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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의 친구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유미리식이란? 건조하며 절망적이고 삭막스럽게 현실을 그려내는 방식. 그렇게 보여진 유미리의 세계는 모조리 현실이라는게 가장 두려운 점이다.
그 노골적인 정직함에 당혹스러워하는 독자들은 유미리의 책을 다시는 읽지 않게 되고, 그 대담한 솔직함에 매료되는 독자들은 유미리의 팬이 된다. 나는, 글쎄, 아주 유미리의 팬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녀의 이야기 전개방식에 가끔 굉장히 짜증을 느낄때가 있으므로.) 그래도 신간이 나오면 꼭 봐야는 하니까 역시 유미리식은 나에게 효력이 있기는 한가보다.
이 책, 여학생의 친구는 비틀린 현실, 비정상적인 관계를 적나라하게 하지만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가족에게 무시당하는 노인과 원조교제에 태연한 여학생.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노인은 '여학생의 친구'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친구, 라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친구와는 많이 다름을 알아야한다. 노인에게 있어 친구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수 있는 표면적인 단어일 뿐이다. 필요로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낸 단어. 그러나 이해가 없는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둘사이의 관계는 이해를 가장하고 있긴하지만 전혀 서로를 파악하지 못하는것으로밖에는 안보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제목, 친구라는 단어는 얼마나 반어적인 표현인가.
이 첵을 본후 유미리식이라는 표현에 몇가지를 덧붙이고 싶어졌다. 반어법을 통한 세상보기. 지독하게 차가운 냉소. 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