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이것 -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담은 60편의 짧은 이야기
존 그레고리 외 엮음, 홍승원 옮김 / 동네스케치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국의 라디오프로그램 This I believe라는 시청자 참여 방송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사연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과 나이, 유명세를 떠나 각계각층의 자기 인생의 지표가 되었던 경험과 철학, 신념, 변곡점의 순간을 600자이내로 사연을 받아 방송에서 낭독하는 거죠. 수천명의 사연중에 뽑은 60개의 사연은 정말 찡해요. 60편의 이 사연은 어느 것부터 읽어도 다 감동의 도가니탕입니다.


장애가 있던 형과 함께 중요한 야구게임을 같이 하는 것부터 서점에서 마주친 책도둑이야기. 교도소에 들어온 고양이, 팔을 퍼덕이는 자폐증아이, 지금 말하거나 영원히 침묵해야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 정성껏 쓴 감사편지의 힘에 대한 사연, 개를 산책시키는 시간, 질문과 반대할 권리에 대한 글까지 뭉클합니다. 사실 저는 암진단을 받은 친구를 위해 그녀의 친구들이 서로 시간을 내어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같이 수다떨고 평범하게 지내준 이야기에서는 울컥 눈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까페에서 읽다가 민망해지기도 했죠. 옆에 커플이 있었는데 제가 실연당한 줄 알았을지도^^;; 그외에도 인상적인 구절을 아래에 필사해봅니다.


- 나는 적응을 믿는다. 적응이란 동일한 자극이 시간이 흐르면서 동일한 반응을 유도해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코비는 같은 행동을 하지만, 우리의 반응은 달라졌다.코비(자폐증)는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었다. 처음에는 자기 오빠를 부끄러워했던 엠마도 나중에는 고생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게 되었다. 코비가 준 교훈은 환자들이 질병과 인생의 비극을 극복해 나가도록 돕는 내 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적응은 익숙해지거나 참아내는 것과는 다르다. 적응은 창조적인 가능성을 열어준다. 우리 가족이 서로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가족이 서로 아주 깊고 의미있게 연결되어 있다는것을 발견했다.


- 언제부터 우리가 잠을 믿지 않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우리가 잠을 '완벽한 시간 낭비'나 '죽었을 때나 하는 일'의 사이쯤에 있는 걸로 여기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밤을 되찾을 시간이다. 우리는 잠을 자야한다.우리가 좀 덜 짜증내고, 덜 신경질부리고, 덜 피곤하다면 세상은 훨씬 살기좋은 곳이 될 것이다. 나는 잠의 힘을 믿는다.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순전히 깊이, 편안히 자는 잠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전히 단절시켜준다.


-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자가 말하고 나서 평균 18초가 흐르면 의사들은 말을 끊고 끼어든다고 한다....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진단이나 검사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치료와 진찰의 핵심이다. 나는 경청이 가장 강력한 약이라는 것을 믿는다.


- 업무에 필요한 단어나 법칙들의 세상을 떠나, 눈으로 보고 코로 감지할 수 있는 평범한 세상에 내 인생의 닻을 내리기 위해 나는 개를 기른다. 개를 산책시키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내 머릿속에서 벗어나 예상치 못한 작은 기쁨들로 가득한 현실세상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개는 내가 일,시계, 컴퓨터, 전화기라는 이름의 벽에서 벗어나 냄새와 색깔, 뜻밖의 발견이라는 세상으로 들어 갈 수 있게 해준다. 개는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삶에 브레이크를 걸고 주변의 소소한 기적에 눈 돌리게 해주는 개 산책을 믿는다. 나는 정처없이 거니는 것을 믿는다. 나쁜 지금이 개를 산책시킬 시간이라는 것을 믿는다.


-검사가 언제나 상기해야 할 것은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이다. 포드를 훔치든 캐딜락을 훔치든 같은벌을 받아야 한다.매춘부를 강간하는 것과 교외에 사는 주부를 강간하는 것은 같은 관심을 받아야한다. 마약 중개인을 살해하는 것 역시 촉망받는 유명인을 살해하는 것과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내가 믿는 것이며 오늘날까지 나를 이끌어준 것이다 : 모두가 포함된다


이 책의 목차를 다시한번 보면서 책을 쓰다듬었습니다. 인류애(Humanity), 정의(Justice), 행동(Activity), 자신(Myself), 가족(Family), 신성함(Holiness), 영혼불멸(Immortality)등 일곱 개의 큰 프레임안에 꺠알같은 사연들이 촘촘히 박혀있었지요. 이 책속에 나오는 회장님부터 알바생까지 그들이 겪었던 일들은 어쩌면 나,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냥 지나쳤던 작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을 사소히 넘기지않고 그 안에서 그들은 평생의 신념을 발견했고,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 삶에 있어 얼마나 커다란 힘이 되는지 그 의미를 진정성어리게 알려줬고요.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는 '신념' 이 지식인들의 특권인 양 고리타분하게 들렸는데 이 책 <내가 믿는 이것>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다시 한번 찾아보고, 내 안의 신념을 깨워봐야겠어요. 여러분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언제인가요? 당신이 죽을때까지 지키고싶은 신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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