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배신 - 왜 하버드생은 바보가 되었나
윌리엄 데레저위츠 지음, 김선희 옮김 / 다른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공부의 배신. 윌리엄 데레저위츠
Excellent Sheep: The Miseducation of the American Elite and the Way to a Meaningful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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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배신: 왜 하버드생은 바보가 되었나'이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원제를 찾았다. 제목이 뜻하는 바가 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서다. 출판마케팅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잘 팔릴 제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독자로서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다. 원제는 '뛰어난 양떼들: 미국의 잘못된 엘리트 교육과 의미있는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Excellent Sheep: The Miseducation of the American Elite and the Way to a Meaningful Life)' 이었다.

내용은 크게 총 4부로 되어 있고 각 부별로 3-4개의 장이 있다. 평소에 마음에 걸리던 이슈들, 혹은 막연히 불편한데 뭔지 알 수 없어 찜찜하던 것들, 혹은 내 생각이 너무 순진한가 의심되던 부분들이 풍부한 사례와 설득력있는 논리로 전개되어, 손에 놓지 못하고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러기는 했는데,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어쩐지 제목과 내용 전개가 머리 속에 깔끔하게 정리되며 진행되지 못하고 옷자락이 못에 걸린 듯이 자꾸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장별로 제목과 내용을 곱씹으며 정리하며 읽었다.

책을 모두 읽고 정리도 마친 후 원서를 찾아 보았는데, 목차를 보는 순간 내가 왜 그렇게 머뭇거리고 되돌아 갈 수 밖에 없었는지 대번 알 수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 모호하거나 내용보다 조금 넘치게 쓴 번역서의 소제목들과는 달리 원래의 제목들은 매우 명료하고 단순했다. 원제를 참고해 가며 읽으면 각 장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와 흐름을 더욱 쉽게 따라갈 수 있다.

                                 

 Part 1. Sheep
1. The Students
2. The History
3. The Training
4. The Institutions

Part 2. Self
5. What Is College For
6. Inventing Your Life
7. Leadership

Part 3. Schools
8. Great Books
9. Spirit Guides
10. Your Guide to the Rankings

Part 4. Society
11. Welcome to the Club
12. The Self-overcoming of the Hereditary Meritocracy Acknowledgement
1 부.  양치기와 "양"
1. 우리는 똑똑한 양떼일 뿐이다. 
2. 무엇이 우리를 양으로 만들었을까
3. 순한 양으로 간느 법, 과도한 장애물 넘기
4. 1등급목장, 명문대의 실제

2 부.  양에서 인간되기
5. 애초에 대학은 왜?
6. 불확실성을 견딜 수밖에 없다. 
7. 리더가 아닌 시민으로 키워졌다면

3 부.   대학이라는 '특권'
8. 인문학은 양을 구원할까
9. 세상 어디에도 없는 멘토
10. 대학 순위가 진정 의미하는 것

4 부.  '학벌사회'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11. 엘리트주의의 불편한 진실
12. 세습될 것인가, 창조할 것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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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6-08-2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자의 주장과 논리는 굉장히 명쾌한데 비해 왜자꾸 앞장의 차례 부분을 계속 찾아보게 되었는지, 나비님의 지적을 보니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원서의 목차가 훨씬 쉽고 일목요연하군요.
 
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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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이너이다.  사람들은 종종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같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든 사람이라고 오해하곤 하는데 실제로 디자인을 이끈 사람은 조니 아이브이다. 스티브잡스가 디자이너가 아니니 당연한 얘긴데도 워낙 스티브 잡스가 걸출하다 보니 이런 착각이 무리도 아니다. 나도 '아! 그렇지!" 하는 마음에 그에 대한 엄청난 호기심이 일어 책을 찾아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조니 아이브의 특별한 부모에 대한 이야기부터 벌써 남다른 재능을 보여 주었던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시절 그리고 이후의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꽤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 중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부분은 아버지의 특별한 교육, 그리고 영국의 디자인 교육, 그리고 조니 아이브의 자신의 재능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신념에 관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 마이클 존 아이브는 대학에서 은세공을 가르치는 전문가였다.  어린 시절 손에 닿는 물건은 무엇이든 분해하고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형태와 재료는 무엇인지 관심이 많은 아들의 관심과 재능을 알아 보고, 틈만나면 아들을 디자인에 관한 대화에 끌어들여 관심을 북돋우고, 디자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만들어 주었다. 또 영국 교육부의 왕립 기술장학관으로 발탁되어  전 학교의 디자인과 기술교육 관리의 임무를 맡게 된 그는  "디자인 테크놀로지를 영국 학교의 핵심교과과정의 하나로 만드는데 일조했는데, 그의 아들 조니도 그 혜택을 입게 되었다.  그는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자신의 대학 작업실에서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볼 수 있게 해 주는 특별한 선물을 했고, 런던의 디자인 스튜디오나 디자인 학교를 자주 데리고 다녔다. 조니는 그 중 런던의 한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자신이  산업적인 규모로 조형물을 제작하는 일이 평생의 관심사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다.  또한 마이크 아이브는  Learning by doing 과 Design by intuition(발상이 떠오르면 만들어 보고 고쳐 나가기)에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훗날 그의 아들이 애플에서 아이맥과 아이폰을 개발하는 과정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아버지의 교육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를 읽다 보면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이 느껴진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다가왔던 점이다.

디자인에 특별히 아는 것이 없지만 영국의 미술이 꽤나 이름나 있다고 들어와서 영국의 디자인도 그러리라 추측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영국 산업디자인의 독특한 개성에 대해, 그리고 뉴캐슬 과학기술대학이라는 좋은 학교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노섬브리아대학이라 불리는 이대학은 산업디자인 부문에서 영국 최고의 명문으로 통한다고 한다. 산업디자인, 가구, 패션,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디자인관련 다양한 학과가 있으며, 이 학교의 디자인 기법이 업계의 표준이 될 정도라고 한다. 또 디자인 실기를 철저히 익히게 하는데 스케치 드로잉 기법부터 드릴, 선반, 컴퓨터제어 절단기 등의 사용법 등 기본기를 완벽히 다지게 하는 것은  물론이며 모든 과정이 창조와 제작에 맞추어 마음껏 실험실습을 할 수 있도록 재료와 장비를 제공한다. 또한 2학년과 3학년에 두차례 산업현장에서의 인턴과정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어서 졸업 전에 최소한 1년이상의 실무경험을 쌓고 졸업하게 되며 이것은 다른 학교 졸업생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이 된다.  

또, 이 책에서는 아이브가 받았던 뉴캐슬의 교육을 다각도로 설명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고품질, 고도의 기술, 그리고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독일식 디자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뿐아니라, 보다 더 형식파괴적이며 그래픽에서 패션까지 디자인 전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설명이 누구나 동의하는 일반적인 평가인지 확인할 바는 없지만, 조니 아이브의 이후 디자인의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조니 아이브의 커리어를 쭉 따라 읽어가다 보면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확신,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읽을 수 있어 무척 부러웠다.  RWC와 같은 런던 최고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서도 이후 친구들과 차린 세계적인 회사 탠저린 스튜디오에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디자인을 맞추어야 하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좌절을 느꼈다 했다. 자신의 프로젝트가 제대로 제품화 되는 과정을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고객들은 자신의 디자인에서 일부분만 발취해서 자기들 입맛에 맞춰 편집하도록 요구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구성을 그대로 구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민하고 애쓰면 방법은 찾아지고 길은 열린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추구의 결과, 조니는 인하우스 디자인팀이 있는 애플에서 일하게 되고, 날개를 달고 꿈을 펼쳐 나갔다. 그의 신념과 추구는 스티브잡스처럼 독선적이고 모난 확신은 아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를 알아내고 차분히 찾아나가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디자인을 설득하는데도 훌륭했고, 팀을 다독이며 이끌어 가는 데에도 뛰어났다.  어차피 이 책도 바라보는 사람의 렌즈로 해석된 그의 인생이기에 이로써 그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을테다. 작가에 따라 한 인물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종종 경험하니까.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그랬다.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환경을 만들어 주고 지지해 준 아버지,  실력있고 창조적인 영국의 디자인 교육,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원하는 바에 확신을 갖고 차근차근 이루어 낸 그의 인생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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