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편집에 관한 책이 새로 나온 것 같아서 뒤적뒤적 해 보려는데 어째서인지 미리보기 버튼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워낙 컴퓨터가 깜박깜박하는 바람에 (방금 전도 자판이 먹히지 않아서 껐다가 다시 켰다) 그런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본문을 볼 수 없으니 밑에 나온 카드 리뷰인가 뭔가를 눌러보니 (이거 평소에 절대 안 눌러보고 건너뛴다. 동영상도 마찬가지고. 사실 책/글자에 익숙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한 가지 오류가 눈에 띈다.


바로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출간 비화를 설명한답시고 출판사 이름 Faber and Faber 를 (아마도 영국식 발음이라 넘겨짚은 듯) "파버앤드파버"라고 적은 것인데, 이건 "페이버앤드페이버"가 맞다. 설립자의 손자인 토비 "페이버"가 나온 유튜브 동영상에서도 "페이버앤드페이버"라고 확인사살을 했으니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하랴. 미국의 "크노프"(Knopf) 출판사와 함께 헛갈리는 출판사 이름의 양대산맥이었는데, 인터넷 덕분에 이젠 속이 다 후련하다.


카드 리뷰에 들어 있는 내용을 알라딘에서 지어낼 리는 없을 터이니, 십중팔구 책 안에도 "파버앤드파버"로 적혀 있을 터인데, 비록 사소한 오류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편집" 씩이나 다룬다는 책이다 보니 살짝 민망함을 느낄 만하지 않나 싶다. 이것 말고도 눈에 걸리는 대목은 몇 가지가 더 있었는데, (십중팔구 출판사가 작성했을 법한) 책소개 내용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묘비명에 friend 대신 frend 라는 "오탈자"가 적혀 있다고 지적한 대목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frend는 friend의 고어(중세 영어)이지 오탈자가 아니다. 이건 마치 훈민정음 서문에 나온 "어린"을 "어리석은"의 오탈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궁금해서 원서를 구글링해 보니 오탈자가 아니라 철자의 변천에 관한 대목에서 언급되는 모양이다. 물론 책에서는 "오탈자로 보이는데 ... 사실은 중세 영어다"라고 제대로 설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소개(보도자료)에서 대놓고 "오탈자"라고 단언한 것은 과도해 보인다.(이거야말로 박제감이 아닌가).


그나저나 여기까지 쓰고 다시 살펴보니 무슨 영문에서인지 이제는 미리보기 버튼이 나오기에 클릭해 보니, 약간 의아한 대목을 또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진지함의 중요성>을 실수로 무려 2만 부나 찍어 본 경험도 있다"(17쪽)는 구절인데, 원문을 살펴보니 2천 부를 찍어야 할 책을 실수로 2만 부 찍었다는 게 아니라, 제목에서 "진지함"에 해당하는 단어를 고어인 Earnest 대신 현대어인 Ernest 로 오타를 낸 채 2만 부나 인쇄했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번역에서도 차라리 "실수로" 대신 "제목에 오타가 난 채로" 정도로 수정해 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은 오스카 와일드의 성 Wilde 도 종종 Wild로 오타가 발생하기 쉬운데, 테리 이글턴의 <반대자의 초상> 표지에 딱 그렇게 잘못 쓴 철자가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적하자면 저자 서문에 나온 "가동 활자"는 아마 그냥 "활자"라고 써야 맞을 것이다. "활자" 그 자체가 moveable type, 즉 조판과 해체가 가능한 자유로운 개별 타이프(자)라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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