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제 알라딘에 들어와서 본 신기한 것들 가운데 최고는 끝도 없이 검색창에 뜨는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집 광고였다.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누군가의 말마따나 실제로 받을 거라고 믿은 사람은 드물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유력한 후보인 듯 언론에서 설레발을 치더니만 결국 수상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알라딘 검색창의 광고 문구는 "패스트 라이브즈 미 아카데미 각본상 불발"로 나오고 있으니, 나귀님 입장에서는 이걸 보고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잘 모르겠다. 혹시 "각본상 수상"으로 예정했다가 "수상"을 못했으니 다른 단어로 바꾼답시고 굳이 "불발"로 적은 걸까?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노골적이다 보니 썩 보기 좋지는 않다.
굳이 따져 보자면 수상 대신 탈락, 또는 불발이 주제가 된 알라딘 이벤트는 이전에도 간혹 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수지의 경우에는 무슨 해외 아동 문학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고 해서 알라딘에서 거창하게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축하 이벤트 페이지까지 만들었는데, 결국 수상에 실패하면서 축하라기보다는 위로 이벤트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경우에는 굳이 "각본상 불발"이라고 너무 빨리 결과까지 반영하기보다는 차라리 "각본상 후보작" 정도로 적어 놓았다면 무난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첫 작품으로 아카데미 후보에까지 올랐다는 점은 어쨌거나 자랑할 만한 일일 것이니 말이다. 굳이 삐딱하게 보자면 수상 실패를 들먹이며 "멕이는" 건가 하는 느낌도 있으니까.
희곡 좋아해서 예전부터 이것저것 사 모으던 나귀님이라서 최근 이런저런 시나리오가 활자화되는 것은 반가울 법도 한데, 대부분 화제작이나 흥행작 위주라서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은 영 아쉽다. 예전 무슨 영화 잡지에서 <7인의 사무라이> 시나리오를 전재하는 등 번역 작품도 일부나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보기는 어려우려나.
김수현 극본집은 예전 단권짜리를 갖고 있었는데 최근 십여 권짜리 전집이 나온 모양이니, 기회가 되면 한 번 훑어보아야겠다.(그런데 <작별>이 빠졌네!) 여하간 최근 이런저런 각본집 출간 현상은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방송 작가 지망생이 많아진 영향인지도 모르겠지만, 반짝 인기라고 치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