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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건강이나 몸매에 대한 고려없이, 어려서 이미 맛을 알아버린 프렌치 프라이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지 못해온 나의 어리석음은 일단 찬장이나, 선반이나, 장롱 위나 아무곳에라도 올려두자. 나의 어리석음이야 그간에도 얼마나 여러번 대중매체나 이런저런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공격당해 왔던가.
그러나 편하고 부담없고 맛있다는(나이를 먹으니 꼭 맛있다고만은 느껴지지 않는 날이 많긴 하지만) 이유로 패스트푸드를 먹어온 우리는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들이었단 말인가. 비록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이라지만, 짐승처럼 짐승을 처리하며 상처입는 정육업체 직원들, 좌절과 절망 속에 무기력한 인간으로 전락해 가는 농부들, 패스트푸드점에서 희망없는 노동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그래서 그들의 시간과 미래마저 팔아넘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비틀려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제국, 미국. 그 미국이 이끌어가는, 그래서 점점 미국을 닮아가는 세계. 패스트푸드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게 세상을 좀먹는 일임을 나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각급 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읽고, 내용을 숙지하고, 아이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건강을 위해서, 나의 이미지를 위해서 패스트푸드를 자제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를 포함한 세상을 위해서, 희망을 위해서 좋은 먹거리를 고르고, 좋은 기업의 제품을 고르는 그런 소비자, 시민, 국민들이 세상을 가득가득 채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