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13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살면서 무언가 훔쳐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음... 뭐라구요? 아, 네~ 흠흠, 당신은 너무도 반듯한 삼각자같아서 그런 비도덕한 일은 해본 적 없다고 절 흘겨보시는군요. 물론 달리는 트럭에서 미니쿠퍼 요트맨을 훔치거나 청와대 창고에 들어가 도청기를 훔쳐본 적은 없으시겠지요. 하지만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구멍가게에서 쫀디기나 아폴로 딸기맛을 훔쳐본 적 진짜...없나요? 엄마지갑에서 동전을 훔쳐본 적도 진짜진짜 없어요?  정 그러시다면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훔쳐본 적도 진.정. 없.답.디.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언가를 훔치고 싶은 그런 '순간'들이 있었잖아요.

 

이 책<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어느 날 아빠가 사라졌다. 우리집도 사라졌다. 엄마와 나, 내 동생에게 남은 것은 자동차 한 대와 1g의 용기뿐.' 이라며 비장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무언가를 훔치는 방법에 관해 능청스럽고 탁월하게 정리(?)를 해주고 있습니다.

 


 

머릿속에선 모든 계획이 더없이 완벽했다.

 

개를 훔친다.

전단지를 발견한다.

개를 집으로 데려간다.

사례금을 받는다.

행복하게 끝.

 

똑똑한 여주인공,조지나의 노트에는 이런 전략이 적혀있습니다. 물론. 공범자 토비의 활약도 대단하죠.

 

"얘가 배고파지면 어떡해?" 토비가 계단 아래에서 소리쳤다. 배고파진다고? 이런, 그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내가 놓친 것을 토비 녀석이 생각해내다니, 젠장, 젠장, 젠장.

 

사건이 복잡해질 때마다 보라색표지의 전략노트는 업그레이드됩니다. 조지나가 연필끝을 잘근잘근 씹으며  '개를 훔치는 완벽한' 전략노트를 수정하는 걸 훔쳐보는 재미는 정말 쏠쏠하죠. 아니, 오히려 고맙습니다. 저는 사실, 집이 없어서 맥도날드에서 세수를 하고 옷에서 냄새난다고 놀리는 친구들사이에서 입술 꾹 깨물고 버티는 조지나때문에 왈칵 눈물 쏟곤 했는데 이 보라색노트만 나오면 눈물이 그치더라고요. 예전에 저도 부서진 가족의 시절이 있었는데 그 화장실없는 집에서 살아야했던 기억때문에 더 절절했을지도 모르죠.

 

이 책의 저자,바바라 오코너는 알고보니 청소년문학의 베스트셀러작가라고 책뒤에 나와있더군요. 온갖 상을 수상한 이력이 찬란합니다. 그녀의 위력은 등장인물중에 미운사람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있고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지나와 무키아저씨나 카멜라아줌마나 토비나 모두 밉지않아요. 심지어 토비엄마는 힘들면 소리도 지르고, 아이들에게 짜증도 부릴 줄 아는 무척이나 피곤한 엄마입니다. 대문으로 가난이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도망간다는데 토비엄마는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게 느껴집니다.심지어 표적이 된 개, 윌리까지도 좁은 베란다에 갇혀있으면서도 엉뚱하고 발랄하니 말 다했죠.

"때로는 말이야,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 세손가락으로 무키아저씨는 무심히 말합니다. 이 책을 보신 분 만 아시겠죠?(스포일러 될까봐 더이상의 줄거리는 없습니다.^^) 나쁜 상황이 꼭 나쁜 마음만을 불러내는건 아니라고, 그 순간을 기다려주고 스스로 선택하게 기다려주면 그 나쁜 상황은 때로는 성장의 시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좋은 가르침이 잘 물들어있어서 더욱 이쁜 책입니다.

 

나는 비혼자이지만 졸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싶은 로망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 애가 엉뚱한 거짓말을 하거나 우리 조카가 가출해서 우리집에 오면 이 책을 꼬옥 읽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잠자기전 말고 낮에 읽어주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왜냐고요? 다음 장면이 자꾸만 궁금해서 단숨에 읽어버릴수밖에 없는 책이거든요. 설교를 하거나 단정을 짓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결정하게 시간을 주는 것! 비단 이런 것이 어린이에게만 해당될까요? 사실 연인이나 직장상사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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