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오아시스 1
나자혜 지음 / 가하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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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나자혜 작가님의 꿈꾸는 오아시스를 재탕하였습니다.

13월의 연인들을 읽고 나서 작가님의 필력에 감격한 저였어요. 

 

'꿈꾸는 오아시스'는 11년 전의 우연한 만남을 공유한 채 살아온 그들이 11년 후 상사와 그의 임시 비서직으로 만나

호텔 오아시스라는 곳에서 일과 사랑의 감정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지완과 수민에게는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어요.

그 상처 때문에 사랑을 하기에 앞서 주춤하게 되었지요.

책 속에는 지완과 수민이 사랑을 깨닫게 되는데 있어서 꽤 오랜 시간이 흘러요.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 시간 동안의 지완과 수민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됐더라고요.

 

거기다가 늙은 낙타 히미와, 다리 잃은 게 꾸미, 정원사 루파, 운전사 새미, 수민의 친구 유경까지

책속에 등장하는 것들 중 어느 하나 튀지 않게 잘 녹아 있었어요.

작가님이 참으로 예쁜 감성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히미와 꾸미를 통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신 것에서 마음이 간질간질 해졌어요.

늙은 낙타 히미와 다리 잃은 게 꾸미 때문에 코끝이 찡해지고, 새미와 루파의 사랑때문에 눈물이 났어요.

 

"모래사장에는 게스트들을 태우고 사진을 찍어주는 낙타가 있었습니다. 그 낙타는 사람들이 아닌 제가 살아온 시간을 들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푸른 바다 앞에서 제게 남은 시간을 태우다 노쇠한 몸을 이끌고 노을 속으로 걸었습니다.

낙타와 일터와 맞닿은 해변에는 게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다리 두 개를 잃어 절뚝거리면서도 기어코 바다를 누비는 게였습니다. 가혹한 삶을 묵묵히 감당해내는 뒤뚱거림이 대견하고 예뻤습니다.

그 정직한 삶과 불굴의 꿈을 제게 보여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친구로 남기 위해 낙타를 타지 않았고 느릿느릿 가는 게와 바다 끝까지 동행했습니다. 제가 갈림길 앞에서 주저할 때 그 사람이 제게 흔들려도 괜찮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절름거릴 때 그 사람이 제 중심이 되었고 제가 저를 믿지 못할 때 그 사람이 저를 믿어주었습니다." 지완이 할아버지에 보내는 편지 中

 

"지완씨는 대추나무 같은 사람인가요?"

"음?"

"바람에 흔들리는 사람인가 해서요. 나무는 흔들리니까 나무에요. 살아있으니까 흔들리는 거예요. 나무가 흔들린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잖아요."

"지완씨, 촛불 같은 사람인가요?"

"음?"

"흔들리며 타오르는 사람인가 해서요. 타오르는 한 촛불은 매 순간 흔들리잖아요. 촛불더러 흔들리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괜찮아요. 가끔씩 나무처럼, 촛불처럼 흔들리는 것. 나무가 흔들려야 바람을 받고 열매를 맺죠. 촛불은 흔들리면서 어둠을 밝히고. 지금은 지완씨가 흔들리는 시간이예요. 그것뿐이예요. 무서워하지 말아요."  수민이 지완에게 위로하는 말 中

 
그리고 여러 로맨스소설에서 등장하는 재벌집의 환경이 아니라 성북동 가족들은 되게 신선했어요.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하는 토요일.

각자 일을 분담하여 요리를 하고, 가족회의를 하고, 가정 화목기금을 만들고 과거의 상처를 묻고 행복하는 사는 그분들이 너무나 예뻤어요.

세상에 이런 가족이 어디있을까요? 부럽기만 합니다.

나중에 제가 결혼을 하게 되면 이렇게 화목한 가정에서 지혜로운 부모가 되고 싶네요.

주옥같은 대사들과 지문이 가득한 꿈꾸는 오아시스.

제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 동물들을 표현하신 작가님의 감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슈크란, 민지완.

슈크란, 이수민.

슈크란, 히미, 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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