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림 읽기
조이한.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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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림 읽기. 처음엔 그림을 천천히 읽는다는 줄 알았다. 그것도 꼭 틀린 건 아니지만, 다 읽고 나니 그림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알려주마, 라는 뜻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책의 관점이 이처럼 오만불손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저자는 조이한, 진중권 2 명으로 되어 있지만, 총 7개 장 중 한 개만 진중권이 썼고 나머지는 모두 조이한이 썼다. 그래서 진중권의 도발적인 글쓰기 스타일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살짝 실망할지 모르겠으나 조이한의 글쓰기 역시  매우 친근하면서도 진솔해 읽는 재미가 있다.

내용도 만족스럽지만, 이 책의 최대 미덕은 너무나 친절한 눈높이다. 저자의 화법은 매우 독자친화적이고, 구성 역시 세련되고 안정적이다. 형식과 내용이라는 기본적인 개념, 화가의 의식과 작품의 관계 등 그림을 진지하게 대하고자 하는 사람이 처음 부딪히게 되는 고민지점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각 장의 구성이 체계적이므로 두서없이 읽어내려간 독자라도, 머리말을 다시 뒤적이며 읽은 내용을 정리해볼 수 있다. 진지하게 그림 읽기를 시도하려고 하는 초보자가 읽기에 적합한, 친절하고도 세련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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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루스 노부스 진중권 미학 에세이 2
진중권 지음 / 아웃사이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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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황보령의 노래가 떠올랐다.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름다운 사람이...' 

이 책은 근대미학을 탈근대미학의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작업으로, 1장부터 9장까지 고대의 존재미학과 근대의 인식론적 미학을 중심축으로 이야기한 후, 마지막 10장에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존재미학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암시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무게중심은 마지막, 10장-앙겔루스 노부스-에 있다고 느껴진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삶에서 왜 예술이현재진행형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답하고 있는 듯하다. 플라톤의 시대에, 롱기누스의 시대에, 데카르트의 시대에... 예술은 인간에게 무엇이었고, 지금은 또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예술과 삶 간의 '존재론적 닮기'라는 관계다. 예술 안에는 인간이 있다, 유한성을 뛰어넘고자 하는 욕구, 변화에 대한 열망, 존재적 고양이라는. 저자는 '존재미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답을 찾은 듯하나, 같은 물음은 읽는 이에게도 전이된다. 전공 공부도, 일과 관련이 있는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철새처럼 예술작품, 미학에세이(?)들 사이를 전전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과 관계가 있으리라. 예술에 대해서, 그러나, 그리고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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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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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을 시작하며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라고 했다. 그리 새삼스러운 사실은 아니지만, 가슴에 날카롭게 꽂힌다. 책전반의 내용과 어조는 이처럼 날카롭고 적확한 편이다. 이 총서 시리즈의 제목대로 '지식'을 살리는 역할은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짧은 분량이지만 서양 텍스트의 역사를 간략하고 탄탄하게 짚어주어 재미있게 읽힌다. 책이 목적한 바대로 고전에 대한 흥미도 유발되었다.  웃기게도, 책을 덮으며 '저자는 많이 아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책(텍스트)에 대한 사랑에 빠질수록 병은 깊어지지 않을까,라는 뜬금없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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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짐은 내 날개다
노은님 지음 / 샨티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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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서핑 중 우연히 ‘내 짐은 내 날개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노은님이라는 사람도, 그녀의 그림도 한번 접해본 적 없었지만 제목만은 뇌리에 선명하게 박혔다.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은 준 것은 책 속의 그림들이었다. 이 책에서 읽은 것 외에는 그녀를 알지 못하지만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왠지 그녀의 성격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둡고도 맑은 색감이 야릇한 개성을 드러내는 것 같고, 단순하면서도 엉뚱해 보이는 형태가 깊고 순수한 영혼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자기를 내세우는 드셈이 없으면서도 색깔과 고집이 배어나고 툭툭 한번에 지나간 것 같지만 굵은 힘이 느껴진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 그녀의 나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책을 읽다보면 더욱 알 수 없어진다. 마음이 한없이 약한 어린 아이 같기도 하고, 삶의 작은 재미들도 놓치지 않을 만큼 감성이 풍부한, ‘사춘기’ 소녀 같기도 하고, 이제는 생에 아무 집착이 없는, 아주 나이든 사람 같기도 하다. 어린 마음을 잃지 않고 이런 모습으로 예순을 향해 가는 어른이라니 참 부럽다. 우울하고 폐쇄적이었던 젊은 날이 재미나게 열심히 사는 지금에 녹아들어 버린 모습이 아름답다.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 마음에 충실하라, 불필요한 것들 하나씩 버리며 살라, 라는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마음을 깊이 울리는 그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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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예술
김점선 지음, 그림 / 마음산책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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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이다. 김점선의 말하기법은 아주 유머러스하다. 물론 일부러 웃기려고 꾸며썼기 때문이 아니다. 너무 솔직하고, 진심어리기 때문에, 전혀 에둘러가는 법 없이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기 때문에 읽다보면 저절로 웃음짓게 된다. 글쓴이의 마음은 깨끗하고 눈은 편견이 없고 삶은 변함없이 열정적이다. 이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면 이런 생각이 그냥 든다. 그런 삶의 모습이 글들에서 배어난다.

무서운 책이다. 머리말 첫장을 읽으면서부터 충격을 받는다. 열정의 삶,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자폐적인 삶" 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기때문에. 다시 말하면 그렇게 나태하게, 세상의 가치들로만 눈가림하며 살아도 '진짜로' 괜찮겠느냐고 급작스런 질문을 받는 것만 같기 때문에. 읽다보면 흡사 혼나거나 반성하는 자세로 읽게 된다. 

삶의 목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땀흘리며 살아라, 라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와 처세서는 오늘도 서점에서 넘쳐나고 있지만, 그 모든 책들이 결여하고 있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삶의  진짜 견본이 바로 이 책에 있다. 스퍼트를 발휘하면 인간은 이만큼까지도 살수 있다, 라는 감탄과 반성을 주는 책.  슬프고 좌절스러운 분들, 이 책의 무시무시한 글과 살아있는 그림을 통해 기를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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