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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마워, 듀이 - 도서관 고양이가 건네는 위로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걷는책 / 2011년 12월
평점 :
그러니까 2009년도에 전세계 서점을 휩쓸고
영화까지 만들어진 도서관고양이, 듀이가
사람들을 엄청 울렸다는 정보는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읽어보진 못했어요. 저는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1인이었으니까요. 이번에
듀이의 작가이자 도서관장님이셨던 비키
마이런의 두번째 후속작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눈이 반짝거렸죠. 물론 저는 여전히 강아지랑 부대끼며 살고 있으나 지금은 좀 더 마음이 커졌는지
이제는 고양이든 개든 상관하지않고 환경과 동물에 관한 어떤 것들도 다 관심이 가더라구요.<정말 고마워,듀이>에도 듀이의 사진이 있긴
하지만 너무 흐릿하고 더 잘 보고싶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조각상이 있는데 요로코롬 생겼네요.참 순해보이고 몽실몽실하죠? 이름도 '듀이 리드모어
북스'라니..역시 도서관의 수호신같아요.

이 책은 듀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듀이처럼 고양이와 인간이 서로를 변화시킨 뭉클한 실화들 9개가 묶여있더군요. 20년을 살았던 듀이가 죽고나서 듀이의 팬들로부터 수천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 사연중에서 골라 골라서 비키 바이런이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죠. 이 9가지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외롭거나 이혼과 소외감, 전쟁과 상실로 인해 상처받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기적같은 사랑을 만나고 거기에서 치유되며 강해지고
있죠. 또하나의 특징은 바키 마이런이 그 주인공들과 그들이 성장한 지역,그리고 듀이와의 연결고리를 잘 이어나가는 탁월함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 케이블방송의 '평행선이론'처럼 어찌 그리도 근사하게 공통점을 찾아내는지 신기해요.
고양이와 결혼했다는 에피소드는 '마시멜로'란
고양이가 나오고, 진공청소기를 대도 가만이 있어서 고양이털관리를 받는 순딩이,'타비타', 또 고양이가 죽었을때 대신 유언장을 보내주던 수의사와
못된 집주인떄문에 32킬로나 떨어진 곳에 버려졌을때도 3주나 걸려서 주인을 찾아 돌아온 '스푸키'와 뒷다리로 서서 앞발을 흔들며 멋진 광란의
가라데댄스를 추는 고양이, '미스터 보브 키튼스경'은 또 어떤가요. 모두 대단합니다.그러나 이 책에서 주인공은 확실히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 9개의 에피소드들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않은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또 기억나는
게 '쿠키'란 강아지를 키우는 린다의 이야기입니다. 린다가 아플때 그 고양이도 털이 갑자기 많이 빠지죠. 린다는 급히 병원에 데려갑니다.
진찰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죠. 의사는 심리적인 문제인것 같다고 린다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지나치게 하는 것일수도 있다고 말하죠.린다는 이해가
안되어 이렇게 고민합니다. '내가 이러한 신뢰를 얻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있었던가? 내가 이렇게 열렬하고
진실한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사실 저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이사준비때문에 우리 슈만이랑 클라라를 2달간
애견호텔에 맡긴 적이 있거든요. 그 곳은 푸른잔디와 넓은 운동장,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곳이었고 매일 정기적으로 뛰어놀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슈만은 등짝에 축구공만하게 털이 왕창 빠져버렸습니다. 오랜만에 저를 만난 날, 슈만은 깊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눈물이 고이는데 정말 그
추레한 등짝과 눈물이라니..잊을 수가 없죠.
처음에는 단지 '고양이'에 지나지않았는데
그들은 십수년을 함께 지내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위안을 받습니다.단순히 걸어다니는 털달린 미술작품이 아닌란 걸 깨닫게 되죠.하지만 고양이를
사람으로 의인화하거나 과장하지않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그렇게 담백하고 겸손한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다른 생명체와의 교감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요? 앞으로 저는 길고양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실 길고양이들이 뚱뚱한게 하도 쓰레기통을 많이 뒤져서 그런게 아니라
물을 못먹어서 부은 거라던데...앞으로는 물도 사주고 소세지도 사줄까봐요^^

특히 번역한 분이 예전에
방송에 자주 나왔던 연극인이자 동시통역사인 배유정씨였어요. 너무 반갑더라구요.목소리가 참 차분하고 나즈막하니 좋잖아요. 이분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사고방식이 참 독특하고 열려있으시더라구요. 요즘엔 왠 안나오시나..궁금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더욱 좋았어요. 번역도 아주 매끄럽게
잘 해주셨더라구요. 아, 그리고 이 분도 7마리 고양이와 살고 있으시다니 왠지 더 정이 가더군요^^
아래 영상은 예전에 본 폴란드의 길거리
cctv예요. 지나가는 한남자옆으로 세마리의 고양이가 후다닥 뛰어가죠. 이후에 다른 한마리가 나타나는데 갈림길에서 친구들이 어디로
간지 몰라서 머뭇하다가 그 남자를 쳐다봐요. 그 남자는 대수롭지않다는 듯이...ㅎㅎㅎ 하여간 보시면
압니다. 인간과 고양이의 교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하루였네요.따스한 책이예요.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