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 2000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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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쾌하다. 결혼이라는 화두에 대해,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템포로 풀어나가고 있는 이 소설은 굉장히 쉽게 읽힌다. 대사 위주의 스피디한 상황 전개도 그렇고 등장인물의 생동감 넘치는 대사도 그렇고.

결혼 적령기의 미혼 남녀가 읽으면, 분명 100%는 아니더라도 80%는 공감할 것이 틀림없는 소설이다. 결혼의 신성한 이미지는 사실 우리 현실에서 이미 한편의 통속극으로 전락한지 오래이지 않은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안다는 것에 대해 고개를 돌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민망할정도로 그 실체를 낱낱이 까발린다. 주인공의 조롱어린 웃음, 냉소어린 시선은 사실 우리 누구보다도 객관적이다.

그러나 한가지 흠이 있다면 주인공의 어깨에 너무 많이 힘이 들어갔다는 것. 허무하고 비틀린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 같지만 그 현학적인 대사들은 일상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한 바라면 할말은 없지만 이 때문에 작품이 상당히 붕뜬 느낌을 갖게 되는게 사실이다.

영화와는 굉장히 다른 느낌을 받게하는 소설이지만 영화보다 훨씬 호흡이 빠르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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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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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쓰여진 소설이다. 요새 범람하는 왠만한 환타지보다 신비하고 아름답다.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 그리고 현실과 환상이 아이들의 눈에도 전혀 어렵지 않게 펼쳐진다. 아이들뿐이랴, 어른들이 읽기에도 흥미진진한 소재이다. 13시의 종이 울리면 펼쳐지는 또 하나의 정원- ..추억이라는 기반위에 동심을 올려놓은 이 소설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환타지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에 결코 가볍지는 않다. 다 읽은후 잔잔히 생각하게 만들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아이들 판으로 나왔지만 환타지라는 장르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시공 주니어판으로 나왔기에 유치한 아이들용 소설로 생각할수 있겠다.(게다가 환타지이므로 더욱 허무맹랑하게 볼 여지가 많다는 것도 안다.)

일단 읽어보고 나면 그냥 그런 환타지도 아니고 올망졸망한 애들 얘기도 아님을 알게 되리라. 연령층이 조금 되는 아이가 보아야 확실히 이해하고 감동 받을 것 같은 느낌이다. 소설속에 들어 있는 보석같은 메세지를 제대로 느낄수 있는 나이의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아, 그리고 진정한 동심이 무언지 잊어버리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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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법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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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추리소설에 괴기적, 심령적 요소를 버무리는것은 거의불가능에 가깝다. '추리'소설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알수 있듯이 고도의 논리력과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이 장르에서 초자연적인 부분을 도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 (자칫하면 죽도 밥도 아닌, 짬뽕 괴기 스릴러가 탄생할 수 있으므로.)

이런 면에서 볼때 이 화형법정은, 그 불균형을 교묘하게 조화시킨 걸작이다. 살인사건 하나가 17세기와 20세기를 넘나드는 끈이 되고 그로 인해 의혹은 증폭되며 독자는 소름이 돋는다. 소설 전체를 뒤덮은 음습하고 괴이한 분위기는 존 딕슨 카 소설의 특징이자 이 소설의 참다운 묘미다.

막판 기가 막히는 반전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소설의 끝까지 안심할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조이는 능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왠만한 추리력으로는 뒤를 상상하기 힘든 소설이다. 존 닉슨 카의팬은 무엇보다도 먼저 읽어보아야 할 소설이겠고 추리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을 독자라도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갈수 있다, 지르할 틈을 주지 않는 소설임을 보장한다.

-아ㅡ 한가지 아쉬운점.. 이 책의 질-표지나 번역-에 비해 책값, 너무 비싼거 아닌가 싶다.(특히 표지, 너무한다-_-; 하다못해 날개라도 해주지;) 내용이 만족스러우니 어쩔수 없이 넘어가지만, 으음, 공정성을 위해 별 하나를 내린다. 내용만으로는 별 열개도 줄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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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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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주기 위해 쓴 글이라는것 하나는 분명히 알겠다.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 제목은 그야말로 책 내용 전체를 함축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불행하게 보냈던 어린시절, 비뚤어졌던 사춘기, 호스티스ㅡ 야쿠자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험하고 타락했던 날들, 하지만 자신을 바로 세우고 꿈을 이루어내는 어느 여인의 인생의 이야기.

좌절하고 현 상황에 불행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나는 여기까지 떨어져봤다. 하지만 너는 그정도는 아니잖는가. 그러니까 살아라. 나보다 더 잘될수 있다. 그런게 인생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게다. 아니,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읽는 독자는 그 속삭임에 나도 저렇게 할수 있을거다, 용기를 갖고 책을 덮게되겠지. 나는 저정도까지는 아니다..라는 위안. 그리고 다소의 안심.

그래, 좋은 의도라고 생각한다. 한권의 책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사소하나마 계기가 될수 있다면 그 내용이 어떻든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책 내용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를 가지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은거다. 이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성공 스토리다. 비뚤어진 유년시절에 대한 이유, 이지메를 당한 원인, 사춘기의 갈등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보다,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 성공했다는게 이 책에선 중요하고 또 우리는 그것을 중점으로 보고 느끼고 감동해야하니까. 그렇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을테니까. 뭐,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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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5
구드룬 멥스 지음, 욥 묀스터 그림,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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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아프다. 동생은 막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다. 아빠와 엄마는 절망에 젖어있고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신다. 언니의 빈방은 이제 차갑고 건조하다. 어떻게 된걸까..작별 인사는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그려낸,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동생에게 있어서 언니는 가장 가까이 있던 존재였다. 다투고 뒹굴고 함께 웃었던 언니가 처음듣는 병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어둡게 드리워지는 죽음의 그림자. 가족들의 좌절과 슬픔. 어린 동생은 막연히 두려움을 느끼지만 뭐가 두려운지는 끝까지 깨닫지 못한다. 죽으면 다시 볼수 없다는 사실만이 동생이 인식하는 단 하나의 개념이다. 그 개념조차 동생에게는 너무 무겁고 어렵다. 그래서 동생은 가족들중 누구보다도 담담하게 죽음과 똑바로 마주본다. 그것은 무지에서 나오는 천진함이다. 그리고 독자의 가슴을 치는 것은 바로 그 어린아이의 천진함으로 인한 담담함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인간이 가진 궁극적인 두려움이다. 그렇기때문에 죽음이라는 화두에 있어서 인간은 좀처럼 차분해지지 못한다. 극히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는것은 죽음이라는 것이 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어린 주인공은 죽음이 끝이라는 것을 끝까지 깨닫지 못한다. 언니를 볼수 없어, 간단하면서도 무서운 진리는 그저 소녀에겐 겉에서만 빙빙 돌 뿐이다. 아이의 눈에서 서술되는 이 동화는 죽음에 대해서 가장 아이다운 눈높이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나치게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 이 동화는, 죽음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는 나이의 아이들에게 딱 맞다. 그 숨막히고 습한 종말은 어린이의 눈에서 갈무리되어 공허하지만 깔끔하게 결말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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