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음, 전용성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시절. 처음 미술관을 갔을 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낯설음과 고요함. 그리고 큰 액자 속에 있는 그림들은
무언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나는 '그'에게 대답이라도 하려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계속 찾아갔다.
현란한 색깔과 선, 그리고 질감으로 이루어진 한 편의 그림은
그 첫 만남에서 그런 방식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림들은  관찰의 대상이었고, 소통을 원하는 관계의 대상이었다.

그간 <남자 vs 남자>, <사람 vs 사람> 등을 저술했고
한겨레와 같은 매체에도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는 그녀.
<젊은 날의 깨달음>을 통해 그녀의 인생의 단면을 훔쳐본 적이 있는
정혜신 선생님의 신간 <마음 미술관>이 나왔다.

전용성 화백의 그림에 자신의 글로 한 장 한 장 곱게 채워진
이 책은 깔끔하고 밝은 느낌과는 다르게 그 글과 그림으로 활자화된
한 장을 넘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마음 미술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는 또한번 초등학교 시절
처음 접한 미술관으 느낌 그대로를 이 책에서 받았다.
그림을 한참을 '주시하다가' 정혜신 선생의 글을 읽고는
다시 그림을 한참을 '읽는다'. 그리고 멍한 채로 시야를 어둡게 하여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본다.

이 책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하나의 묵상집이다.
하지만 무겁지 않다.
책을 읽는 동안에 사뭇 진지해질 수 있는 순간에
정혜신 선생의 위트나 익숙한 상황, 영화, 시, 드라마들을 언급할 때면
나도 모르게 접혔던 미간이 웃고 있을 때도 있었다.
너무 급하게 읽지 않고 한 자 한 자, 한 그림 한 그림 넉넉한 마음으로
읽는다면 이 책은 읽는 이들의 내면에 하나의 보양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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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부터 '지식'이란 말은 비교적 건조하고 냉정한 의미로 쓰였다.
이에 반해 '지혜'란 말은 뭔가 따뜻하고 배려감이 느껴지는 단어 같았다.
그런 이유로 본서 지식e는 처음 나왔을 때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이 책이 EBS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정리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EBS에서 간혹 보던 이 시리즈는 잘 짜여진 구성과 감동적인 음악
영상, 그리고 글들의 조화로움으로 인해 잔잔한 감동을 주었었다.
이러한 영상물이 책으로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실 그 감동이 활자화된 책에서도 잘 전달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펴드는 순간 이내 그건 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영상에서 보았던 것들보다 더 깊이 있게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특히 말미에 있는 도서 목록은 그 문제에 있어 더 자세히 파헤칠 수 있는
유용한 '지식'이 되었다.

이 책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은 여기까지로 한다.
그리고 서문에서 진중권이 쓴 말을 인용하며 마치려고 한다.
"속좁은 이해관계를 넘어서 정말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반드시 갖추어야 할 '앎'들이 있다.
이 책에 모아놓은 것은 바로 그런 종류의 앎들이다.
흔히 우리는 그런 앎들을 '성찰'이라고 부른다. (중략)

이 책은 무관심의 매립장 속에서 너무나 가볍게 버려진
이 모든 소중한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구제하고,
그로써 우리가 스스로 손상시킨 인간성을 다시 회복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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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빠 2008-06-0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e>에 관한 설문조사로 도움을 받고 싶은데요
http://blog.naver.com/image2two 에 오셔서
내용을 확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가톨릭 신부 중 헨리 나우웬이란 사람의 <상처입은 치유자>란 책이 있다.
이 책의 요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상처를 입은 사람만이 타인의 상처를
볼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자신의 상처를 싸매면서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고
다가가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서에서 저자는 자신에게 있었던 고통스러웠던 과거들에 대해
적나라한 서술을 아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손자이자 자폐증세를 보이는 샘에게 그의 인생에
도움을 주고자 꺼낸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학습장애를 딛고 상담가로의 인생을 시작할 때 즈음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에 이르게 된다. 그 가운데 이혼, 그리고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그의 소중한 딸이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가 자폐아 판정을 받게된다.
이에 저자는 손자의 상황에 마음 아파하다가 이 아이에게 편지를 쓸 결심을 한다.
이 아이에게 정상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의 의미와
충고 그리고 격려들이 담긴 편지를 4년에 걸쳐 쓰게 된다.

본서는 그런 책이다. 상담 사례들이 등장하고 자전적인 이야기가 쓰여졌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 사람에게 애정어린 격려와 충고의 글로 가득하다.
때론 눈시울이 붉어지고 때론 나에게 상황을 대입시켰을 때
예리한 칼처럼 마음을 도려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치 엘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이후 참 훈훈한 책을 만났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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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블루스 박스세트 (7disc) [특가판매] - 일반판
마틴 스콜세지 감독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더 블루스, 거장들의 블루스 로드 트립

마틴 스콜세지, 빔 밴더스, 마이크 피기스 등 거장 감독들이 블루스를 말한다.
로드 무비 형식으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 영화 시리즈인 본 영화들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도 상영된 바 있으며 매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영화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마틴 스콜세지의 <고향에 가고 싶다>와 빔 밴더슨의 <소울 오브 맨>만
보고서 미쳐 있었다가 이렇게 전집을 저렴하게 구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ㅜㅜ

흠이 있다면 할인 DVD 중에 표지에 파격적으로 "다우리 파격할인"이라고
프린트되어 있는 DVD 세트는 거의 처음인 듯 하며 개인 소장용으로는 별 무리가 없겠으나
선물용으로 구입했다면 좀 낭패를 볼 듯도 하다. 뽀대가 안나는 이 컨셉은 누구의 것인지.

어쨌거나 이런 포장의 문제에 개의치 않는다면 나는 반드시 구입해야 할
목록에 이 DVD 세트를 추천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재즈를 비롯한 미국 음악의 한 축이 되는 흑인 연가, 블루스의 뿌리를 돌아보고
그것을 통해 미국의 배경들, 그리고 음악의 사회성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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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 - 차베스의 상상력, 21세기 혁명의 방식 새사연 신서 2
김병권. 손우정. 안태환. 여경훈. 이상동. 정희용. 한우림 지음 / 시대의창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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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정권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의 개혁은 신자유주의 체계의
견고함으로 그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여겼던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도전을 주고 있다.

특히 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그 독립적인 연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고 있는 우리 나라의 많은 진보 지식인들도
베네수엘라의 개혁을 주의깊게 연구하고 있다.

본서는 새사연이 야심차게 기획한 것으로 베네수엘라 혁명의 모든 것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베스 정권의 혁명 진행과 그 분석을
치밀하게 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내용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진보적 지식인이면서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유시민 전 장관의
<대한민국개조론>과 입장을 비교해가며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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