어라'라고 쓴소리를 가했다고 나온다. 무슨 영문인가 살펴보니 총리가 최근 자신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언론인과 학자 등 여러 사람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을 꼬집은 모양이다.


그런데 해당 소송의 대상자가 무려 로베르토 사비아노와 루치아노 칸포라였다. 전자는 이탈리아의 탐사 보도 전문 언론인으로 나폴리의 범죄 조직 카모라에 대한 논픽션 <고모라>를 저술했고, 후자는 이탈리아의 고전학자 겸 역사가로 <사라진 도서관>을 저술했다.


이탈리아 범죄 조직이라면 훗날 미국으로까지 진출해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마피아가 가장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조직들이 활개친다. 시칠리아에서는 코사노스트라, 칼라브리아에서는 은드랑게타, 나폴리에서는 카모라가 대표적인 조직이다.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나폴리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카모라의 행패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으며, 훗날 본인 경험과 취재 내용을 조합해 쓴 논픽션 <고모라>를 간행해서 주목을 받았다. 급기야 카모라의 살해 위협으로 한동안 루슈디처럼 도피 생활을 했다고도 전한다.


<고모라>와 <사라진 도서관> 모두 논픽션이면서도 픽션의 요소가 적극 혼합되었다는 점이 특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범죄 조직이나 고대 도서관의 기원과 전개와 현재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두서없는 글쓰기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흐린 글쓰기라면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인데, 인터뷰의 재구성이라는 서술 기법만 놓고 보면 그보다 한 세대 앞선 미국의 작가 스터즈 터클이 더 유명하다.(지금은 모두 절판이지만!)


그렇잖아도 얼마 전 뒤적인 한창기의 과거 인터뷰에서 이 작가의 이름이 나오기에 뒤늦게야 알아보기도 했다. 지금도 헌책방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뿌리깊은나무 민중자서전" 시리즈와 스터즈 터클의 논픽션 <일>이 민중 구술사로서 유사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나저나 루슈디는 지난번에 무슬림에게 칼부림을 당했다고 하던데, 기사 속 사진에서도 안경 한쪽이 선글라스 렌즈인 것으로 미루어 그쪽 눈이 손상된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파트와도 유명무실해졌으니 이제는 안전하다고 여긴 듯하나 위험은 여전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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