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의 제국
앙리 프레데릭 블랑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일단은 작가의 그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잠자는 동안의 시간- 꿈의 구석구석까지 지배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소망이 맞다. 하지만 이성적 지배력이 가장 약한 영역에의 도전이므로, 슬쩍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도 쓸데없는 잠꼬대같은 생각이다-라고 치부해버렸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꿈같은 그 생각을 현실로 건져올린다. 그의 사안은 말이 안되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해보면 너무나 논리적이라서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완전 동조하여 소설을 읽어나가게 된다. 이렇게 쉽게 주인공에게 동감하는 것은 주인공이 세상에게서 멸시받는 소박한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연민은 공감의 첫번째 조건이다.) 그는 잠의 영역의 개척자이므로 잠을 자는 것이 곧 연구인게 당연하지만, 그만큼 당연하게 세상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는 것은 주인공 자신과 읽고 있는 독자들 뿐이다.
그러나 인정받지 못하는것에 대한 분노와 참담함은 깨어있는 세상에서일 뿐이다. 잠 속에서 -꿈 안에서만큼은 그는 지배자이고 선구자이며 개척자이다. 생각해보면 하루의 절반을 우리는 잠자는데 쓰잖는가. 그는 인생의 거의 절반을 자신 맘대로 할 수 있는 셈이니까 결국은 성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류를 잠으로 구원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어떻게 보면 참으로 이상주의 철학자와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상에 세상은 동조하지 않더라도,적어도 책이 끝날때까지 함께 한 독자들에게는 통하게 되리라. 그의 의지가 나에게도 통하여 신성한 잠의제국으로 입성하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