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
게일 에반스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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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저자의 남녀관은 편견투성이에다가 모순투성이다. 남자와 여자에 대해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둘의 차이를 위험할정도로 단언하여 말하고 있다. 사실 모든 남자와 여자가 다 그런것은 아닐진대, 이 작가는 분명히 존재하는 중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놀라울정도로 자신만만한 편견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 뭔가 납득되는 기분을 느낀다. 분명히 편견 안에서 펼치는 대안이자 제안이지만 책을 읽는 여성들은 모두 고개를 끄떡이며 읽어나간다. 여성에 대한 묘사가 편파적이고 교묘하게 부정적이어도 별다른 거부감없이 끝까지 읽어낼수 있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저자의 직관은 씁쓸하더라도 적어도 사회에 대해서는 독자와 그 시선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보고 느끼는 것과 똑같이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 편견으로 차있으면 어떠랴. 어차피 이 사회는 그보다 더한 편견투성이인데. 그보다는 남성위주의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생각보다 날카로워서 다른것은 그저 덮어두게끔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제시에 공감하며 따라가게끔 되는 것이리라.

만약 이 책의 저자가 남자였다면 얼마나 욕을 먹었을지 눈앞에 선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여자다. 여성 독자는 그것을 확인하고 안심하며 읽는 것이다. 아, 이 여자도 이 불합리한 사회에 대해 이런 느낌을 가졌구나 . 그렇다면 이 사람이 생각하는 여자의 특성도 다 옳은것일지도 몰라.(이건 조금 위험하다;;)

그래도 여러부분에서 매끄럽게 들어오는 책이다. 그러니까 조금 후하게 점수를 주자. 저자가 여자이기 때문에 나도 조금 편파적으로 점수를 준건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런거지.

뭐어, 철저한 남성위주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하게 살자고 외쳐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만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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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구혜영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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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무리 동물을 사랑하자, 자연을 보호하자, 환경을 지켜내자-라고 해봤자 듣는 사람의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어떤 논리적인 주장이나 설득적인 문장을 사용하여도 마음을 흔들리게 하지 못하면, 그것은 전혀 가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다이고로야, 고마워'는 참 사근사근하게 사람을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감동에 젖어들게 하는 책이다.

팔다리가 정상이 아닌 원숭이를 키우면서 겪는 생명에의 소중함, 그 작지만 위대한 목숨의 사랑스러움..

-천마디 말로도 움직이기 힘든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얼마의 사진과 짤막한 수필과도 같은 글줄로 읽는 사람을 폭풍처럼 흔들어 놓는다.

이 책은 자연을 보호하자, 생명은 소중하다- 무리하게 외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한 여린 생명을 보여주고, 그것을 보듬으며 느낀 점을 독자에게 담담하게 전해줄뿐이다.

하지만 그 부드러운 소리는 엄청나게 큰 파장이 되어 독자의 눈을 젖게 한다. 신기하지, 제목 그대로 '고마워'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된다. 따뜻한 감사의 말을 누구에겐가 속삭이고 싶어진다. 동시에 미안해-라고도 말하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냐고? 그것은 모르겠다. 다이고로에게인지, 아니면 그를 돌보아준 사람들에게인지, 아니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냘프지만 강인한 생명에게인지. 확실한 것은 책을 보고 그런 마음이 든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다.

정말 오랫만이다. 이만큼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이만큼 세상을 사랑스럽게 하는 책은.

....나도 참 다이고로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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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물사전 판타지 라이브러리 10
고이데 후미이코 감수, 김준영 엮음 / 들녘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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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삼국지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책을 보면 삼국지연의가 대강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을것이다. 나라별로 정리된 인물들의 행적을 읽어나가다 보면 머리속에 일목요연하게 상황이 정리됨을 느낀다. 일화를 중심으로 한 인물묘사는 개성을 잘 살려놓아서 인물사전이 아닌 하나의 짤막한 평전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앞서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즐겁게 읽을수 있는 책이라고 하였는데 삼국지를 자세히 읽은 사람이라면 몇배의 흥미를 갖고 소장하고 싶어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력, 무력 등의 사항을 도표로 그려놓은 데이타는, 게임사전을 읽는듯하여 즐거웠다.

일본 코에이사에서 발매된 삼국지라는 게임이 있다. 그 게임의 팬인 나로서는 여기저기에서 그 흔적을 발견하는게 쏠쏠한 재미였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일본인이라 확실히 게임을 염두에두고 집필한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지력무력 데이타가 절대적인 증거이다. 그 게임 안 장수들의 능력치와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결론: 시뮬레이션 삼국지를 즐긴 분들이라면 열배의재미로 읽어나갈수 있는 책이라는 소리다.

이 책이 판타지 라이브러리 중에 있다는건 조금 이해가 안가지만 삼국지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따로 읽어봐도 괜찮겠다. 깊이는 얕지만 쉽게 재미있다. 삼국지의 팬이라면 환영할만한 미니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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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헤르만 헤세의 점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북라인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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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서야, 라는 말에 가졌던 선입견.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언어들로 채워졌을거라는 생각은 몇장 읽어내려가는 순간 곧 버릴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다. 이 작가의 사물을 보는 시각은 독특하면서도 나름대로 상식적이다. 신선하면서도 독자가 따라갈 수 있게끔 발판을 놓는 배려를 잊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책은 자칫 작가 혼자만의 개념에 파묻혀 나중에는 범상한 독자로서는 도저히 따라갈수 없게끔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참 친절한 책이다.

그렇다고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니다 몇번씩 곱씹어 볼수록 맛이나는 산문집이다. 두가지 개념을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로 마주보게 함으로써 각각의 본질을 더 쉽게 꿰뚫는다. 처음 읽을때는 그저 음, 그렇군 하고 넘겼던 것들이 두번 세번 읽어나가면서는 빛을 발하게 된다, 사물이 그저 사물 자체로 남겨지는게 아니라 일상 속에 접속되며 새롭게 빛나는 것이다. 그래, 그런것이야말로 진짜 철학이리라.

점심을 먹듯 즐겁게 읽어나갈수 있는 소프트한 철학서다. ...철학서라고 하면 딱딱할것이라 지레 짐작해버리는, 나같은 독자들도 많으리라. 정정하겠다, 산문집이다.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그 안에 잔뜩 버무려진 철학의 양념들은 글을 한층 더 향기롭고 맛나게 한다.

일상에서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싶을때 꼭 한번 읽어보기를. 불이 켜지는 느낌 또는 뱃속에 든든한 포만감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둘은 동일한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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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의 친구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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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식이란? 건조하며 절망적이고 삭막스럽게 현실을 그려내는 방식. 그렇게 보여진 유미리의 세계는 모조리 현실이라는게 가장 두려운 점이다.

그 노골적인 정직함에 당혹스러워하는 독자들은 유미리의 책을 다시는 읽지 않게 되고, 그 대담한 솔직함에 매료되는 독자들은 유미리의 팬이 된다. 나는, 글쎄, 아주 유미리의 팬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녀의 이야기 전개방식에 가끔 굉장히 짜증을 느낄때가 있으므로.) 그래도 신간이 나오면 꼭 봐야는 하니까 역시 유미리식은 나에게 효력이 있기는 한가보다.

이 책, 여학생의 친구는 비틀린 현실, 비정상적인 관계를 적나라하게 하지만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가족에게 무시당하는 노인과 원조교제에 태연한 여학생.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노인은 '여학생의 친구'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친구, 라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친구와는 많이 다름을 알아야한다. 노인에게 있어 친구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수 있는 표면적인 단어일 뿐이다. 필요로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낸 단어. 그러나 이해가 없는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둘사이의 관계는 이해를 가장하고 있긴하지만 전혀 서로를 파악하지 못하는것으로밖에는 안보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제목, 친구라는 단어는 얼마나 반어적인 표현인가.

이 첵을 본후 유미리식이라는 표현에 몇가지를 덧붙이고 싶어졌다. 반어법을 통한 세상보기. 지독하게 차가운 냉소. 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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