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왔더니 <피아노 조율사>라는 대만 소설 광고가 눈에 띈다. 영 생소한 작가이고, 내용 소개를 살펴보아도 딱히 호기심이 일지는 않으니 아마도 나귀님이 남은 평생 집어들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책인데, 다만 딱 하나 흥미롭게 생각되는 것은 바로 이 작품의 제목이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을 간행한 민음사에서는 예전에 <피아노 튜너>라는 비스무리한 제목의 소설을 하나 간행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아노 튜너>는 2002년에 미국의 소설가 대니얼 메이슨이 간행한 소설로,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에 민음사에서 번역되었으나 지금은 절판된 상태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피아노 조율사가 정부의 의뢰를 받아 식민지 버마의 오지에 있는 피아노를 조율하러 떠난다는 희한한 줄거리이다. 예전에 원서를 우연히 보고 관심을 가졌다가, 머지않아 번역서가 나왔기에 사다 놓았는데 지금은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영제국 시절 오지 밀림의 피아노라는 설정만 놓고 보아도 딱 식민주의니 제국주의니 하는 비판이 나오기 쉽겠지만, 예전의 기준으로 보자면 오늘날 남극 월동을 떠나는 대원들이 비디오며 DVD를 잔뜩 챙겨가는 것과도 유사한 일로 보면 어떨까 싶다. 밀림의 성자로 유명한 슈바이처도 밀림에 피아노는 가져갔지만 엑스레이 장비는 마다했다는 이유로 두고두고 욕을 먹는데, 그것도 맥락을 알면 딱히 욕먹을 일도 아니다.


피아노 조율사는 예전부터 업무는 쉽고 보수는 많은 개꿀 직업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아파트 주거가 일반화되기 이전, 즉 대가족이 단독주택에 살면서 마루에 피아노를 놓아두던 수십 년 전의 이야기인 듯하다. 지금 다시 검색해 보니 전자 악기가 등장하면서 피아노 조율사에 대한 수요도 많이 줄어들어서 그 자체로는 돈을 많이 못 버는 모양이라 하니, 이것도 결국 한철 유행이었던 건가 싶다. 


버마/미얀마에 대해서는 아웅산 수지 때문에 한때 관심이 높아지다가 로힝야족 관련 논란으로 실망했다는 여론이 많아지더니, 이후 시민 봉기와 군사 독재의 재점화 등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나 싶었지만 지금은 또다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는 한국 업체가 미얀마에 건설하는 리조트인지 뭔지를 홍보하는 광고도 뜨고 하던데, 이제는 예전처럼 군부 독재 상태로 그냥저냥 흘러가는 건가 싶다.


미얀마의 역사에 대해서는 몇 년 전에 우연히 알라딘 중고샵에서 구입한 딴민우의 저서 두 권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역사 교과서까지는 아니고 개인적인 회고와 의견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어중간한 역사 에세이였지만, 중간에 여기저기 펼쳐 읽다 보니 수십 페이지가 후다닥 넘어갈 만큼 의외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저자가 옛날 UN 사무총장이었던 (그래서 나귀님도 이름만 아는) 우탄트의 손자라는 점도 꽤 흥미로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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