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푸바오를 중국에 반환하게 되었다고 해서 떠들썩 하더니만, 당일이 되자 뉴스 중계 도중에 에버랜드를 떠나는 트럭 모습을 생중계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유튜브에 들어가 보니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기에 신기한 일이다 싶어서 한동안 틀어놓고 지켜보았다.
그나저나 푸바오 작별 생중계를 보고 있자니 곳곳에서 여자들의 통곡 소리가 들리기에 이건 또 뭔가 싶었다. 한국 최초 자연 번식 판다로 아낌 없는 사랑을 받았던 녀석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이겠지만, 뭐, 저렇게까지 울고불고할 일이 있을까 하는 의아한 생각도 들었던 거다.
그러다가 문득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일화가 생각났다. 올 초엔가 유재석이 진행하는 대담 프로 <유퀴즈 온 더 블록>에 탤런트 나문희와 김영옥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나문희가 사별한 남편을 그리며 노래를 부르자, 옆에 앉아서 듣던 김영옥이 눈물을 펑펑 흘린다.
노래를 마친 나문희가 '왜 나 대신 언니가 우느냐'고 농담을 건네자, 김영옥이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대답한다. "다 내 설움이지, 뭐. 내 설움으로..." 이 대목에서 어쩐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트로이 여자들이 전사한 파트로클로스를 위해 애곡하던 대목이 떠올랐다.
그 시작은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불화의 원인이었던 트로이 여자 브리세이스였다. 전쟁으로 남편과 형제를 잃고 적군의 노예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그나마 자신을 호의적으로 대했던 적장 파트로클로스까지 죽은 것을 보고 본인의 거센 팔자를 한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신은 내가 이 막사를 떠날 때만 해도 살았으나 돌아와 보니 죽었군요. (...) 젊은 시절 부모님에게서 나를 넘겨받아 아내로 삼았던 남자도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도시 앞에서 찔려 죽었고, 내 어머니가 낳으시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형제 셋도 역시나 죽었죠."
곧이어 다른 트로이 여자들도 뒤따라 통곡하자, 호메로스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붙인다. "그녀와 더불어 여자들도 겉으로는 죽은 자 때문에 울었지만, 실상은 저마다의 슬픔 때문에 울었으니라." 즉 고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신세를 돌아보며 한탄했다는 뜻이다.
푸바오와의 작별을 지켜보던 사람 중에는 '고작 짐승 한 마리 때문에 울고불고 난리냐' 하고 비아냥대는 경우도 있는 모양인데, 그렇게 생각할 만한 여지도 충분히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날 거기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심정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꼬물이 시절부터 지켜보고 응원했던 마음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온 아쉬움의 눈물일 수도 있지만, 태어나서 자라난 동물원을 떠나 낯선 나라로 끌려가는 동물의 모습에서 세상 모든 억압과 폭력의 현실을, 또는 내일 다시 출근해야 할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감정 이입은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생물학자들의 입장에서는 참 이해하기 힘든 그 특징이 없었다면 아마 인간도 인간다울 수 없었을 것이다. 푸바오를 보고 우는 사람을 비아냥거린 누군가에게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을 터이니.
아무리 이성적이고 침착한 사람도 갑작스러운 감정의 습격은 견디지 못한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도 아내가 죽은 당일에는 핵실험 때문에 정신이 없어 눈물도 안 났지만, 몇 년 뒤에 우연히 여성복 가게 진열장을 들여다보다가 아내가 생각나 대성통곡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푸바오가 떠나는 모습에도 덤덤했고, 평소에도 예를 들어 알라딘 고객센터 직원에게는 가차 없이 굴던 나귀님도 앞서 일본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판다 샹샹이 우연히 일본인 관광객의 말을 알아듣고 깜짝 놀라 귀를 쫑끗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보니 안쓰런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그 외에도 사람마다 구구절절한 각종 사연이 방아쇠가 되어서 눈물을 자아냈던 것일 수 있으니, 울음은 똑같아 보여도 그 사연은 제각각일 수 있겠다. 그러니 남의 눈물에 대해서도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그 방아쇠가 판다건, 레서판다건, 쿵푸판다건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