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최명렬 지음 / 동아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권이재(34) - (주)이룸 사장

서리우(28) - (주)이룸 경영지원팀 대리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존재. 그게 저에요. 난 열렬한 사랑 같은 거 원하지도 하고 싶지도 않아요. 난 편안한 사람이 좋아요. 봄볕처럼 따뜻한 사람이 좋아요. 사랑을 해야 한다면, 난 그런 사람을 사랑할래요. 그러니까 내 심장을 뛰게 하지 말아요." - she said.

어린 시절 불장난 같은 사랑으로 태어난 리우. 엄마의 호적이 아닌 외삼촌의 호적에 올라 28년을 이리저리 치이며 자라왔습니다.

혹시나 자신처럼 실패할까 봐 리우를 인형처럼 자신의 식대로 키워 온 리우의 친모.

그로 인해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한 명 만들지 못했고, 학원도 다니지 못했으며, 여중, 여고, 여대를 진학하며 구속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항상 자신을 구속하는 엄마가 미우면서도 자신으로 인해 엄마의 인생의 오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리우. 그래서 엄마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못 합니다. ​

호적상 친오빠의 결혼식. 하객들로부터 혹시나 이런저런 말이 나올까 봐 결혼식에  오지 말라는 집안 어른의 말씀.

동생으로도, 사촌동생으로도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리우. 일우재단의 일원이 되지 말아야 했던 그날, 리우에게 자유롭게 주어진 혼자만의 세상.

엄마의 인형으로 착한 딸이었던 리우는 다시없을 짜릿한 일탈을 하기로 합니다. ​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하는 곳에서 자유롭지만 씁쓸한 시간을 보내는 리우.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나 그녀의 일탈을 도와줄 남자, 권이재.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겁쟁이다. 모든 걸 혼자만 끌어안은 채 끙끙거리고 앓는다. 그 모습이 안쓰럽고도 사랑스럽다. 이미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음이란 이토록 쉬웠다.' - he said.

​원나잇 같은 건 이재의 취향이 아니었은, 그날따라 유독 자신의 시선을 끌던 여자. 다른 남자들 또한 이재와 같은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던집니다.

이재 안에 내재되어있던 본능을 끌어올리는 그녀. 나른한 눈빛으로 유혹하는 그녀에게 이재는 자신이 세워둔 원칙을 무시한 채 그녀의 유혹에 넘어갑니다.

​처음 만나는 여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전에 우연히 마주쳤던 리우, 그때도 쓸쓸한 모습으로 이재의 눈길을 끌었던 여자. 두 번째 만남에서도 화려한 모습이지만 그녀의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로 쓸쓸해 보이는 여자. 같은 여자에게 두 번이나 흥미를 느낀 이재. 하지만 그 두 번의 기회 모두 그녀의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없었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리우. 또다시 만날거라곤 생각지 않았는데, 그의 회사 직원으로 만나게 된 여자.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고 싶은 이재.

거침없이 다가가는 남자와 그런 남자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여자.

​최명렬 작가님의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이러니'는 전작들보다는 조금 진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무려 19금!

제가 읽은 최명렬 작가님의 작품은 맞선과 다향인데요. 두 작품 모두 가족들로부터 상처를 받는 여주인공 캐릭터라는 점이고, 그런 여주인공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남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두 작품 모두 재미있게 읽어서 이 번 책을 좀 기대했었어요. 하지만 조금은 아쉽네요. 이번 책도 가족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여주인공이에요. 전작들과 비슷한 소재여서 그런지 조금 김이 빠졌어요. 그래도 이야기는 술술 읽혔습니다.

강압적인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아주고 싶기도 하고, 그런 엄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리우. 그리고 그녀에게 거침없이 다가오는 이재에게 끌리지만 밀어내야 하는 리우.​

리우가 가지는 복잡한 감정들. 이재는 리우에 대한 자신의 끌림을 인정하고부터는 인정사정 두지 않고 리우가 자신을 보기를 원해요. 그런 이재가 끌리면서도 부담스러운 리우입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이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기 시작한 리우.

항상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말하지 못 했던 그녀가 엄마에게, 가족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항상 그녀를 집안으로 수치로 여겼던 가족들에게 뭔가 통쾌한 한방을 보여줬으면 했는데, 리우가 이재와 결혼을 함으로써 그저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많이 아쉬워요.

작가님 후기를 읽어보니 조금은 진한 사랑 이야기를 쓰시고 싶었다고 하시네요.

19금답게 씬이 종종 등장하지만 저는 진하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음란마귀가 씌었나 봐요ᅲ) 씬이 뭔가 두 주인공 사이에 중요한 장치가 되었던 장면이 좋았지만요.

​'아이러니'는 잔잔합니다. 리우와 리우 엄마 간의 갈등은 존재하지만 다른 조연들로 인한 갈등은 없어요. 남녀 사이에 또 다른 인물이 끼어들지 않아서 술술 읽혀요.

최명렬 작가님 표 상처받은 여주인공 그런 여주인공을 나무처럼 보듬는 남주인공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시길..!

'난 단지 나처럼 살기를 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낙인을 딸이 물려받지 않길 바랐을 뿐이었다. 멋모르는 나이에 남자를 만나 인생을 망치는 일을 딸이 할까 겁이 났을 뿐인데. 모든 것은 널 위해서인데!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니?'​ - 리우 母 said.

 

혹시나 자신과 같은 과오를 저지를까 전전긍긍하는 리우 엄마의 마음을 이해 못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거죠. 리우와 이재의 사이만큼이나 관심 있었던 부부이 바로 리우 엄마의 이야기에요. 그녀가 점차 변하는 과정이 저는 궁금하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실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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