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정치 - 혁명 전통의 잃어버린 보물
제프리 골드파브 지음, 이충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요즈음 나온 경영총서중에는 감성마케팅과 디테일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책들이 눈에 많이

띄더군요. 이제는 사회학과 정치에서도 같은 논리로 접근하고 있어 반갑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정치 앞날에 대해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이 책의 저자 미국의 사회학자 제프리 골드파브는 민주주의 또한 마찬가지로 자잘한 일상안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1960년대 말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벌어졌던 사건들, 1989년의

루마니아 혁명과  2001년 911 테러, 그리고 2004년 미국에서 일어난 반전 운동과 민주당의 하워드

딘과 <무브온>이 했던 대선 운동 같은 굵직한 사건들에서 근거를 보여주고 있네요. 그리고 작은 것들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 자유에 관한 아렌트와 고프먼의 논제를 종합하고, 정치문화에 대한 푸코의

논의와 비교한 다음 그 차이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방법론을 쓰고 있습니다.

 

제프리 골드파브는 이 책, <작은 것들의 정치> 에서 정치 기존 프레임에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되는 그런 투쟁은,국가와 초국적 기업의 힘을 통제하고 개인의

신념이 갖는 힘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상황적 현실이라는 작은 일상의 공간

에서부터 공유된 변화에 입각해 행위가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강조합니다.뭐, 어렵다고요?

 

음...우리 주변에는 사실 정치허무주의가 하도 퍼져있어서 '바위로 계란치기'라 부딛혀봐야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들 말하지만 제프리 골드버그는 파워풀한 로또 한방같은 통계나

수피나 정책을 말고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보려는 일상적인 시도들이 켜켜이 쌓여야 가능하다는

얘기인거죠. 공산주의와 반공주의, 테러와 반테러등 거대한 가치의 충돌을 관찰한 그는 우리

대중이 일상 속에서 벌이는 자발적인 상호작용을 공적영역화하여 거대한 충돌의 근원적 힘이

만들어내면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곧, 우리가 지인들과 밥을 먹는 식탁앞에서,책방,

공연장,살롱,공장,학교,인터넷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사적이고 내밀한 대화, 토론, 수다들이

공적이면서 작은 정치의 장으로 변하는 하나의 단초라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생각해보건데 우리의 가카가 주요 언론사 사장들을 제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다 갈아치우고,

집회때마다 공권력을 동원하고, 아예 대단위로 모일만한 공간을 시멘트를 칸칸이 분리해 나무를 심어

놓아 눈과 귀를 다 막는 것은 바로 공식적인 공간에서 공식적인 이데올로기를 강요해 착한 시민으로

만들려는 것일텐대요. 우리는 트위터나 다양한 인터넷 공간에서 이 상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 글을 읽고, 다른 생각을  알게 되었고, 내 생각과 다른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상황을 재정의

한 후 변화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그 예가 바로 '세계 유일의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  <나는

꼼수다>가 애플사의 미국 앱스토어 팟캐스트 시사분야에서 1위를 하는 이유이고 <닥치고 정치>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작은 것들의 정치 아닐까요?.

 

이런 함의는 제가 대학때 학생운동을 포기하고(제가 쓴 대자보는 뜯기고 선배들에게 끌려가 따귀를

맞았었죠) 시민운동 단체에 찾아가 관련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의 동기와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니까 제프리 골드파브의 메시지는 크게 센세이션하고 참신한 이야기는 아닌거 같아요.

 

 
 
 

제가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이런 의문이 생기더군요. 다 맞는 얘기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것들의 정치가 확산되지 못하고 비실비실 거리다가 꺼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촛불집회, 대단하지않았나요? 전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뜨거웠는데 왜 3년이 지난 지금도

이다지 변한 것이 없을까요?

 

뉴스를 틀어보면 요즘에는 전세계가 핵심주동자를 알수없는 反월가시위로 들끓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토론회에서는 자신의 정책구상을 늦터져라 차근차근 설명하는 박원순과

상대방의 논리를 핥퀴는 방식으로 끌고가는 나경원의 토론방식에 말도 많습니다.

 

정치얘기를 안하는게 에티켓으로 통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런 몇가지 궁금증만이라도

서로 토론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런 소소한 것들이 공적 영역을 만들어내고 제도화되고

그렇게 역사의 물줄기를 점진적으로 바꾸길 희망하며 줄이겠습니다.

 

아, 역자가 문장마다 친절하게 주석을 많이 달아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어내려가지 못하고

너무 어려웠습니다. 일반인들이 많이 읽고 희망을 가졌음 좋겠는데 좀 안타깝더군요.

하여간 잘 읽었어요. 요즈음에 저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시의적절한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