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이 세월호 10주년을 맞이해 <한겨례신문>에 기고한 "참사 10년... 세월호는 지금도 기울어져 있다"를 읽었다. 육이오 때 어머니가 갓난아기인 자기를 업고 포대기를 꼭꼭 묶어서 피난길에 헤어지지 않았던 것을 상기하며, 이와 비슷하게 화물을 제대로 묶지 않은 것이 세월호 참사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임을 상기시킨다.
나아가 세월호 사건 이후 10년이 흐르면서 사회가 이 비극에서 교훈을 얻는 대신에 외면하는 편을 택했으며, 그로 인해 이윤 앞에 생명을 희생시키는 비극이 반복해서 일어났다고 비판한다. 최소한의 안전 장치인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유예와 대책 미비도 세월호 참사처럼 이윤 중시, 생명 하대 풍조의 연장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이태원 참사의 성격이라든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라든지 하는 부분에 대한 의견이 그러했다. 하지만 그간 산업 재해처럼 무의미한 인명 손실을 개탄하며 한국 사회를 비판했던 김훈이니만큼 세월호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보다도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보수며 여혐이라고 비판받는 김훈이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에 대해서 가장 꾸준히 목소리를 낸 사람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아이러니이다. 더 이상은 세월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던 문재인 정권 말기에 들어서도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이 김훈이었다.
이번 글에서 한 가지 눈에 밟힌 부분은 말미의 주석이다. 모두 세 개가 등장하는데, 나머지 두 가지가 일반적 정보를 담고 있는 반면, "이날 이후로 이준석의 팬티는 내가 살아온 시대의 암울한 표상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다"라는 문장에 달린 첫 번째 주석은 뜬금없이 "이 팬티는 가끔 내 꿈에 나타난다"는 토로만을 담았다.
굳이 팬티까지는 아니더라도 저 비극적인 날에 저 선장의 수수께끼 같은 행동은 여전히 크나큰 의문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무기징역이 선고되어 복역 중이라지만 정작 그날 선장이 왜 저런 옷차림이었는지,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멀쩡하던 선박의 급변침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는 상태다.
정권이 바뀌면 뭐가 달라질 줄 알았더니, 정권이 한 번 더 바뀌고도 딱히 달라진 것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파악보다 추모부터 서둘러 하고 넘어갔으니 이제는 모두들 잊어버리려는 것이려나. 개인적으로는 아직 세월호 관련 추모 행위에 동참한 적이 없다. 김훈의 인식과 유사하게 내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건이므로...
[*] 딱 10년 전에 썼던 글에서 말했듯이, 김훈이 세월호에 대해서 각별히 관심을 가진 까닭은 우선 그가 좋아했던 진도 근방에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아울러 그가 감명깊게 본 진도 씻김굿에서 제시하는 추모의 과정과는 영 동떨어진 방면으로 전개된 사건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원형의 섬 진도>라는 책에서 그의 인식의 토대를 엿볼 수 있을 듯한데, 이것 (정확히는 책이 아니라 출판사가) 역시 반세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절판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