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은희경의 장편 중에서는 처음 읽어본 소설이다. 은희경씨 특유의 냉소적이고 건조한 문체가 잘 나타난 한권이다. 사실 이 액자식 성장소설이 굉장히 특이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서술자인 '나'의 독특함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주인공 또는 관찰자일때,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고 하겠다. 순진하고 티없는 어린이의 눈, 그것을 통해 작가들은 통속적인 소재를 미화하여 걸러냈고 작품전체가 한꺼풀 정화되는 효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 소녀, 당돌한 초등학생 꼬마의 시선은 정화는커녕 오히려 속살을 있는대로 까발린다. 아이라지만 어른보다 냉담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소설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아이의 시선이 머문 동네 사람들은, 흔히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간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속되어 보이며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그 시선이 너무나 직선적이라 읽는 내가 소설 속 마을의 주민이 된양 민망할 정도였다.

그 건조한 서술에서 그래도 살짝살짝 엿보이는 애정은, 아마 그때의 주인공 '나'가 어렸기 때문이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의 그녀- 현재의 성인으로의 그녀는, 그러한 얇은 인간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묘하게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는것이 은희경 소설의 매력. 두껍지만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성장소설로써 이만큼의 읽을 재미를 갖춘 소설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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