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짐은 내 날개다
노은님 지음 / 샨티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책 서핑 중 우연히 ‘내 짐은 내 날개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노은님이라는 사람도, 그녀의 그림도 한번 접해본 적 없었지만 제목만은 뇌리에 선명하게 박혔다.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은 준 것은 책 속의 그림들이었다. 이 책에서 읽은 것 외에는 그녀를 알지 못하지만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왠지 그녀의 성격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둡고도 맑은 색감이 야릇한 개성을 드러내는 것 같고, 단순하면서도 엉뚱해 보이는 형태가 깊고 순수한 영혼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자기를 내세우는 드셈이 없으면서도 색깔과 고집이 배어나고 툭툭 한번에 지나간 것 같지만 굵은 힘이 느껴진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 그녀의 나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책을 읽다보면 더욱 알 수 없어진다. 마음이 한없이 약한 어린 아이 같기도 하고, 삶의 작은 재미들도 놓치지 않을 만큼 감성이 풍부한, ‘사춘기’ 소녀 같기도 하고, 이제는 생에 아무 집착이 없는, 아주 나이든 사람 같기도 하다. 어린 마음을 잃지 않고 이런 모습으로 예순을 향해 가는 어른이라니 참 부럽다. 우울하고 폐쇄적이었던 젊은 날이 재미나게 열심히 사는 지금에 녹아들어 버린 모습이 아름답다.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 마음에 충실하라, 불필요한 것들 하나씩 버리며 살라, 라는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마음을 깊이 울리는 그림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