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파즈
무라카미 류 지음, 김지룡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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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파즈는 참 아름다운 보석이다. 그 신비로운 빛깔뿐만이 아니라 토파즈라는 단어 자체의 어감도 뭔가 아름다워서 좋아한다.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처럼 왠지 대중적인 보석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우아한 맛이 있다.

그런데 이 소설 토파즈는 보석 토파즈와 완전히 반대편 차원에 있는 듯한 내용이다. sm플레이를 중심으로 몸을 파는 여자들의 삶의 단편조각을 그려낸 이 소설은, 정말 나로서는 적응이 힘들었다. 바닥에서 헤매는 여자들, 인간 취급도 제대로 못받는 직업 여성들의 애환이라던가 슬픔, 고통을 그린것- 이 의도라고는 생각되지만 솔직히 이 책을 끝까지 읽은 후 그런게 생각이나 날까? 그저 생소한 sm놀이, 섹스, 선정적인 장면만이 머릿속에 남는다. 그게 소설 토파즈의 이미지다. 내게는 그렇다.

그렇다고 상업적인 것을 노린 소설도 아닌듯 싶은게 그러기에는 뭔가 참, 통속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그러면 이건 작품인가? 순수 문학의영역에 넣어줄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건 아니올시다-_- 그래서 무라카미 류에 대한 나의 서평 점수는 늘 별 셋이다. 넷을 주기에는 분명 모자란 느낌이고 그렇다고 둘을 주기에는 참 찝찝하다. 그런면에서 내게 조금 어려운 소설이다. 이 사람의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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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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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장편 중에서는 처음 읽어본 소설이다. 은희경씨 특유의 냉소적이고 건조한 문체가 잘 나타난 한권이다. 사실 이 액자식 성장소설이 굉장히 특이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서술자인 '나'의 독특함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주인공 또는 관찰자일때,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고 하겠다. 순진하고 티없는 어린이의 눈, 그것을 통해 작가들은 통속적인 소재를 미화하여 걸러냈고 작품전체가 한꺼풀 정화되는 효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 소녀, 당돌한 초등학생 꼬마의 시선은 정화는커녕 오히려 속살을 있는대로 까발린다. 아이라지만 어른보다 냉담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소설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아이의 시선이 머문 동네 사람들은, 흔히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간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속되어 보이며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그 시선이 너무나 직선적이라 읽는 내가 소설 속 마을의 주민이 된양 민망할 정도였다.

그 건조한 서술에서 그래도 살짝살짝 엿보이는 애정은, 아마 그때의 주인공 '나'가 어렸기 때문이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의 그녀- 현재의 성인으로의 그녀는, 그러한 얇은 인간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묘하게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는것이 은희경 소설의 매력. 두껍지만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성장소설로써 이만큼의 읽을 재미를 갖춘 소설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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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 팝
무라카미 류 지음, 김지룡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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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나면 원조교제에 대한 막연한 관념- 비윤리적이며 비도덕적이다, 타락이다 등등- 이 엷어진다. 만약 이 책이 원조교제의 위험성, 또는 불건전성에 얘기하려 한거라면 완전한 역효과를 부른셈이다. (하긴 무라카미 류가 그런 건전한 주제를 택했을리 없지만.) 러브 앤 팝은 히로미라는 소녀의 반지를 사기위한 하룻동안 원조교제 체험기다. 그게 내용의 전부다. 굉장히 상업적이고 옐로저널리즘틱한 내용이긴 하지만 읽어보면 그다지 통속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성실한 눈을 경건하게 찌푸리며 소녀를 그리고 있는건 아니다.

오히려 원조교제를 하는 히로미는,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들게한다. 히로미를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은 작가가 히로미에게 살짝 몸을 기울여 썼기 때문이리라. 다시 말한다. 이 소설은 절대로 객관적이지 않다. 원조교제에 대해 아무런 편견을 갖고 있지 않은척하지만 사실은 은근히 질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를 전제로 한, 원조교제를 처음 하게 된 히로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닳고닳은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것이 진정한 객관성 획득에는 도움이 되었을텐데..) 결말을 원조교제로 혼쭐이난 히로미의 모습으로 맺는다. 말랑말랑하지만 물컹하게 넘어가지는 않는 글이다. 이 풍경이 일본의 여고생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린거라면, 우리나라는 신성건전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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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로얄 1
타카미 코슌 글, 타구치 마사유키 그림, 권일영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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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본 나로서는 정말이지 으윽-_-이다. 일단 19세 미만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 만화가 영화보다 더 잔인한 것처럼 느껴진다. 너무나 세밀하고 과장스럽게 살인 장면을 그려놔서 보다 보면 속이 안좋다. 잔인성과 폭력성은 원작 배틀로얄의 두 축이므로 그렇다치고 이 자나친 선정성은 나참..할말이 없다..-_-(다시 말한다, 19세 미만은 절대 보지 말으시길;;) 그림체도 그다지 고급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지만 그것은 뭐 사견이니 넘어가고..

실컷 혹평해놓았지만 여하튼 별은 3개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못한 이야기, 만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도 분명히 있는 법이다. 지나친 흥미위주로 노랗고 빨간 책이 되어버렸지만 매끄러운 스토리 흐름이나 컷전환, 그리고 일단 철저하게 흥미위주로 몰아가 그 괜찮은 작품을 이만큼 상업스럽게 만든 것은 대단하다(나름대로 칭찬이다. 여기는 자본주의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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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요리 동서 미스터리 북스 35
스탠리 엘린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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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요리라는, 맛있는 이름의 단편을 예전 어느 미스터리 앤솔로지집에서 읽은적이 있다,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받은 작품이라 작가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지만(특히 그것이 앤솔로지안에서라면 더욱더..) 스탠리 엘린이라는 이름은 머릿속에 꼭꼭 담아 두었다.

그리고 나서 십년이나 지난후 만나게 된 스탠리 엘린의 작품집은, 내게 있어 그야말로 특별요리였다. 오랜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소설을 다시 만날수 있다는것, 덤으로 그 작가의 다른 작품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했다. 기다리다보면 이런식으로 출간되기도 하는구나.

이 단편집은 스탠리 엘린이라는 사람이 어떤 작품을 쓰는 사람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한편의 도표와도 같은 책이다. 그의 소설들은 짜릿한 반전이나 자극적인 소재보다, 표제작 특별요리 안에서의 고기처럼 단백하고 오묘한 맛을 자랑한다. 왠지 신중한 느낌의 그의 문체는, 미스터리보다는 잘 요리된 단편소설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짧고 단정한 단편단편들은 각각 미묘하게 맛이 달라 읽고난 후에도 살짝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미스테리 단편을 좋아하는 분들은 놓치지 말 것. 마지막 -다른 작가의 작품 하나도 후식으로 곁들어져있는데 이 또한 기막힌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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