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의 도서관>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무려 앤드류 랭이 저자라기에 깜짝 놀랐다. 요정 이야기 편저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도서 수집과 서지학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까지는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판사가 출판사이다 보니 아무래도 불안해서 미리보기에 나온 부분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만 몇 가지 골라 원문(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있다)과 비교해 보니 두꺼운 책도 아닌데 예상대로 오역이 없지 않았다. 책 고르는 눈썰미만 보면 참 나귀님 취향인데, 도대체 멀쩡하게 나오는 책이 없는 지경이니, 그래서 정말 더 꼴보기 싫은 것도 없지 않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지...


(그런데 알라딘 미리보기는 너무 흐려서 결국 Yes24 미리보기로 가서 봤다. 모바일 버전 기준으로 최적화된 해상도인지, PC에서 확대하면 글자가 다 깨지는 알라딘과 달리 Yes24는 PC에서도 미리보기가 큼직큼직하게 잘만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알라딘처럼 하면 PC 버전에 올려놓은 미리보기는 사실 무용지물이니, 굳이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 유지하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거다. 결론은 Yes24가 잘한다기보다는 알라딘이 멍청하다는 뜻) 



20쪽, 5행,


스콧이 어린 시절 사들인 브로드시트판의 이야기시와 스크랩북 등의 수집품들은 시인과 마법사, 연금술사와 이야기꾼의 작품으로서 풍성한 스콧도서관의 중심이 되었다.


==> 어린 시절 사들인 발라드 브로드시트와 스크랩북을 중핵으로 삼아 구축된 스콧의 장서에는 시인과 마법사, 연금술사와 야담 작가의 작품이 풍부했다.


* 여기서의 library는 "도서관"이 아니라 "(개인) 장서"를 말한다고 봐야 맞겠다. anecdotists는 "이야기꾼"이라기보다는 오브리의 <약전>처럼 짧은 야담/일화 선집을 저술한 "야담 작가"를 가리킨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20쪽, 8행,


연극 속 인물들이 등장하는 채색 동화책을 좋아하는 어린아이다운 취향으로부터 두스, 멀론, 쿠쟁의 작품을 수집한 희곡 장서가 탄생하기도 한다.


==> 극중 인물들을 묘사한 채색 판화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다운 취향으로부터 두스, 멀론, 쿠쟁의 수집품 같은 무대 예술 컬렉션(수집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 "두스, 멀론, 쿠쟁"은 작가가 아니라 수집가이다. 즉 두스와 멀론은 현재 옥스퍼드 보들리 도서관에 소장된 무대 예술 컬렉션의 원래 소장자이다.("두스"가 아니라 "다우스"가 정확한 발음 같다. 쿠쟁[커즌?]은 누군지 나귀님도 모르겠다). 쉽게 말해서 어린 시절 아이돌 포토카드 수집하던 취미가 발전해서 훗날 방대한 예술 관련 장서 수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28쪽, 4행,


많은 초보 수집가는 1635년판 <카이사르>에 큰돈을 치르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은 쪽 매김에 실수가 '없는' 판본이므로 큰돈을 낼 가치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 엘제비어판 <카이사르 저작집> 1635년 초판본은 명품으로 칭송되지만 쪽수 가운데 일부가 잘못 매겨져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같은 엘제비어판이라도 쪽수가 제대로 수정된 책, 즉 저자의 말마따나 "쪽 매김에 실수가 없는 판본"은 초판(1쇄)본이 아니라 재판(2쇄)본이므로 내용은 오히려 좋아졌어도 가치는 거꾸로 떨어지게 된다. 즉 본문에서 언급된 "초보 수집가"는 재판본을 초판본으로 착각하고 비싸게 구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후 사정을 좀 더 정확히 설명해 주었어야 독자도 이해할 만하지 않을까.



28쪽, 9행 & 13행,


책 수집은 다른 스포츠 분야와 비슷하다. (...) 나는 종종 책 수집의 즐거움과 스포츠의 즐거움이 서로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책 수집은 "책 사냥"이라 불리기도 하며


==> 책 수집은 다른 수렵 분야와 비슷하다. (...) 나는 종종 책 수집의 즐거움과 수렵의 즐거움이 서로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책 수집은 "책 사냥"이라 불리기도 하며


* 원문은 sport 인데 전체적인 맥락을 감안하면 "sport = hunting"이므로 "스포츠"가 아니라 "사냥; 포획; 수렵"의 뜻인데, hunt를 이미 "사냥"으로 썼으니 "수렵"으로 바꿔 표기해서 구분하는 게 나을 듯하다. 예를 들어 투르게네프의 유명한 연작 단편집 <사냥꾼의 수기>의 영어 제목은  A Sportsman's Sketches 이라는 것도 그 근거로 삼을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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