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3 - 루프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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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1을 읽었을때 그 음습하고 싸늘한 공포가 내게 제대로 먹혔다. 감탄했었다. 유혈이 낭자한 소설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무섭게 끌릴 수 있구나. 괜찮은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리즈로 나온다면 계속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뒤이어 나온 링2는 사실 조금 실망이었다. 뭔가 스케일은 커지긴했으나 1편에서는 연민을 느끼기까지 했던 사다코가 2편에서는 그저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존재로밖에 인식이 되지 않았다. 이거, 계속 봐야하는건가 하고 고민하고 있을때에 나온 3권. 망설이다가 읽게 되었고,

읽은 후, 링시리즈를 끝까지 지켜본것에 대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엄청난 상상력이다. 책을덮은 후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잘쓴 공포소설로 머물뻔했던 링을 한단계 승화시킨것이 루프편이다. 물론 1, 2편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고 공포감도 옅다. 아니다. 오히려 공포를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권이라 할 수 있겠다. 읽고 난후 1권과 2권을 보라. 두려워했던것이 너무나 우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경외심도 느껴진다. 작가의 상상력에 대한 경외심이다.

루프로 인해 링은 공포소설이 아닌 퓨전환타지로 장르가 변형된다. 기존의 링에 열광했던 사람들이면 거부감이 들 정도로 급격한 변화이지만 나는 이 새로운 세계가 몇배는 더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고난 후 두근거리는 감정의 반정도는 작가의 열린 상상력에 대한 질투심이기도 하다.

링1, 2를 읽은 분들은 이 책을 읽기전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 지니고 있던 링의 세계가 무참하게 부서져나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끝내주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비난이 많을 내용임을 알면서 써내려간 그 정신이 바로 링의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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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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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상당수 읽어보았지만 이 작품만큼 섬찟하고 으스스했던 책은 없었다. 보통 추리소설이 범인과 탐정, 다시말해 범인과 독자와의 두뇌싸움이라고 한다면(탐정은 곧 독자와 연결되므로.) 이 소설은 그 틀에서 살짝 벗어나있다. 시종 범인 쪽이 압도적이다. 왜냐하면 독자가 일단 그 전체에 깔려있는 공포에 제압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막판의 '그리고 아무도 없는' 그 상황은 책을 놓치게 만들 정도로 당황스럽게 한다. 아직 다른 어떤 추리소설에서도 이 정도의 무시무시함은 못느껴봤다. (하긴, 요새는 추리만화마다 배껴 써먹는 트릭이기에 지금 읽으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는 정말이지 뒷통수를 세게 맞는다는 느낌이 어떤건지 온몸으로 실감했다;;;)

노래에 따라 사라지는 사람들, 죽어가는 인형들.. -인형과 전래동요라는, 일상에서 자주 접할수 있어 친숙한 소재는 그만큼 공포감조성에 있어 탁월한 효과를 낳는다. 무엇보다 무서운것은 내 일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실감일테니까.. 환상문학쪽의 공포물보다 현대물의 공포물이 더 무서운 것도 그때문..

나는 놀랍게도, 아직도 열개의 인디언인형 노래만 들으면 이 소설이 떠올라서 즐겁게 들을수가 없다--; 이 정도의 임팩트를 남기는 소설은 절대로 흔치 않다. 특히 추리소설은 반년이 지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까맣게 가물거리는게 정상이라고 하는데ㅡ

역시 명작이라고 밖에 할수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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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제국
앙리 프레데릭 블랑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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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작가의 그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잠자는 동안의 시간- 꿈의 구석구석까지 지배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소망이 맞다. 하지만 이성적 지배력이 가장 약한 영역에의 도전이므로, 슬쩍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도 쓸데없는 잠꼬대같은 생각이다-라고 치부해버렸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꿈같은 그 생각을 현실로 건져올린다. 그의 사안은 말이 안되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해보면 너무나 논리적이라서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완전 동조하여 소설을 읽어나가게 된다. 이렇게 쉽게 주인공에게 동감하는 것은 주인공이 세상에게서 멸시받는 소박한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연민은 공감의 첫번째 조건이다.) 그는 잠의 영역의 개척자이므로 잠을 자는 것이 곧 연구인게 당연하지만, 그만큼 당연하게 세상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는 것은 주인공 자신과 읽고 있는 독자들 뿐이다.

그러나 인정받지 못하는것에 대한 분노와 참담함은 깨어있는 세상에서일 뿐이다. 잠 속에서 -꿈 안에서만큼은 그는 지배자이고 선구자이며 개척자이다. 생각해보면 하루의 절반을 우리는 잠자는데 쓰잖는가. 그는 인생의 거의 절반을 자신 맘대로 할 수 있는 셈이니까 결국은 성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류를 잠으로 구원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어떻게 보면 참으로 이상주의 철학자와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상에 세상은 동조하지 않더라도,적어도 책이 끝날때까지 함께 한 독자들에게는 통하게 되리라. 그의 의지가 나에게도 통하여 신성한 잠의제국으로 입성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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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외)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4
이미륵 지음, 정규화 옮김 / 범우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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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는 성장소설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과 학교에서의 교우관계,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배경으로 깔려지는 당시 역사적인 사건들이 소설의 주축을 이룬다. 허나 이 책이 보통 흔한 성장소설로 취급되지 않는 이유는 글 전체에 우리나라의 체취와 문화가 깊숙이 배어있기 때문이겠지. 때문에 이 책이 처음 발간된 독일에서는 흥미롭다는 반응이 나온 것일테고. 제기차기, 광대놀이, 서당에서의 풍경 등 우리는 익히 아는 것들이지만 독일인들에게는 낯선 문화이니까.

사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의 형식을 빌린 문화소개서와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이 책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가 그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 우리나라는 이 책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아주 거리가 멀지 않은가. 지금 이 책이 예전보다 더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은 예전보다 더 우리의 모습이 변해버렸기 때문이리라.

이 책속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 무언가는- 그런 힘을 지녔다. 나중에는 독일인이 아닌 우리가 봐도 타국의 문화소개서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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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의 교실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12
야마다 에이미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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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에이미의 작품 중 누구나가 동의하는 걸작 단편만 담은 책이다. 풍장의 교실과 나비의 전족, 제시의 등뼈 - 이 세작품은 탐미적이고 섬세한 그녀의 문체와, 오만하지만 그래도 따스한 그녀의 시선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더하거나 뺄것이 없는 명작이라 생각한다. 야마다 에이미의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질척질척한 끈적거림도, 이 작품들에선 깔끔하게 안으로 갈무리되어 있어 부담없이 읽을수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표제작인 풍장의 교실이다. 따돌림을 당하게된 한 소녀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아이들을 한명한명 죽여나가며 일어서는, 한편의 성장소설이다. 간단한 줄거리같지만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공황과 불안, 그 안에서 변화되는 세밀한 심리묘사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이 소설 안의 초등학생 주인공은 내가 이제까지 본 어떤 아이보다 매혹적이고 눈이 부시다. (..그렇기에 그녀가 받는 따돌림이 이해가 간다. 내가 반 아이들이었어도 주인공을 질시했으리라. 범인(凡人)의 입장에서 그 따돌림은 일종의 동경으로도 보인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 된 후 소장욕구에 불타올라 서점들을 다 뒤졌지만 어디서도 구할 수 없었다. 일본의 삼대 여류작가중 한명이라는데 왜 그녀의 작품만은 출판되는것이 드문 것인지..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 이상으로 평가를 받을만한 작가라 생각한다. 제발 재판을 해주었으면 좋겠는 책 중에 한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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