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한약방
서야 지음 / 가하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서야님 글은 참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서야님의 글에서는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등장하는데, 제가 사는 곳이 전주여서 그런지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정겹더라고요.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은행나무에 걸린 장자'와 '삼거리 한약방'이에요. 한 개를 뽑으라 한다면 '삼거리 한약방'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서이준 (30) - 소담골 한방병원 침구과 한의사.

강늘뫼 (24) ​- 삼거리 한약방 강 원장의 애지중지 손녀.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있는 교동의 한옥마을. 그 안에 천사처럼 예쁘고 착한 여자아이, 아니, 여자가 있어요.

강늘뫼. 이름도 예쁘네요. 늘 산처럼 든든히 버티어 서있으라 뜻의 이름이라네요.

24살의 늘뫼는 또래보다 외모가 어려 보여요. 사실 외모만 그런 것이 아니라 ​늘뫼는 경계성 지적장애로 어린아이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요.

어린아이처럼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세상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한 여자에요.

그런 손녀를 둔 삼거리 한약방의 강 원장의 소원은 늘뫼가 좋은 짝을 만나 잘 살기를 바라는 건데요. 그건 아마도 늘뫼를 사랑하는 한옥마을 사람들의 소원일 것이에요.

강 원장과 죽마고우인 서울 소담골 병원의 편 원장은 매년 삼거리 한약방으로 의료봉사 차 방문 합니다.

이번 방문은 친 손녀처럼 여기는 늘뫼의 짝으로 살짝 찜해 놓은 인물을 데리고 내려왔는데요. 방문 첫날부터 찜해 놓은 놈은 안중에도 없고 애먼 놈한테 관심을 보이는 늘뫼.

 

서울 소담골 한방병원에서도 뛰어난 실력과 잘생긴 외모, 반듯한 성품으로 칭찬이 자자한 이준.

의료봉사차 방문한 삼거리 한약방. 그곳에서 예쁘고 천진난만한 늘뫼를 만나게 되는데요. 조금은 무심하다 싶은 이준이었으나 늘뫼에게는 자상하게 챙겨주네요.

호윤에게 한눈에 반한 늘뫼는 가슴속에서 불꽃이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의료 봉사 기간 내내 호윤에 거침없이 애정을 줍니다.

그 첫번째, 조랭이 오빠가 사준 토끼를 낼름 잡아 토끼탕을 해준다. 두 번째​,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삶은 계란을 많이 아주 많이 해준다.

늘뫼로 짝짝쿵하기 바쁜 호윤과 달리 묵묵히 자신을 일을 해내가는 이준. 그러던 중 어느새 의료 봉사 기간이 끝나가고, 소담골 의사들이 다시 떠나는 날.

SO COOL하게 이준과 호윤을 배웅하는 늘뫼. 그러나 그들을 향한 늘뫼의 말은 가슴 아프더라고요.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엄마, 아빠를 하늘에 보내 사람이 견디지 못할 이별은 세상에 없대요."

"그러니까 섭섭한 것도 견디라고. 시간은 언제나 흘러간대요."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간 이준과 늘뫼.

이준은 환자들을 보며, 늘뫼는 이준이 사주고 간 토끼들을 보살피고, 할아버지와 계란을 쪄먹으며 일상을 보내는데, 이준은 어느 순간 해맑은 늘뫼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때 등장하는 또 다른 남자, 문 명. 늘뫼의 사촌 오빠인 조령의 친구인 명은 가야금 명인인데요. 갑작스레 삼거리 한약방에 나타나 마치 주인 행세를 하는 명.

반찬 타박, 이부자리 타박까지.. 부리는 것이 몸에 밴 잘난 남자인데요. 그런 명이 늘뫼와 혼인을 하겠다 말하고, 늘뫼는 그날부터 신부수업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할 줄 아는 거라곤, 계란 닮기나 노는 것밖에 없으니.. 하는 것마다 엉망진창이고, 급기야 가출을 하고 맙니다.

늘뫼가 가출해 간 곳은 서울. 늘뫼의 가출로 한바탕 뒤집어진 삼거리와 소담골. 이준 또한 늘뫼의 가출에 불안한 마음과 늘뫼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고, 소담골로 찾아온 늘뫼를 껴안고 안도합니다. 그리고 결정하죠. 이 아이와 함께 해야겠다고..

 

소담골에서도 실력 있는 의사이고, 100년 전통의 혜빈당 장손으로 앞으로 가업을 이어야 했던 이준은 늘뫼를 만나고 ​정해진 것에 맞춰 살아왔던 삶을 훌훌 털어버리고 늘뫼와 함께하고파 삼거리 한약방으로 향하는데, 참으로 멋지더라고요.

 

"​이 아이가 없는 세상에서 예전처럼 살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이 무료하고, 시간의 흐름조차 지루해지는 그런 시간들…… 그것이 제게 남겨진 삶이라면 혜빈당쯤은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아이가 저를 바라는 게 아니라, 제가 이 아이를 바라는 겁니다, 할머니. 이 아이의 웃음이 탐나고 이 아이의 사랑이 고픕니다, 전."

"저를 둘러싼  삶이 그랬습니다. 그저 바꿀 수 없는 삶이라면 맞추어 살아보려 했는데 저 아이가 자꾸 욕심나고, 저 아이가 자꾸 그리워지고, 저 아이가 자꾸 궁금해지면서부터 잘 안 됩니다, 그게.​ 이런 게 사랑이라면…… 전 아마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뫼로 인해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준. 어린아이 같은 늘뫼가 이준과 행복해져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늘뫼가 이준과 결혼해서 혼자 남은 명이 조금 안쓰럽지만 그는 홀로 있어도 빛나는 사람이니까요.

이준이 들어온 삼거리 한약방, 늘뫼는 여전히 밝고 즐겁게 생활을 하고 있어요. 명과 함께 계란을 삶아먹고 놀러 다니느라 이준이 조금 피곤할 뿐이지만요.

 

항상 한옥마을에 놀러 가면 삼거리 한약방이 생각나요. 여고 앞, 분식집과 칼국숫집을 보면서 늘뫼가 이곳을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놀러 다녔겠구나. 좀 걸어가다 보면 삼거리 한약방 같은 문 닫은 한약방이 보이는데.. 여기서 금방이라도 이준과 늘뫼가 뛰어나올 것 같더라고요. 오목대 근처를 가면 늘뫼와 이준이 그들의 예쁜 아이 휘를 데리고 마실을 나왔을 것 같고 그래요.

삼거리 한약방이라는 책 속의 한옥마을은 고즈넉한 분위기지만 지금의 한옥마을은 느림의 미학을 잃어버린 곳이어서 조금은 슬프네요. 삼거리 한약방이라는 책은 해맑은 늘뫼와 그녀가 사랑하는 이준, 그녀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강 원장, 구수한 사투리의 솜래 할매, 딸처럼 예뻐해 주는 칼국숫집 아저씨, 이화 주막 아저씨 등 이웃 주민들로 인해서 더욱더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MSG가 들어가지 않은 착한 이야기라서 두고두고 읽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에요.

책을 읽고 나면 늘뫼에 동화되어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오고, 마음이 따뜻해져요. 이 가을, 쌀쌀한 바람에 훈풍을 넣어줄 따뜻한 이야기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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