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과 사귀다
이지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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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과 사귀다.- 도시유목민이 마법에 걸리는 주문! 




올해는 마음이 소란스러워 많은 목표를 마음에 담았더니만 에세이란 장르는 저만치 내것이 아닌듯 했어요. 그래서인지 버선발로 뛰쳐나가버린 나는 정신나간 여자처럼, 숱한 책들중에서 헤매다가 1월끝자락에서야 나를 쉬게하는 책 <그곳과 사귀다>를 만났네요. 그래서 더욱 기대하고 조심스럽고 고마웠을지도^^

이제야 시인은 본명이 이지혜이신가보네요. 시집에는 이제야,로 쓰실 듯 한데 왜 이 에세이집에는 본명으로 냈을까 궁금했어요. 시인이 아닌 본연의 인간다운 실체로 이 책과 마주하고 있나보구나 하는 생각으로 귀결되더군요. 그래서 더욱 이 책<그곳과 사귀다>가 솔직담백하고 조용하고 나즈막하게 말을 거는 느낌이랄까.

커피집, 놀이터, 결혼식장,동창회, 영화관, 소아병동,우체국, 산후조리원, 작명소, 옥상등등 저같은 도시유목민이 어디서나 만날수 있는 이런 공간을 이쁘게 찍고 하나의 챕터씩 묶어서, 게다가 그공간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의 짤막한 대화까지 곁들인 쉼표같은 책이었어요. 그동안 이런 곳을 바삐 지나치며 나는 일상의 기계적인 마주침이 피로이자 번잡함, 소란과 실존의 현장으로 느껴졌는데 이 황폐한 도시에서 난 아프지않다고, 외롭지 않다고, 쓰러지지않는다고 고독한 러너처럼 무심히 스쳐지나가던 내 모습이 상처받은 도시유목민처럼 비교되는 게 부끄럽기도 해고요. 마치 생존의 아우성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나에게 도시란 그저 모순과 욕망의 랜드마크일뿐. 그 단선적인 생각이 더욱 우리의 쓸쓸함을 무성하게 만들 뿐이라는 반성.

그래서 이 책을 들고 퇴근하는 길에는 하루를 다 소모한 그로기상태일지라도  내 주변의 간판들과 공간들을 아무 편견없는 미학의 공간으로 상상할 수 있어서 고마웠어요. 건물만으로 배경만으로 바라보던 피사체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일상과 풍경을 낯설게 보는 법을 살짝 배웠다고 할까요? 그러면서 챕터 한장한장을 넘길때마다 그곳에 얽힌 나만의 추억과 냄새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마음의 근육이 풀리면서 느슨해지더라고요. 어느덧 내 자신이 포르말린처럼 자유로워지는 상상은 묘한 마법이었죠. 항상 지나치던 꽃집과 환승주차장도 마치 동유럽으로 여행하던 그 날처럼 설레이게 느껴지더라고요.

신호등과 인파를 따라 어꺠를 움츠리며 흘러흘러가던 내가 어느덧 방향도 맘대로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분은 길이 없어도 좋아라.내가 아는 사람의 방향은 내것일텐니! 뭐 그런 자신만마저 들더라고요. 오지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분실물센터도 슬처보이지않았어요. 이런게 바로 공간이, 풍경이 바로 진실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요.

신비하지 않나요? 떄로는 가장 익숙한 것이 또한 가장 낯설게 날을 세우며 다가올 수 있다니 말이죠. 
익숙한 것들의 전복은 공간을 배경이 아닌 풍경으로 만듭니다. 앞으로도 삶이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해질때면
이 소중한 도시유목민의 공간들을 조근조근 잘근잘근 관찰해야겠어요. 이 책이 알려준 마법의 주문대로요.^^


서점 : 내 서점에서의 포즈와 비슷한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내 등짝도 저렇겠구나 하는 상상


팬터마임공연장 : 말하지 않아도 아는 곳.

그리고 또 한가지! 질투나게 낯선 사람에게 말도 잘거는 저자, 이지혜님을 떠올립니다. 
어느덧 머리가 굳어서 낯선 사람이 살짝 어깨쭉지만 닿아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저에게 

이 책에서처럼 온화하게, 이쁘고 대견하게, 살짝 언 홍시처럼 말거는 비결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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