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좋아하세요? ” 

 

영화 좋아하세요? 음악 좋아하세요? 그림 좋아하세요? 라면 모를까, 그림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좀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네! ! 하고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어른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우물쭈물 하게 될 겁니다. 그림책이란 어린애들이 보는 책인데 어른인 나에게 물어 보니 어색하겠죠. 자녀가 없는 이는 물론, 아이를 둔 부모도 아이를 위해 읽어 주었을 뿐 자신이 좋아해서 읽는 경우는 드물겁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그 누구도 처음부터 어른으로 세상에 나오는게 아닌데 당연히 우리도 그림책 즐기는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된 게 아니겠어요? 그렇담 지금은 아니라도, "어릴 땐 그림책을 좋아했었어" 혹은 "난 어릴 때부터 그림책이 싫었어" 라는 대답이 먼저 떠올랐어야죠.

 

저도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고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어릴 때 책벌레라는 별명도 얻을만큼 책을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기억나는 책들이란 죄다 글씨만 가득한 책, 가끔 몇 장의 삽화가 들어가 있는 정도의 책들 뿐인 거예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떠오르는 그림책이라고는 디즈니 그림의 신데렐라, 백설공주 같은 책들 몇 권 뿐인 거예요. 그렇담 저는 어릴 때 그림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걸까요? 아니면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걸까요? 그림책을 즐기던 어린시절을?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 시절 우리나라에는 정말 그림책이라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디즈니 만화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던 신데렐라, 백설공주 책만 기억난다고 했는데, 자료를 찾아 보니 제 어린 시절인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는 실제로 디즈니 영화를 지면에 옮긴 그 그림책 외에는 이렇다 할 그림책이 없었더군요. 최초의 한국 그림책이 무엇인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1980년대~1990년대 초 정도가 되어서야 그림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조차도 외국의 유명한 그림책들을 저작권 계약도 없이 번역, 출판하고, 극소수의 사람들이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한 거였구요.1) 러니 제 어린시절의 기억 속의 디즈니 그림책은 그 책의 기억이 강렬해서가 아니라 정말 그것 밖에는 없었던 겁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그림책이 차지하는 자리와 엄청난 영향을 생각하면 척박하기 짝이 없는 문화환경 속에서 자란 어린시절이 안타까와요. 또 전 세계의 훌륭한 그림책들이 앞다투어 번역되고 혹은 원서로 소개되고, 또 재능있는 우리 작가들의 멋진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어린이들이 부럽고 다행스럽고 말이죠. 

 

자, 그럼 우리나라는 이런데 다른 나라는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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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은자, 김세희. [그림책의 이해1],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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