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nnel (Paperback)
앤서니 브라운 지음 / Walker Books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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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가 있습니다. 소년은 밖에서 친구들과 웃고 소리치며 공을 차고 뒹굴며 놀기를 즐깁니다. 소녀는 혼자 방 안에 틀어 박혀 책을 보거나 공상을 즐깁니다. 소년은 할동적이고 적극적이고 어두운 밤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소녀는 조용하고 소극적이며 밤의 어둠이 무서워 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둘은 남매인데, 매일같이 싸웁니다. 서로 다르면 저 하고 싶은 대로 각자 즐겁게 지내면 될텐데 뭘 그리 간섭하고 싸우는걸까요? 보아 하니 만날 때마다 말싸움에 티격태격하는 모양입니다. 주로 오빠 쪽에서 조용히 있고 싶은 여동생을 귀찮게 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뭏든 오늘도 식탁에 마주 앉아 싸우고 있는 남매를 보다 못한 엄마가 이 둘을 쫒아냅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같이 사이 좋게 좀 지내보라고. 

 

어쩔 수 없이 동네 공터로 나온 둘은 서로를 비난하고 투덜대다가 못 보던 터널을 발견합니다. 모험심과 호기심이 많은 소년은 동굴 속으로 탐험을 떠나고, 기다리다 지친 소녀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오빠를 찾아 나섭니다. 동화책 속에 나오던 온갖 괴기스러운 것들이 숨어 있는 숲을 지나 찾아낸 오빠는 숲 속의 신이라도 노하게 했는지 한쪽 다리를 들고 도망치는 자세 그대로 돌로 변해 있습니다. 소녀가 제가 너무 늦게 찾으러 나선 탓이라 후회하며 돌이 된 오빠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순간 소년은 다시 온기를 찾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오빠로 돌아옵니다. 소년 역시 크게 감동하여, 재미없는 겁쟁이라 싫어만 하던 동생을 끌어 안습니다. 그리고 이제 둘은 신비로운 체험의 비밀을 공유한 친구가 됩니다.

 

제가 가진 이 책에는 지금 중학생이 된 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연도가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십여 년 전 그 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 몇가지 있어요. 그 중 하나는 왜 이 책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는 각각 이런 성격으로 표현되었을까 하는 겁니다. 소녀는 조용히 집안에서 책읽기를 좋아하고, 소년은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기를 좋아하고 말이죠. 대개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는 제각기 성격이니 소년 소녀 독자들이 모두 더 감정이입을 잘 하라고 그런걸까요?

 

제 딸은 책읽기를 무척 즐기지만 동시에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 노는 걸 너무나 좋아했어요. 놀이터에서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놀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오곤 했습니다. 또 세 살 어린 아들은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는 것 만큼이나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노는 것도 좋아했어요. 누나 만큼이나 책읽기를 좋아한 반면 누나보다 훨씬 밤의 어둠을 두려워해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침대에 들어가서 이불 속으로 머리 끝까지 숨기 전에 불을 끄는 것을 싫어합니다. 저희 집 남매만 보더라도 이 책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가 가진 성격이 그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조용하다, 활발하다, 두려움이 많다, 모험심이 많다, 혼자있기를 즐긴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즐긴다, 책읽기를 좋아한다, 몸을 움직이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모든 요소는 사람에 따라 뒤죽박죽 섞여서 제각기 고유한 성격으로 탄생합니다. 여러가지 조각을 마음대로 모아 붙여서 저마다 독창적인 모습으로 조립할 수 있는 레고처럼요. 

 

작가인 Anthony Browne은 여러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통쾌함을 선사해 왔습니다. 뚜렷한 주제의식을 담은 이야기와 특히 아주 세밀한 사실적인 묘사와 동시에 표현된 초현실적인 그림을 통해서 말이죠. 그 점 때문에 더욱 애정을 갖고 있던 작가라서 이런 소년 소녀의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표현한 내용에서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조금은 편견을 깬 다중적인 성격으로 두 소년 소녀를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이것이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첫번째로 궁금했던 주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이 소년과 소녀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더불어 자신의 성격과 친구들의 성격에 대하여 이야기 나눔으로써 타인의 다른 성격에 대해, 그리고 남녀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인식하고 깰 수 있게 합니다. 소심하고 겁많은 남자친구도 조금은 왈가닥이고 활동적인 여자친구도 모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사람의 성격임을 생각해 보게 하면 좋겠습니다.

 

두번째로 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왜 이 이야기는 소녀의 시점에서 전개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소년보다 소녀에게 감정이입하며 책을 읽어나간 건 제가 소녀와 비슷한 성격인 탓일까요? 소년과 소녀의 성격을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열고 있지만 뒤로 갈수록 이 이야기는 소극적이고 두려움 많은 한 소녀가 형제애로 용기내고 도전하여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험이야기 입니다. 이제 앞으로 소녀의 두려움 많고 소극적인 성격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어떤가요?  소년은 그저 제 성격대로 모험에 나섰다가 위기에 처하고 동생한테 구조될 뿐이죠. 귀찮아 하던 동생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니 이제 오밤중에 가면을 쓰고 슬금슬금 동생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 놀래키는 장난 따위는 조금 자제할지 모르겠지만, 밖에 뛰어나가 놀기만 하던 그가 갑자기 방안에서 책을 집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소극적이고 겁많던 한 소녀의 성장이 바로 이 그림책에서 우리의 마음을 이끄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장난꾸러기에 밖에서 놀기만 좋아하는 남자아이라도 이 이야기를 읽으며 감정 이입하는 부분은 소년 보다는 소녀의 용기와 그로 인한 문제의 해결일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내가 하기 싫거나 어려운 과제 앞에 용기를 내어 혹은 도전하여 해낸 경험에 대해 그리고 그 짜릿한 기분에 대해. 그리고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에 대해. 그런 대상이 있는 우리의 행복에 대해.

 

마지막으로, 아마도 많은 어린이 독자들은 처음으로 떠올릴지 모를 주제는 형제 자매에 대한 생각입니다. 어쩌면 저도 정말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땐 이 생각이 먼저 떠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형제 자매간의 갈등과 사랑.

 

제게도 남매가 있어요. 한 부모 아래 태어났지만제각기 모두 다른 성격과 모습을 가졌습니다. 책에 나오는 남매처럼 제 아이들도 매일같이 싸웁니다. 이 힘들고 험한 세상 서로 의지가 되라고 희생 정신으로다가 낳아 주었건만 고생한 보람도 없이 매일 싸우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기도 합니다. 책에서 엄마는 뒷모습도 그림자도 없이, 오직 두마디의 대사만으로 등장하는데, 얼마나 가슴깊이 공감을 했던지 스트레스에 찌들어 화내고 쫒아 내는 엄마의 표정을 본 것만 같더라구요. 다시 책장을 몇 번이나 넘겨 보았답니다. :-)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 깨닫는 날이 오겠죠.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하지만 매일같이 싸우는 형제 자매 남매들이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하루 아침에 달라질 것을 기대하지는 마세요. 책장을 덮는 것과 동시에 서로 이 책을 자기가 다시 읽겠노라고 싸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얻은 감정과 느낌은 당장의 변화로 나타나기보다는 머리와 가슴 속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는 걸, 어느 구석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긴 인생의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내 가치관에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책을 덮지마자 싸움질하는 아이들을 보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형제 자매애고 뭐고 Anthony Browne 특유의 환상적이고 기발한 숨은 그림찾기에 더 열을 올릴지도 모르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이상의 무언가가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았을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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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영어배우기>

 

1. 반대되는 단어와 표현을 배워 보세요.

 

   - alike  /  different   비슷한/ 다른

   - stayed inside / played outside   집안에 머물다 / 밖에서 놀다

   - on her own / with his friends  그녀 혼자 / 친구와 함께

   - asleep / awake   잠든 / 잠이 깬

   - quiet / noisy   조용한 / 시끄러운

 

2.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여러가지 표현을 배워 보세요.

 

   - reading(책을 읽고), dreaming(꿈꾸고, 몽상하고), laughing(웃고), shouting(소리치고), throwing(던지고), kicking(차고), roughing and tumbling(싸우며 뒹굴고)

   - Out you go together. (둘이 같이 나가거라)

   - Try to be nice to each other just for once. (단 한번만이라도 서로 사이좋게 지내봐)

   - Be back in time for lunch. (점심시간 전에 돌아오거라)

   - It's not my fault. (내 잘못이 아냐)

   - Let's see what's at the other end! (저 반대편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자)

   - Don't be so wet!

   - She was close to tears. (그녀는 울 뻔 했어)

   - She was scared / frightened (그녀는 겁이났어/무서웠어)

   - Is everything all right? (별일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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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영 The Princess and The Dragon (Paperback + CD) -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노부영]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65
오드리 우드 지음 / JYbooks(제이와이북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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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라면 대개 공주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남자아이라면 용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마련이구요. 공주는 예쁘고 착하고 고상하고, 용이라면 힘이 세고 용맹하고 무시무시하겠죠소중한 첫 아이를 딸로 얻은 저는 너무 어릴 때부터 이런 고정관념을 갖게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이름도 너무 여성스러운 이름보다는 조금 중성적인 이름을 지어 주었고, 공주 같은 옷 보다는 사촌들로부터 물려 받은 티셔츠와 바지를 주로 입혀서 아기 시절을 보내게 했습니다. 그런 옷들이 놀이터에서 뛰어 놀기에도 더 알맞다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고 여섯 살이 되니 어느새 분홍색을 제일 사랑하고, 드레스나 왕관 따위를 동경하는 여자 아이가 되어 있더군요.

 

저는 딸에게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같은 공주가 나오는 책은 일부러 읽어 주지 않았어요. 공주는 예쁘고 착하기만 하면 (스스로 일어서지 않아도) 왕자가 나타나 구원해 준다는 생각을 어린 딸에게 굳이 넣어 주고 싶지 않았어요. 의존적이지 않고 독립적이고 멋진 공주에 관한 이야기는 없을까 찾다가  Robert Munch[The Paper Bag Princess] (번역책: 종이봉투공주)라는 재미있는 책을 읽어 주었던 기억도 나는군요백마 탄 왕자만 기다리는 공주로 키우고 싶지 않다면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오염되기 전에 이런 책들을 읽어 주는 건 어떨까요?

 

[The Princess and the Dragon] Audrey Wood가 쓴 책이에요. 공주와 용이라니 제목만 들으면 너무 뻔하고 따분하죠. 하지만 작가의 이름을 보세요언제나 풍부한 상상과 넘치는 아이디어로 어린이들의 세계를 기발하게 그려낸 그녀의 책을 읽어 본 이라면 이 책에 예쁘고 착한 공주와 힘세고 무시무시한 용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엔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와 반전이 펼쳐질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멋진 성에 사는 공주는 왕과 왕비가 머리가 아플만큼 지저분하고 무례하며 왈가닥에 겁 없고 용감하며 말썽꾸러기입니다.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기는커녕 모두들 자녀들에게 공주처럼 행동하면 안된다고 가르치죠. 공주는 못된 용에게 납치 당해서 자신을 지켜야 하는 기사를 골탕 먹이려고 용이 사는 동굴에 제 발로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만난 용은 사납고 폭력적일거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빗나가고 깔끔하고 화려한 인테리어의 동굴 안에서 다소곳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공주를 잡기는커녕 공주를 부러워합니다. 둘은 서로를 부러워한 나머지 서로를 바꾸기로 하죠.

 

성으로 향한 용은 타인을 배려하는 우아한 매너와 몸가짐으로 왕과 왕비는 물론 왕국의 모든 국민으로부터 칭송을 받고, 활기차고 모험심과 장난기가 넘치는 공주는 용의 동굴을 환상적인 어린이들의 놀이공원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4학년짜리 아들과 남자친구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책 표지와 제목을 읽어 주니 벌써 지겨운 표정입니다. "재미없을 거 같아요!” 하지만 한 페이지씩 책을 읽어 나가니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페이지마다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렇게 감정표현이 많은 편도 아닌데 이만하면 꽤 마음에 든 겁니다.

 

책을 덮는 순간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우리 친구들의 지겨운 표정은 어느새 즐거운 미소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재미있어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로 연약하고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의존적인 여성성을 배우기 시작한 여자아이가 있나요? 남자는 힘이 세고 조금은 폭력적이어도 좋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남자아이가 있나요?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를 떠나 다양한 성품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유연한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오늘 Audrey WoodThe Princess and the Dragon을 읽어 줘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림책으로 영어 배우기>

 

ㅇ 감탄문의 표현을 익혀보세요

    - How polite you are.

   - How lovely you look

    - What perfect manners!

 

ㅇ 영어에서는 수동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에 나오는 수동태의 표현을 몇 가지 익혀보세요.

    -    A dragon was seen moving into a cave.

    -   The mothers and fathers were frightened.

     -  The King and Queen were worried.

 

ㅇ 보통명사와 고유명사의 차이를 알아볼까요?

     - She thought that she could be a better dragon than the Dragon

 

 

ㅇ Vocabularies & id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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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영] Something from Nothing (Paperback + CD) -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노부영]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71
피비 길먼 글.그림 / JYbooks(제이와이북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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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드파욜라(Tomie Depaola)의 [Now One Foot, Now the Other](번역책: 오른발 왼발 )이란 책을 읽어 보셨나요?  참 좋아해서 자주 다시 펼쳐보곤 하는 그림책인데요. 이 책엔 아기때부터 걸음마를 가르쳐 주고, 함께 블럭놀이를 하며 놀던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마비가 오자 어릴적 자기가 배웠던 그대로 걸음마를 연습시켜 드리는 사랑스러운 소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엄마 아빠가 아니라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각별한 애정을 나누는 아이의 이야기는 조금 더 감동을 줍니다. 읽고 있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되죠.

 

이 책 [Something from Nothing]에서도 손자를 특별히 사랑하는,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것도 내 할아버지라면 고쳐줄 능력자임을 믿는 귀여운 소년 조셉(Joseph)이 나옵니다. 할아버지는 조셉이 태어나자 그를 따뜻하고 편안하게 보호해 주고 나쁜 꿈도 쫒아버려 줄 예쁜 파란색 이불을 만들어 주셨죠. 조셉은 그 이불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너덜너덜해지도록 가지고 다닙니다. 스누피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 중에 담요를 질질 끌고 다니는 라이너스가 있는 것처럼 어릴적 이불을 버리지 못하는 꼬마들의 이야기는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죠. 그렇다면 이 작품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요?

 

틈날 때마다 엄마는 "It's time to throw it out!" ( 이제 제발 그만 갖다 버려) 하고 말하지만 그때마다 조셉은 "Grandpa can fix it! ( 할아버지는 고쳐 주실 수 있을거야!)" 라며 할아버지에게 달려갑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조셉의 말처럼 이불을 자켓으로, 조끼로, 타이로, 손수건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그만 단추로 재탄생시켜 주십니다. 마지막 작은 단추를 잃어 버렸을 때 엄마는 말씀하시죠. "Joseph, Even your grandfather can't make something from nothing" (조셉, 아무리 할아버지라도 아무것도 없는데서 뭔가를 만들어내실 수는 없어!)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과연 무언가를 만들어 내실 수 있을까요?  네!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이번엔 할아버지가 아니라 조셉입니다. 조셉은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생각지도 못한 멋진 것을 만들어 냅니다.

 

이 이야기는 유대인에게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캐나다의 그림책 작가인 Phoebe Gilman(1940-2002)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부드러운 형태와 색채 그리고 풍부한 디테일로 묘사된 이 그림책에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이불이 엮어 내는 조셉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또 하나의 깜찍한 이야기가 동시에 그려집니다. 바로 조셉네 집 지하에 살고 있는 귀여운 생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어주는 어른이라면 처음 몇 페이지가 지나도록 요 작은 가족의 이야기를 눈치도 못채고 넘어갈지 모릅니다. 어쩌면 엄마나 아빠가 읽어 주는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기거나, 깔깔깔 하고 웃음을 터뜨릴지도 모릅니다. 어른들은 그림책을 읽어 주더라도 아이들만큼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더군요. 아마 집 안에 있는 가구나 소품들이 묘사된 것처럼 그저 낡은 집 마루바닥 밑에 살았을 법한 쥐들이 몇 마리 그려져 있나보다 하고 눈길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조셉의 낡은 이불을 자켓으로, 조끼로, 타이로 만들려고 슥삭슥삭 가위질을 할 때마다 마루 밑의 생쥐 가족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엄마 생쥐는 조셉네 마루틈으로 떨어지는 천 조각을 주워 모아 이불도 만들고, 포근한 요람도 만들고, 커튼도 만들고, 아기 생쥐들 옷도 만들어 입히죠. 생쥐 가족들이 반짝이는 파란 천으로 된 옷을 모두 맞춰 입고 나란히 산책을 나가는 장면을 보면 미소를 띄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즐겁게 읽고 흐뭇하고 행복한 기운을 즐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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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영어배우기>

 

ㅇ 엄마가 조셉의 낡아질 때마다, 할아버지가 조셉의 낡은 이불을 수선하면서 반복하는 표현들을 익혀 보세요.

- It is time to throw it out.

- It doesn't fit you at all.

- Granpa can fix it.

- There is just enough material to make.... (a jacket, a vest, a tie, a handkerchief, a button)

 

ㅇ 옷이 줄어들었다, 낡았다, 너덜너덜해졌다, 얼룩이 묻었다, 흙탕물이 튀었다 등의 다양한 표현을 배워보세요.

- shrunken,  frazzled, worn, torn, tattered, stained, splotched, splatt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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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좋아하세요? ” 

 

영화 좋아하세요? 음악 좋아하세요? 그림 좋아하세요? 라면 모를까, 그림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좀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네! ! 하고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어른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우물쭈물 하게 될 겁니다. 그림책이란 어린애들이 보는 책인데 어른인 나에게 물어 보니 어색하겠죠. 자녀가 없는 이는 물론, 아이를 둔 부모도 아이를 위해 읽어 주었을 뿐 자신이 좋아해서 읽는 경우는 드물겁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그 누구도 처음부터 어른으로 세상에 나오는게 아닌데 당연히 우리도 그림책 즐기는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된 게 아니겠어요? 그렇담 지금은 아니라도, "어릴 땐 그림책을 좋아했었어" 혹은 "난 어릴 때부터 그림책이 싫었어" 라는 대답이 먼저 떠올랐어야죠.

 

저도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고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어릴 때 책벌레라는 별명도 얻을만큼 책을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기억나는 책들이란 죄다 글씨만 가득한 책, 가끔 몇 장의 삽화가 들어가 있는 정도의 책들 뿐인 거예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떠오르는 그림책이라고는 디즈니 그림의 신데렐라, 백설공주 같은 책들 몇 권 뿐인 거예요. 그렇담 저는 어릴 때 그림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걸까요? 아니면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걸까요? 그림책을 즐기던 어린시절을?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 시절 우리나라에는 정말 그림책이라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디즈니 만화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던 신데렐라, 백설공주 책만 기억난다고 했는데, 자료를 찾아 보니 제 어린 시절인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는 실제로 디즈니 영화를 지면에 옮긴 그 그림책 외에는 이렇다 할 그림책이 없었더군요. 최초의 한국 그림책이 무엇인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1980년대~1990년대 초 정도가 되어서야 그림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조차도 외국의 유명한 그림책들을 저작권 계약도 없이 번역, 출판하고, 극소수의 사람들이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한 거였구요.1) 러니 제 어린시절의 기억 속의 디즈니 그림책은 그 책의 기억이 강렬해서가 아니라 정말 그것 밖에는 없었던 겁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그림책이 차지하는 자리와 엄청난 영향을 생각하면 척박하기 짝이 없는 문화환경 속에서 자란 어린시절이 안타까와요. 또 전 세계의 훌륭한 그림책들이 앞다투어 번역되고 혹은 원서로 소개되고, 또 재능있는 우리 작가들의 멋진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어린이들이 부럽고 다행스럽고 말이죠. 

 

자, 그럼 우리나라는 이런데 다른 나라는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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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은자, 김세희. [그림책의 이해1],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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