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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Kid A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일렉트로니카, 그 비현실적인 황홀감.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어쿠스틱과 그런지를 오갔던 트리플 기타의 유기적인 앙상블을 들려주지 않는다. 라디오헤드는 대신 프리 재즈 혼 섹션을 대동하고 신시사이저와 샘플링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전자음 사운드는 부유하고 톰 요크의 목소리는 일그러지고 왜곡된다. 앰비언트 혹은 일렉트로니카. 향후 톰 요크, 아니 라디오헤드의 화두다.
메시지적으로는 완성기에 접어든 ‘복제인간(키드 에이)’의 탄생에 대해 냉소적이고 씁쓸한 코멘트를 담고 있다(한편으로는 토니 블레어 정부에 대한 반감의 표출로도 읽힌다). 하지만 여기서의 가사는 별 의미 없는 그저 예쁜 발음에 지나지 않는 듯 보인다. 병적인 우울함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은 여전히 계속 된다.
첫 곡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이나 ‘Kid A’, ‘Treefingers’ 등에서 무한 반복되는 단조로운 곡조(drone)와 덩어리처럼 뚝뚝 떨어진 비트가 특징적인 앰비언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둥둥 거리는 베이스가 곡을 지배하는 프리 재즈 곡 ‘National Anthem’은 브라스 섹션이 강렬한 ‘반(反)국가’다. ‘Optimistic’은 옛 라디오헤드의 정취가 아직 남아있는 곡이고, 댄스 비트가 귀에 감기는 ‘Idioteqie’ 정도가 그나마 쉽게 감상할 수 있는 트랙이다.
록 밴드로서 이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지닌 일렉트로니카 음반을 만들어낸 사실 하나로도 그들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들이 스튜디오에서만 아니라 콘서트 무대에서도 이 전자음악을 훌륭히 연주해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