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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뚱보 클럽 - 2013년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83
전현정 지음, 박정섭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평점 :
<유쾌한 긍정의 힘 - 은찬이의 성장동화>
비룡소는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중의 하나다. 쪼끄만 한 아이들 그림책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읽을 책까지, 다양하고 좋은 읽을거리가 많은 출판사다. 요즘 3학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뭔가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반갑게 신청한 책이었다. 3학년 아이들이 읽기엔 책이 좀 두껍지만 재미있는 삽화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듯하다. 책의 두께나 내용으로 보아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아진 4~6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책을 받아들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킥킥거리기도 하면서. 책의 삽화는 재미있고 이야기에 잘 어울려서 내용을 이해하고 상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주인공 은찬이가 정말 딱, 삽화 같지 않을까.
은찬이의 별명은 10인분이다. 자기 편 줄다리기를 우승으로 이끌고 아이들의 호기심으로 1:10으로 시작한 줄다리기에서도 이길 정도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은찬이는 뚱뚱한 자기 몸을 비하하거나 주눅 들어 있지 않다. 은찬이의 그런 당당함과 긍정적인 생각이 참 사랑스럽다. 그렇다고 은찬이가 좋은 집안에서 자란 엄친아인 것은 아니다. 격투기 선수였던 아버지는 마지막 경기 중 돌아가셨고, 비만전문모델인 엄마는 오히려 살이 쪄야만 하는 고민을 안고 살아가며(밤중에 부엌에서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마음 짠했는지!) 은찬이를 사랑해주는 할머니는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어간다. 그리고 은찬이가 좋아하는 친구 예슬이는 육상선수였는데 사고로 다리를 다쳐 장애인이 되었다. 책에 나오는 이들이 다들 한두 가지 아픔을 안고 살아가지만 누구도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긍정하고 걱정하면서 서로를 감싸고 그 힘으로 씩씩하게 살아간다. 은찬이는 예슬이 때문에 엉겁결에 시작한 역도이지만 할머니를 위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역도대회에까지 나가게 된다.
나 또한 엄마여서인지 은찬이 엄마의 모습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 것도 참 좋았다. 왜 은찬이 엄마가 은찬이에게 살을 빼라고 하면서 역도를 하는 것을 반대하는 지, 정작 왜 자신은 밤마다 살을 찌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공감이 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엄마의 힘듦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이해하고 아빠의 죽음이라는 자기의 상처 또한 극복하게 되는 은찬이의 모습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다.
( 한 가지, 작은 딴지라면, 그 얄밉게 행동하는 준영이가 교사 자녀라는 거. 요즘 엄마가 선생님이라고 이렇게 행동하는 아이가 있을까? 오히려 다른 학부모 눈치에 역차별까지 당하는 게 교사 자녀인데 말이다. 어쩌면 이것 또한 하나의 '편견'일 수 있지 않을까, 그냥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부족함마저 사랑한다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은찬이처럼 당당하게, 좀 뚱뚱해도, 좀 못생겼어도, 키가 작아도, 공부를 못해도 주눅 들거나 엉뚱한데 분풀이하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지만 부모님이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꼭 공부가 다는 아니라는 것을, 뚱뚱하고 공부를 못해도 잘하는 점이 있고 그것을 키워나가면 된다는 것을, 부모님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어도 아이의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줄 때 아이 또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