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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시지는 언어의 재앙일까? 진화일까?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이주희 옮김 / 알마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 <문자 메시지는 언어의 재앙일까? 진화일까?>는 데이비드 크리스털이라는 언어학자가 쓴
책으로 표지가 친근감있고 무엇보다도 우리 실생활속의 소재인지라 과감하게 제가 운영하는
독서토임의 책으로 선정하여 함께 토론을 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영문학을 전공해서 이 책속에 소개되는 문자 메시지의 음운학적인 해석이나 그외
자음과 모음, 각종 언어법칙에 대해서 그리 어렵지않았지만 이공계를 전공한 분들은
이 책이 너무 전문적이었다고 토로하시더군요.
하지만 이 책에서 데이비드 크리스털이 펼치는 문자 메시지에 대한 시각은 그동안 기존미디어에서
언어의 파괴라고 징징거리며 위협하던 시각과는 정반대의 참신함이 숨어있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웨일즈대학의 언어학 명예교수이며 언어학에 대해 1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한
노땅이시기에 더욱 기분이 좋더군요. 이 분이 얘기하는 근거로는 문자메시지에 사용되는 언어의
변화가 그리 파괴적이거나 후퇴가 아니라고 조목조목 설명해주시는데 적어도 많이 쓰이는 약어나
이녀셜을 만들려면 먼저 기존언어의 발음과 스펠링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해야
하며 여러가지 철자가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하고 무엇보다도 시각적 기억과 상상력을 갖춰야만
가능하다는 주장을 여러가지 연구결과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러니 문자메시지의 약어와 은어를
잘 쓰는 청소년들은 이미 표준 철자법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는 거죠.
그래서 문자 메시지는 인간의 창조적인 언어학적 능력을 보여주는 소규모의 진화라는게 저자가
말하는 결론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많이 공감하고 수긍하게 되더군요.
특히 세계 각국의 문자 메시지를 보니 우리나라의 디씨갤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처럼 언어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기발함에 혀를 내두르며 너무 즐거웠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변형된 문자 메시지는 영어권 나라나 우리나라나 다름없이 세대차이를 격하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청소년들이 신문의 사설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 한문공부를 하듯이, 우리 어른들도 아이들의 언어를 좀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매번 제게 문자메시지를 보낼때마다 어디서 공부하셨는지 영어권의 창조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내시는 저희 아버지의 센스에 감탄하면서 저도 조만간 아버지께 이 책에서 배운 놀랍고도
센스있는 답신을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이런 노력이 세대간의 갭을 좁히는
방법이고 그것이 우리말을 사랑하는 방법이고, 또한 제가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간접적인
표현방식이 되겠지요.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뒷부분에 별책부록처럼 10여개국의
변형된 문자메시지의 예가 나오는데 한글이 없어서 넘 아쉬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