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흔든 대중음악의 명반 - 음반으로 본 서구 대중음악의 역사, 대중예술산책 02
임진모 지음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좋은 음반이란 어떤 걸까” 음악 감상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좋은 음반이란 대체적인 기준이 있다. 나 혼자만 듣는 게 아니라 남들도 함께 좋아하는 음악일 것이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음반을 들을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명반이란 뭘까, 라는 호기심을 갖기 마련이다.

여러 지면과 방송을 통해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가 쓴 [세계를 뒤흔든 대중음악의 명반]은 일반인들의 그런 궁금증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비평적 관점에 입각해 먼저 좋은 음반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 내린 후, 그야말로 전 세계 팬들과 비평가들을 사로잡았던 팝 명반 116장을 하나하나 소개해나간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책은 단순히 명반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명반을 통해 서구 대중 음악의 역사를 풀어나간다.

책 소개에 앞선 머리말에서 임진모는 음악을 이해하는 접근법으로 작품론을 으뜸으로 꼽으면서 “앨범은 음악가가 발휘하는 예술성의 결정체이자 미학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앨범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음악 작가들의 감각 시각 사상 등 '시대정신'이 투영되어있는 결과물”이라고 정의한다. 그와 함께 “예술성과 시대성을 축으로 음악대중과 음악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들을 선별했다.”라고 명반 선정의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고 있다. 벡의  [Odelay]나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 등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음반은 그런 근거에 의해 선별되었다.

하지만 그는 “예술성에 지나치게 치중하다 보면 그 시대상황을 읽기에 부적합하고, 반대로 시대성에 역점을 두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좋은 음반'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라고 한계를 지적하고 “대중들에게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환영받은 작품은 설령 명반이라 말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중요한 작품’”이라며 대중성을 강조하고 있다. 머라이어 캐리의 [Daydream]이나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Millennium] 같은 경우 그런 관점에서 선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대중적으로는 소외 받았지만 모든 뮤지션에게 영감을 준 전설적인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Velvet Underground & Nico]처럼 커다란 파급력을 지닌 앨범 역시 이 책에 포함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줄기는 ‘50년대 고전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Elvis' Golden Records]부터 2000년도 앨범인 에미넴의 [The Marshall Mathers LP]까지 고른 116장의 명반 소개지만 중간중간에 비록 명반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앨범들을 추가해놓은 것은 또 하나의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가령 스톤 로지스의 [Stone Roses] 편에서는 해피 먼데이스, 인스파이럴 카페트 같은 동시대 매드체스터 앨범들을, 소닉 유스의 [Daydream Nation]에서는 미국의 80년대 인디 음악들을 조망할 수 있으며, 프로디지의 [The Fat Of The Land]의 경우 다른 주요 테크노 앨범들도 덧붙여 놓았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단순히 앨범 하나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앨범의 컨텍스트나 당시의 역사까지 개괄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 마찬가지로 사이사이에 배치된 ‘국내 평론가와 음악인들이 선정한 베스트 팝 앨범’이나 [스핀], [NME], [모조], [Q] 등 해외 유수의 음악 잡지들이 선정한 명반 100선 같은 리스트도 음악 애호가들에게 보다 폭 넓은 준거를 제시한다. 

방송 도중 저자와 종종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여 듣는 이를 긴장시키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진행자 배철수는 소개 글을 통해 “저자와 오랜 기간 방송을 함께 하면서 저는 저자의 음악에 대한 엄청난 열정과 순수를 확인할 수 있었고 어느 순간에는 저자와 비교하여 심한 부끄러움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라고 고백(?)하면서도 “보석을 골라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그런 우리들의 수고를 덜어준 임진모씨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라며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너무 영미 팝과 록에만 치중되어 있는 점, 그래서 제3세계 월드뮤직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앨범이 있긴 하지만) 점 등 일말의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뒤흔든 대중음악의 명반]은 다른 여러 미덕들이 담겼으며, 이번에 재 발간된 그의 또 다른 저서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와 더불어 독자들의 팝 음악 듣기를 더욱 윤택하게 해줄 것임을 확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하나의 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와다 마카코 그림, 김난주 옮김 / 까치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외국 소설가 중 한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다. 나름대로 진보적이며 쿨하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가장 먼저 하루키의 책들을 꼽곤 한다. 초판이 나온 이래 10년 이상 줄곧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내놓지 않은 ‘젊은이들의 필독서적’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필두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을 둘러싼 모험] 같은 중편들과 여러 단편집, 그리고 소소한 수필집까지 한국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그가 그토록 사랑 받는 이유는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 속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취향과 외국에 대한 동경 같은 부분들이 끌렸다. 하루키의 주인공은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친구가 되고([상실의 시대]), 여름 내내 제이스 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오락기계의 아우라를 찾아 인생을 건다([1973년의 핀볼]).

 

그런데 하루키 소설을 읽다 보면 유난히 음악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중에서도 1960년대 록과 재즈가 주를 이룬다. 왜냐하면 소설가 이전에 그는 음악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서구 대중음악의 황금기였던 1960년대에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록과 재즈 애호가가 되었다. 때문에 음악의 매혹을 알고 있는 그는 자신의 소설에 그 소재를 적절히 이용한 것이다. 일례로 [상실의 시대] 같은 경우는 아예 그가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반복해서 듣고 그것에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그는 특히 재즈 카페를 경영했을 정도로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JBL의 낡고 커다란 백 로드 혼 유니트 스피커와 LP로 25년 동안 재즈를 듣고 있다.

 

이 책 [또 하나의 재즈 에세이]는 1998년에 나왔던 [재즈 에세이](열림원 펴냄)의 속편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화가 와다 마코토가 호레이스 실버, 웨스 몽고메리, 장고 라인하르트 등 재즈 뮤지션 26명을 골라 그림을 그리고, 하루키가 그 그림에다가 글을 붙인 재즈 수필집이다. “재즈를 듣는 행위에도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 면도칼에도 철학은 있는 것처럼”라고 말하는 하루키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 가수의 음악을 틀어놓고 순전히 사적인 기억과 감흥을 이 책에 풀어놓고 있다. 그는 정말 음악의 빛깔과 분위기를 딱 맞아떨어지는 언어로 옮겨 놓는 놀라운 재능을 지녔다. 글 쓰는 이가 아니더라도 그 문장의 적확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키의 매력 중 하나가 이런 짧지만 명확한 문체일 것이다. 바로 이런 식이다.

 

“콜린스의 매력은 얼마든지 들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은 스탠더드 송을 연주할 때의 저 소름 끼치는 해상력이다. 눈 깜짝할 새도 없이 노래의 품으로 파고들어 일단은 그 내용을 느슨하게 풀었다가 자기 마음껏 재구성하여 다시 나사를 꽉 조인다. 구조만 남기고 텍스트의 내부를 바꾸어놓는 것이다. 나는 그런 때의 그의 기민한 판단력에 늘 황홀감을 느낀다. ‘이과 계통’인 존 콜트레인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 6p. 소니 콜린스

 

“1960년대 후반의 ‘농밀했던’ 재즈계에서 ‘처녀 항해Maiden Voyage’의 스마트한 앨범 재킷과 미래 지향적이며 청신한 사운드는 젊은 재즈 팬들의 마음에 선명한 각인을 남겼다. 마치 오랫동안 꽉 닫혀 있었던 집의 창문을 누군가의 손이 활짝 열어젖힌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 82p. 허비 핸콕

 

게다가 그는 각각의 음악가에 대해서 웬만한 평론가보다 더 날카롭고 참신한 평을 내려놓는다. 가령 스윙 시대의 스타 글렌 밀러에 대해선 “밀러의 음악은 재즈라기보다는 ‘재즈의 이디엄을 뿌려놓은 댄스 뮤직’이라고 하는 편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라고 평하고, 피아니스트 허비 핸콕에 대해 “핸콕은 제로에서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음악가가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스타일로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유형의 음악가”라고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관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적이다. 따라서 그의 견해와 꼭 맞지 않아도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루키의 말대로 그저 음악을 즐기고 문장을 즐기면 된다. 재즈 입문용으로 읽어도 좋고 그의 글을 감식하기 위해서 읽어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adiohead - Amnesiac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이들의 전자음악은 댄스 플로어용 테크노가 아니다. 말하자면 ‘감상용 테크노’이며 아방가르드적인 신시사이저 작업을 통해 윙윙대고 진동하며 최면을 걺으로써 환각적인 효과를 유도한다. 곡이나 음율, 메시지보다는 음원 또는 음원의 창조적 확장성에 각별한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포스트 록(Post-rock)’, 또 한참 거슬러 올라가 독일 ‘크라우트 록(Krout-rock)’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라디오헤드는 앰비언트 쪽에 더 친밀하며, 프리재즈, 아방가르드 등을 통해 실험적인 일렉트로니카 탐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Pyramid Song’, ‘I Might Be Wrong’, ‘Knives Out’ 등이 대표적인 트랙들. ‘Morning Bell/Amnesiac’은 전작의 ‘Morning Bell’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주되었다. 록 밴드였던 라디오헤드는 이제 오비틀, 오테크, 에이펙스 트윈, 오브 등의 ‘일렉트로니카 엘리트’ 대열에 끼어 들 채비다. 미필적 고의에 따른 '기타 록 기억상실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adiohead - Kid A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일렉트로니카, 그 비현실적인 황홀감.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어쿠스틱과 그런지를 오갔던 트리플 기타의 유기적인 앙상블을 들려주지 않는다. 라디오헤드는 대신 프리 재즈 혼 섹션을 대동하고 신시사이저와 샘플링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전자음 사운드는 부유하고 톰 요크의 목소리는 일그러지고 왜곡된다. 앰비언트 혹은 일렉트로니카. 향후 톰 요크, 아니 라디오헤드의 화두다.

메시지적으로는 완성기에 접어든 ‘복제인간(키드 에이)’의 탄생에 대해 냉소적이고 씁쓸한 코멘트를 담고 있다(한편으로는 토니 블레어 정부에 대한 반감의 표출로도 읽힌다). 하지만 여기서의 가사는 별 의미 없는 그저 예쁜 발음에 지나지 않는 듯 보인다. 병적인 우울함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은 여전히 계속 된다.

첫 곡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이나 ‘Kid A’, ‘Treefingers’ 등에서 무한 반복되는 단조로운 곡조(drone)와 덩어리처럼 뚝뚝 떨어진 비트가 특징적인 앰비언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둥둥 거리는 베이스가 곡을 지배하는 프리 재즈 곡 ‘National Anthem’은 브라스 섹션이 강렬한 ‘반(反)국가’다. ‘Optimistic’은 옛 라디오헤드의 정취가 아직 남아있는 곡이고, 댄스 비트가 귀에 감기는 ‘Idioteqie’ 정도가 그나마 쉽게 감상할 수 있는 트랙이다.

록 밴드로서 이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지닌 일렉트로니카 음반을 만들어낸 사실 하나로도 그들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들이 스튜디오에서만 아니라 콘서트 무대에서도 이 전자음악을 훌륭히 연주해낸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adiohead - OK Computer -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선정한 100대 음반 시리즈 90]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예술적 역량을 수직으로 끌어올린 라디오헤드 최고의 야심작. 그간 유지했던 ‘기타 록’에서 벗어나 일렉트로니카 등 여러 테크놀로지를 도입해 미래 풍의 ‘변종’ 사운드를 구체화시켜 나간다.

[롤링스톤]지가 그룹 퀸(Queen)의 ‘Bohemian Rhapsody’에 비견했던 ‘Paranoid Android’는 드라마틱한 프로그레시브 록 편성과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기 힘든 정신분열적 가사가 결합된 최고의 트랙이다. 그들만의 우수 어린 멜로디 감성은 여전해서 ‘Exit Music’, ‘No Surprises’, ’Lucky’ 등과 같은 수작을 탄생시켰다.

이외에도 ‘Karma Police’, ‘Subterranean Homesick Alien’ 등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신선한 곡들이다. 영롱한 울림이 아찔할 정도로 멋진 ‘Let Down’은 라디오헤드의 독특한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숨은 보석’ 같은 트랙. 프로듀서 나이젤 고드리치(Nigel Godrich)가 이때부터 밴드와 함께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