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에 관한 책을 하나 미리보기 하면서 이런저런 오류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아는 체 하고 났더니, 알라딘에서 비슷한 책 몇 권을 추천하는데 이번에는 <고쳐쓰기>란 것도 있다. 역시나 미리보기로 뒤적뒤적 하다 보니 루드비히 베멜만스의 그림책 <마들린느>의 내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살짝 알쏭달쏭한 구절이 등장한다. 바로 "포도나무로 뒤덮인 파리의 오래 된 기숙사"라는 구절이다. 보통 포도나 아이비나 담쟁이 같은 식물을 vine이라고 지칭하기 때문에 생긴 오류가 아닐까 싶은데, 원문을 살펴보니 역시나 vine이고 시공주니어의 번역서에서는 모두 "덩굴"로 옮겼다. 물론 담쟁이도 포도과 식물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수원도 아니고 "포도나무"는 좀 그렇지 않나 싶다. 책을 더 좋게 만들자는 "고쳐쓰기"의 장점과 방법을 설파하는 책 치고는 살짝 체면이 구겨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차저차 해서 핑곗김에 "마들린느" 시리즈 가운데 현재 갖고 있는 네 권을 꺼내 오랜만에 완독했다. 가장 덩치가 작으면서도 가장 까불어 대는 마들린느의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수녀 선생님의 다급한 걸음을 묘사한 장면이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서둘러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뛰어가지만, 잔뜩 기울어진 상체에 비해서 하체는 긴 치마에 덮여 있기 때문인지 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제자리에만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악몽에서 도망치고 싶은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던 경우를 그림으로 묘사하자면 대략 이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마들린느와 개구장이>에 나오는 장난의 수위는 요즘 기준으로는 꽤나 높은 것 같아서 살짝 놀라기도 했다. 물론 마들린느도 평소 장난만 놓고 보면 요즘 기준으로는 딱 개초딩이라 그 부모 집에 포스트잇깨나 붙을 것 같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