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나크>를 찾겠다고 오랜만에 문고판 놓아둔 책장에 들어가 이것저것 뒤지다 보니, 기대했던 책은 못 찾고 엉뚱하게 옛날 문고판 사이에서 월간중앙 별책부록만 여러 권 찾아냈다. 지금은 없어진 홍제동 대양서점에서 예전에 우연히 들렀다가 누군가가 모아 놓은 별책부록만 저렇게 한 묶음 나와 있기에 일괄 만 원인가 주고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1973년 5월호 부록이어서 딱 반세기 전에 나온 책인 <투명한 물체들>은 예전에 안양에 있는 서점에서 인터넷으로 제법 가격을 쳐주고 구입했던 것인데, 불과 수년 만에 다른 헌책방에서 헐값에 구하게 되어 약간은 허무 개그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도 같다. 아껴두느라고 아직까지 읽어보지 않은 책인데 이번 기회에 읽어보려고 도로 꺼내 놓았다. 번역자인 석경징 선생은 과거 박영문고로 간행되었던 <어둠 속의 웃음소리>를 옮기기도 했었고, 일설에는 서울대 재직 시절 대학원 수업에서 톨킨의 <호빗>을 강독하여 결국 그 제자 3인이 <반지전쟁>을 번역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도 전한다. 구글링해 보니 2017년에 타계하신 모양인데, 피천득의 수제자이기도 했고 타계 직전까지 <율리시스> 번역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이래저래 흥미롭다. 최근 나보코프 책이 이것저것 출간되다 못해 단편 전집이며 강의 모음까지 나오고 있으니, 어쩌면 <투명한 물체들>도 조만간 다시 한 번 간행되지 않을까 싶은데, 또 가만 생각해 보니 나보코프의 인기란 것이 살짝 한 풀 꺾인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나보코프 좋아하는 독자들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나저나 <라나크>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