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부터 1975년까지 아트 록 그룹 제네시스(Genesis)의 싱어로 활동했던 피터 가브리엘은 1986년 솔로 명반 [So]를 내놓았다. 5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대중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이 음반에는 영미차트 동반 1위곡 ‘Sledgehammer’를 비롯해, ‘In Your Eyes’(26위), ‘Big Time’(8위), 여가수 케이트 부시(Kate Bush)와의 듀엣곡 ‘Don't Give Up’(72위) 등의 명곡들이 담겨있었다.
그 중에서 비록 차트에는 오르지 않았으나 귀를 쫑긋하고 주목해야 할 수록곡이 하나 있었으니 그 곡이 바로 ‘In Your Eyes’다. 이 곡은 피터 가브리엘이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의 음악가 유수 은두르와 함께 듀엣으로 부른 노래로, 유수 운두르를 아프리카 출신의 음악가 중 최고의 국제적 스타로 이끌게 된 곡이다. 동시에 운두르의 아프리카 산 월드뮤직을 국제적으로 알리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하다.
피터 가브리엘은 [So] 앨범을 내놓기 앞서 1982년부터 '음악예술과 무용의 세계'(WOMAD)라는 페스티벌을 조직하면서 영미음악을 넘어 제3세계 음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피지배'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고, 그 관심은 그를 월드뮤직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가브리엘의 유명한 곡 'Biko’는 아파르트헤이드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젊은 흑인 운동가로서 1977년 기관원들에 의해 수사 받는 도중 잔인하게 살해당한 스티븐 비코를 노래한 곡으로, 실제 남아프리카 공화국 현지 음악인과 함께 레코딩했다.
그리고 얼마 후 피터 가브리엘은 폴 사이먼(Paul Simon)의 [Graceland]에 참여했던 유수 은두르를 주목하게 됐고 곧 그를 자신의 앨범에 초빙했다. 그 결과물로 ‘In Your Eyes’라는 합작품이 나왔으며, 은두르는 또 ‘Shaking The Tree’를 가브리엘과 함께 공동으로 작곡했다. 궁극적으로 이 앨범을 계기로 피터 가브리엘은 폴 사이먼, 데이비드 번(David Byrne)과 함께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고 아시아의 전통음악을 서방인들에게 널리 알린 인물로 기록되었다.
한편 유수 은두르는 이후 1988년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에서 개최한 세계 순회공연에 공동 헤드라이너로 참여하는 등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개최된 대중음악의 여러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했던 유일한 아프리카 음악가가 되었다. 영미권 뮤지션들과의 파트너십은 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한 네네 체리(Neneh Cherry)와 듀엣 곡 ‘7 Seconds’를 담은 1994년 앨범 [The Guide] 등으로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