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알라딘 메인에서 얼핏 광고를 보고 아멜리 노통브 (내가 처음 읽었을 때에는 그냥 "노통"이었는데 지금은 "노통브"다. 다음에는 "노통브로"나 "노통브라더" 쯤으로 또 바뀌려나...) 신작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시 살펴보니 최근 나온 영화 스틸을 표지에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어리숙한 나귀님이 속았던 모양이다.
SF인지 판타지인지 하는 모양이어서 원작자의 다른 작품이 있나 클릭해 보니, 예전에 뿔에서 나왔다가 절판된 <라나크>의 저자였다. 이거... 출판사가 없어지면서 쏟아져 나온 악성 재고 가운데 하나가 되어 알라딘 중고샵에서 권당 천 원씩에도 팔았던 책인데, 지금도 몇 권 눈에 띄기는 하지만 완질은 구하기 어려운 듯하다.
분명히 그때 네 권 모두 사다 놓았던 것 같아서 책장을 뒤졌는데 결국 못 찾고 말았다. 판형이 일반적인 것보다는 살짝 작았다고 기억해서 문고판 넣어둔 책장을 먼저 살펴보았는데, 아예 다른 책더미를 또 파헤쳐야나 싶기도 하다. 생각난 김에 한 번 읽어볼까 싶었는데, 이렇게 또 차일피일 하다가 또 못 읽고 넘어가는 건가...
그나저나 <가여운 것들>이라는 소설 제목을 보니 얼마 전에 읽은 패트릭 화이트의 단편집 <불타버린 사람들>이 생각난다. 원제인 The Burnt Ones 는 보통 "불쌍한 사람들"(poor unfortunates)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관용어의 직역이라고 하니 말이다. 번역은 후졌지만 꽤 오랜만에 읽은 잔재주 없이 묵직한 단편 소설들이었다.
저 표현은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마녀의 노래 "불쌍한 영혼들"(Poor Unfortunate Souls)로 아마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더빙판에서는 연극 배우 박정자가 불렀는데, 애초에 <인어공주> 캐스팅이 들어오자 나도 공주 한 번 하는구나 싶어 좋아하다가 "엄마는 마녀겠지!" 하며 딸에게 팩폭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었던 듯...
패트릭 화이트는 얼마 전에 <전차를 모는 기수들>을 구입하면서 덩달아 단편집까지 구입한 참이었다. <인간의 나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대략 30년쯤 전의 일인데, 아직 책장에서 내가 가진 유일무이한 (아마도) 호주 소설로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었으니 다시 꺼내서 연이어 읽어보고 정리하든지 해야 되겠다.
[*] 그런데 솔직히 아멜리 노통브랑 생긴 게 비슷하지 않은가?
[**]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패트릭 화이트의 작품을 더 많이 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