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문학동네 동시집 7
김륭 지음, 홍성지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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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륭 작가의 첫 동시집은 세상에 숨어 사랑하는 것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몰래 찍은 사진처럼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사람들(사물들)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마음이 시 속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툼과 미움, 그리움과 사랑을 나누는 ‘관계’들이 모난 부분을 감추지 않고 작가의 싱싱한 문장 속에 즐겁게 손을 잡고 있다. ‘염소랑 소랑 둘이서/ 병든 할아버지 농사일을 돕고 있어요/ 허리 펴지지 않는 할머니 흘끔거리며 -『염소랑 소랑 둘이서』부분’, ‘눈사람이 엉엉 울면서 데려온 꽃들이 미워질까 /밤새 콜록콜록 꾀병을 부립니다 -『꽃 피는 눈사람』부분’ 몰래 힘든 할머니의 일을 돕고 있는 염소와 소의 모습, 봄이 오면 눈사람이 엉엉 울면서 떠날까 겁이나 꾀병을 부리는 모습 등 ‘아이들의 시선을 그림책처럼 빌려’ 담은 동시들은 쉽게 지나치고 마는 삶의 따뜻한 단면을 담고 있어 슬쩍 입가에 번진다, 그 분홍색의 아름다운 물, 향수鄕愁. 또,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에서는 쥐약을 잘못 먹고 죽은 도둑고양이를 불쌍해하며 죽어서는 배고프지 말라고 헌 프라이팬에 담아 나무 밑에 묻어 준다. 이같이 작가의 동시 대부분에서 만날 수 있는 대상을 배려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은 낯선 표현들마저 편안하게 만든다.
  사물과 소통하는 시선이 이 동시집의 특별함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몰래 마당을 쓰는 빗자루’나, 온몸에 눈물을 달고 있는 ‘선인장’, ‘비가 오는 날이면 엉엉 우는 빨래집게’ 등은 우리가 쉽게 놓치는 주변 사물과의 인상 깊은 소통의 모습이었다. 작가는 학원과 공부 일로 놓쳐버리는 소통의 대상, 주변사물들을 꼼꼼히 헤아려 아이들에게 ‘이것도 좀 보렴, 너에게 말을 거는 사물들의 모습을 말이야.’하고 말을 건넨다. 낯설지만 퍽 재미있다. 주변에 숨어 나에게 말을 거는 것들. 꼭 숨은그림찾기 같다.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물들이 꼬리를 물고 길게 줄을 선다.
  이 동시집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 동시집에서 만날 수 있었던 할머니 손 같은 시들과는 다른 지금 우리를 담고 있는 시. 빽빽한 도시 건물들 속에 숨어 있는 거미가, 파리가, 개똥참외가 낮달이 주는 반가운 만남들. 하늘을 다 가린 도시 건물 어느 골목길을 지날 때 만난 새 한 마리의 푸드덕거림이 그 이후의 시간을 바꿔놓는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시집을 읽고 나면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학교보다 넓은 세상이 있고 친구만큼 너를 즐겁게 하는 무엇이 그 세상 곳곳에 숨어있다고.
  아이가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다 넓혀줄 수 있는 책,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다 넓혀줄 수 있는 책이었다. 아이와의 소통이 어려운 부모에게 아이와 나란히 앉아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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