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알라딘 들어와 기웃기웃하다 보니 신기한 게 몇 가지 있어서 끄적끄적해 본다. 검색창 광고에 "엄인호"라는 이름이 뜨기에 이건 또 뭔가, 왜 엄레논인가, 무슨 음반이라도 새로 만드나 궁금해서 클릭해 보니 RECORD OF A LEGEND라는 음악가 전기 시리즈의 북펀드 광고로 연결된다. 


"전설을 노래한 가수들을 기록하다"라는 광고 문구에 나온 것처럼 저명한 가수들의 자서전을 만든다는 취지인 모양인데, 샘플 페이지에 나온 형식을 보면 아마도 대담의 녹취록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긴 자서전 집필보다는 그쪽이 훨씬 더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그 시리즈의 첫 타자가 신촌블루스의 엄인호라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갔는데, 두 번째가 안치환인 것을 보니 문득 이 사람은 아직 좀 이르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예전에 무슨 논란이 있었던 듯한 기억이 나서 구글링해 보니 무려 마이클 잭슨과 관련된 논란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지난 대선에서 김건희 논란이 부각되니까 대뜸 안치환이 풍자성 노래를 만들어 발표했는데, 그 제목이 하필이면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부르고 말았던 거다. 잭슨이 생전에 성형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음을 기억해 보면 당연히 크나큰 모독이다.


물론 정치 풍자도 할 수 있고, 대선 후보 마누라라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으며, 결국 영부인씩이나 하는 오늘날까지도 이것저것 설쳐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김건희야말로 욕을 먹어 싼 사람이기는 한데, 그래도 왜 상관 없는 마이클 잭슨은 들먹여서 논란을 자초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설마 양키고홈 구호를 외치던 쌍팔년도 운동권의 사고방식으로 대중 가수, 특히 미 제국주의자들의 음악가 따위는 무시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싸이와 BTS를 비롯한 이른바 케이팝이 전세계를 호령하는 지금에 와서는 더더욱 부적절하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니었을까.


그러다 보니 알라딘의 북펀드에서는 영 이상한 그림이 나오고 말았다. 문제의 북펀드 광고 문구가 다음과 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흔히 외국에는 대통령이나 정재계 인사들뿐만이 아니라 마이클 잭슨, 마돈나,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의 유명한 대중 아티스트의 자전적 도서가 많이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외모를 들먹여 고인 모독을 가했던 안치환의 자서전 북펀드 광고에서 대놓고 마이클 잭슨을 맨 앞에 내세운다? 이건 누가 봐도 좀 아니다 싶다. 이른바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사진"의 가장 최근 사례인 손흥민과 이강인의 화해 사진보다도 훨씬 더 어색해 보이는 조합처럼 보인다.


민중 가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 여러 가지 속성 가운데 오만이 거론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는 그 대표쯤 되는 사람에게서 그런 기미가 엿보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포장마차"나 "영삼이의 일기"처럼 풍자와 해학이 두드러지던 민중 가요를 기억하는 내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울러 한 마디 덧붙이자면, 마이클 잭슨 자서전은 미국에서도 출간 당시에 딱히 좋은 평판을 얻지는 못했었고, 타계 직후 우리나라에 간행되었던 초판본도 80년대 일어 중역본을 베낀 것이어서 상태가 완전 개판이었다. 따라서 이 북펀드의 광고 문구는 이래저래 부적절했다고 봐야 할 것만 같다.


해외 연예인의 자서전도 대부분 대필 작가가 써주는 것이어서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을 축소하는 일종의 변명 같다는 비판이 흔히 따르며, 좀 더 객관적인 평가는 훗날의 결정판 전기에서나 가능하다. 같은 맥락에서 엄인호와 안치환의 자서전도 훗날의 평가를 위한 일종의 기초 작업인 셈이다.


조만간 나올 안치환의 자서전에 마이클 잭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시가 들어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다만 더 나중에 안치환의 전기가 나온다면 십중팔구 해당 논란에 대해서 다루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점, 아울러 그 오만에 대해 결코 좋은 평가가 나올 리 없으리라는 점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 말 나온 김에 마이클 잭슨 관련 수집품 사진 하나 투척. 쌍팔년도에 명보극장에서 개봉한 <문워커> 보러 갔다가 얻은 증정용 카세트테이프이다. <배드>의 수록곡으로 영화에서도 나왔던 BAD, SPEED DEMON, SMOOTH CRIMINAL, MAN IN THE MIRROR까지 모두 4곡이 들어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내가 왜 이걸 봤을까 후회막심했고, 이 테이프도 어디 굴러다니는지 모를 정도로 함부로 방치했었는데, 마이클 잭슨의 사후에 생각이 나서 꺼내 보니 세월도 제법 흘렀겠다 이제는 골동품 취급을 받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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