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와 헤르만 헤세의 점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북라인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서야, 라는 말에 가졌던 선입견.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언어들로 채워졌을거라는 생각은 몇장 읽어내려가는 순간 곧 버릴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다. 이 작가의 사물을 보는 시각은 독특하면서도 나름대로 상식적이다. 신선하면서도 독자가 따라갈 수 있게끔 발판을 놓는 배려를 잊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책은 자칫 작가 혼자만의 개념에 파묻혀 나중에는 범상한 독자로서는 도저히 따라갈수 없게끔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참 친절한 책이다.

그렇다고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니다 몇번씩 곱씹어 볼수록 맛이나는 산문집이다. 두가지 개념을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로 마주보게 함으로써 각각의 본질을 더 쉽게 꿰뚫는다. 처음 읽을때는 그저 음, 그렇군 하고 넘겼던 것들이 두번 세번 읽어나가면서는 빛을 발하게 된다, 사물이 그저 사물 자체로 남겨지는게 아니라 일상 속에 접속되며 새롭게 빛나는 것이다. 그래, 그런것이야말로 진짜 철학이리라.

점심을 먹듯 즐겁게 읽어나갈수 있는 소프트한 철학서다. ...철학서라고 하면 딱딱할것이라 지레 짐작해버리는, 나같은 독자들도 많으리라. 정정하겠다, 산문집이다.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그 안에 잔뜩 버무려진 철학의 양념들은 글을 한층 더 향기롭고 맛나게 한다.

일상에서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싶을때 꼭 한번 읽어보기를. 불이 켜지는 느낌 또는 뱃속에 든든한 포만감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둘은 동일한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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