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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3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맛있는 만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만화의 제재가 케이크이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나오는 케이크들은 하나같이 눈부시게 먹음직스럽고, 곁들여진 설명들은 그야말로 군침돌게끔 만들지만. 그러나 그것뿐만은 아니다. 이 만화가 맛있는 이유는.
일단은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배치. 케이크점 안티크의 남자들 네명은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보통의 순정만화처럼 후까시 잡는 꽃미남 왕자들을 상상하면 안된다. 이 넷중 중 한명은 재벌집 자제이나 여자를 밝히고, 또 한명은 늘 치정문제에 골치 썪이는 게이이며, 다른 한명은 막나가는 인생을 살았던 전직복서이고, 마지막 한명은 겉은 멀쩡하나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남자다.
이들은 장점도 있으나 그 몇배로 단점 투성이이다. 그러나 그 모습들은 지독하게 인간적이라 읽은 독자에게 묘한 실제감을 불러 일으킨다. 마치 우리 동네 어디엔가 있을법한 케이크점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문을 열면 네명의 남자가 어서오세요, 인사할 것 같은.
다음은 사건들의 개연성 있는 연결. 간단간단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뒷권을 위한 교묘한 복선인 경우가 많다. 작가가 상당히 공들였음을 알게 하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케이크점의 일상이야기들로 생각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각 인물들의 과거가 하나씩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함을 더해간다. 사실 제재는 케이크겠지만 실제로 이야기의 주 메뉴는 이 네 남자들인것이다. 입맛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케이크에 대한 풍부한 지식들. 작가가 케이크를 상당히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좋다. 당장이라도 제과점에 달려가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문을 열었을때 이 네명의 남자가 서있다면 더욱 좋겠지. 여러모로 즐거워지는 만화다.
뒤로 갈수록 다소 산만스러운 분위기도 차분하게 정리가 되고 깔끔하고 유쾌하며 깨끗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대로 풀어놓을줄 아는 작가다. 조금 고민했지만 별 다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