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을 가장 쉽게 울릴 수 있는 화제가 뭔지 아세요? 바로 '어머니'라고들 하더군요.

어머니를 떠올리면 아랫배에 힘을 주고 있어도 별겯듯 심장 아래쯤이 뭉근해집니다.

세상 풍파에 으쌰으쌰 눈물근육을 단련했다해도 어쩌지 못하네요. T.T

 

멍하니 이 책 <엄마라는 여자>라는 제목만 보고 있어도 마치 뒤에서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알미레나가 튀어나와 아리아 '울게하소서'를 부르는 듯 하더라구요.

그래서 읽은 지는 한참 되었는데 서평을 못쓰고 주저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드디어 용기내어 봅니다.

 

 

이 책<엄마라는 여자>가 그렇다고 부모생각에 속수무책으로 오열하게 만드는 최루탄일까요?

절대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책은 만화가이자 수필가인 마스다 미리의

상큼하고 명랑한 책이거든요. 그녀가 바라본 '여자'로써의 어머니가 사랑스럽게 등장합니다.

중간중간에 텍스트가 아니라 아래처럼 만화컷들로 만나는 엄마와 딸은

마치 꽁돈이 생긴 것처럼 얼마나 재기발랄하게 미소가 번지는데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한국의 어머니와 일본의 어머니는 왜이리 비슷할까요?

이 책을 읽으며 일상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아주 사소한 어머니의 습관과 취향과 행동들이

책속에 고스란히 투영되는데 저는 나의 어머니와 오버랩되어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한평생 오롯이 내편이었던 여자.. 네, 맞아요.맞아!

 

이 책은 마법같습니다. 읽을 때는 배시시 웃으면서 '똑같네,똑같아!' 하면서 읽게 되는데

책장을 덮고나면 어머니와의 추억이 뭉게뭉게 되살아나 아결한 애정의 켜가 자랍니다.

 

의사들도 포기한 딸을 끌어안고 울며 기도하던 어머니.

그렇게 기적적으로 살려내서 금이야 옥이야 키워준 어머니.

여자가 요리잘해봐야 솥뚜껑 운전사밖에 더 되냐고 설겆이도 안시켰던 어머니.

그럴 시간에 책이나 한 자 더 보라고 방으로 방으로 떠밀던 어머니.

 남자가 부엌일 잘해야 사랑받는다며 남동생만 시키시던 어머니.

좀 더 미래에 태어났어야 세상이 더 알아주었을 텐데 하시며 다독여주시던 어머니.

결혼안한다고 타박하는 친척들에게 내 딸은 현대여성이라며 편들어주시던 어머니.

삶의 방식이 이해가 안되었을텐데도 한결같이 말없이 지켜봐주시는 어머니.

 

그렇게 어머니는 나를 먹이고 씻기고 어엿한 여자로 키우셨고

색깔과 노래, 언어등 내가 처음 사랑한 것들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제 아무리 다르게 살겠다고 주먹 불끈 쥐어도 어머니란 존재는

제 피부아래로 조용히 스며들어 닮아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결심 하나 했어요. 앞으로는 어머니를 한떨기 여자로 바라봐야겠어요.

 

멀리 있으면 희고 연약해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외로워 보이는 당신.

내가 세상일에 부쳐 힘들다고 주눅이 들어서 눈물이 되어 흐르면

내 등 뒤에서 온새미로 비를 맞아주던 당신께 이제부터는 여자 대 여자로 손잡아드릴께요.

이 책< 엄마라는 여자>를 만나 다시한번 마음자락 단도리질하게 되어 기쁩니다.

 

갈무리는 로맹가리의 소설중에서 떠오른 문장으로 끝맺음 하려고 해요.

 

나는 인생의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 숨겨진 은밀하고 희망적인 논리를 믿고 있었다.

나는 세상을 신용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부서진 얼굴을 볼 때마다 내 운명에

대한 놀라운 신뢰가 내 가슴속에 자라남을 느꼈다. 전쟁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나는 항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느낌을 가지고 위험과 대면하였다.

어떤 일도 내게 일어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이므로...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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