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에 <신을 죽인 여자들>이라는 소설이 있기에 뭔가 궁금해 들여다보니, "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작품이라고 나온다. 무려 보르헤스 다음가는 아르헨티나 작가라는데 어째서 나는 영 모르고 있었던가 자책하는 마음에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하다 보니, 묘하게도 위의 선전 문구에서는 어째서인지 빠져 버린 또 다른 작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작가는 바로 기이하고 환상적인 단편 소설로 유명한 훌리오 코르타사르이다. 비록 생애의 후반기를 유럽에서 보냈고, 나중에는 프랑스 국적까지 정식으로 취득했다는 점에서 (예를 들어 가오싱젠처럼) 프랑스 작가라고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스페인어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보르헤스, 마르케스, 요사 같은 남아메리카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음을 감안하면 아르헨티나 작가로 분류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다.


실제로 피녜이로의 책을 소개한 맨부커상 홈페이지에도 "보르헤스와 코르타사르에 이어 세 번째로 가장 많이 번역된 아르헨티나 작가"(the third most translated Argentinean author, after Borges and Cortázar)라고 단언했을 정도이니, 정작 번역본 소개글에서 그 이름만 쏙 빼놓은 것이 무슨 이유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홍보를 위해서라면 코르타사르 정도의 유명 작가에게 2위를 빼앗겼어도 딱히 나쁠 것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신을 죽인 여자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그 어마어마한 리뷰 개수다. 오늘 기준으로 판매지수는 3,500대인데 리뷰는 70개가 넘기 때문이다. 2023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는 <세이노의 가르침>만 해도 판매지수는 673,000대로 어마어마하지만 리뷰는 35개에 불과해서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피녜이로가 누군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이런 부조리한 현상만큼은 확실히 보르헤스나 코르타사르의 소설에 버금갈 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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