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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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건강이나 몸매에 대한 고려없이, 어려서 이미 맛을 알아버린 프렌치 프라이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지 못해온 나의 어리석음은 일단 찬장이나, 선반이나, 장롱 위나 아무곳에라도 올려두자. 나의 어리석음이야 그간에도 얼마나 여러번 대중매체나 이런저런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공격당해 왔던가.

그러나 편하고 부담없고 맛있다는(나이를 먹으니 꼭 맛있다고만은 느껴지지 않는 날이 많긴 하지만) 이유로 패스트푸드를 먹어온 우리는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들이었단 말인가. 비록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이라지만, 짐승처럼 짐승을 처리하며 상처입는 정육업체 직원들, 좌절과 절망 속에 무기력한 인간으로 전락해 가는 농부들, 패스트푸드점에서 희망없는 노동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그래서 그들의 시간과 미래마저 팔아넘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비틀려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제국, 미국. 그 미국이 이끌어가는, 그래서 점점 미국을 닮아가는 세계. 패스트푸드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게 세상을 좀먹는 일임을 나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각급 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읽고, 내용을 숙지하고, 아이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건강을 위해서, 나의 이미지를 위해서 패스트푸드를 자제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를 포함한 세상을 위해서, 희망을 위해서 좋은 먹거리를 고르고, 좋은 기업의 제품을 고르는 그런 소비자, 시민, 국민들이 세상을 가득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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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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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둘이 사는 사춘기 소년의 외로운 성장, 그리고 아들 하나를 데리고 집 떠난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자존심 강한 엄마. 이 소설은 이렇게 두 개의 축으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성장기이고 다른 하나는 옆에서 지켜본 관찰기.

재미있는 것은 아버지보다 더 강력한 인물인 삼례다. 한 겨울 그들의 집에 침입한 거지소녀 삼례는 소년의 첫사랑의 대상이며 어머니의 정신적인 동생 혹은 분신이다. 그렇기에 어머니는 마지막에는 결국 소년이 숨겨놓은 삼례의 주소를 가지고 길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작품은 어머니가 6년만에 집에 돌아온 아버지와 하룻밤을 자고 그 깡깡한 자존심과 오랫동안 계속된 날고 싶은 꿈 때문에 그대로 집을 떠나버렸다고 소년이 생각하는 것으로 끝난다. 어머니가 떠났다는 증거는 당장 눈앞에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 아침과 없어진 삼례의 주소(그나마 삼례의 주소도 아니고 삼례가 찾아간 직업 소개소의 주소다)뿐이다. 즉 작품이 끝나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옆집에 반찬 꾸러 갔던 어머니가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읽으면 안될터이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그 인생이 처참해서 안되겠고(물론 실제로야 떠나는 것이 더 처참할수도 있지만) 다음으로는 이 소설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년의 환상을 고려해서이다.

소년은 사춘기 소년답게, 게다가 외롭기까지 하니 더 심할 수밖에 없겠다, 끊임없이 환상을 본다. 집 떠난 아버지의 환상, 역시 떠나버린 삼례의 환상, 그런 것들을 거의 매일 보는 모양이다. 물론 소설이니까 작품에는 다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그 환상은 때로 현실에 의해 거짓으로 판명나고 깨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이지 않은가. 그 환상의 진실이 (물론 현실에서도 그래야겠지만) 진실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환상은 그저 애가 좀 맛이 갔다는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의미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장에 대해 말하자면, 뭐, 말할 것 없이 좋다. 본격문학의 미학이니 뭐니 하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다. 알고보면 우리나라 작품에도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는데 서점 베스트셀러를 읽다보면 우리 작품에 대해 자꾸 회의하게 되고 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베스트셀러가 반성을 하든지 내가 베스트셀러는 아예 취급을 말든지 양단간에 아무거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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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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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셋에 아들 하나인 집안의 막내딸이었던 우리 엄마는 실제로 외할머니와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다른 갈등이 아닌 결혼 갈등 말이다. 아빠가 엄마보다 학벌, 외모, 집안 등이 더 나으면 나았지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외할머니는 저 남자랑 결혼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결혼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날 버리지 말아라쯤 되지 않나 싶다.

우리 엄마는 결혼하지 말라는 말은 안 하는데 나이 먹었음에도 결혼 아닌 독립이라든가 결코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유학이라도 갈 능력이 있었으면 큰 일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모든 권위와 제도에 앞서 가정이 있고 가정의 권위와 제도는 엄마와 아빠다. 여성들의 삶을 억압하는 건 일단은 여성의 권위와 제도이다. 즉 실제로 가정내에서 딸이 반항적이라면 그 딸에 제재를 가하는 건 먼저 엄마가 된다. 만약 엄마와 딸이 한 통속이 된다면 그때 아빠의 권위가 여자들에게 발휘될 것이다. 아들의 경우와 딸의 경우는 좀 다른 것이다. 아들은 사춘기 이후에는 엄마의 권위를 벗어나게 되니까. 그래서인지 엄마들은 더욱더 독하고 간교하게 딸을 제압하려 하는 것 같다.

나는 그냥 마마 엘레나가 싫었다. 가증스러웠고 씹어 뱉어도(씹어먹고싶지는 않다) 속이 시원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불행한 사랑을 했다고? 엿 같은 이야기다. 그 여자는 자신이 당한 것보다 몇 배 더 참혹한 짓을 저질렀다. 적어도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는 볼 수 있지 않은가. 사실 작품 속에서 마마 엘레나가 지나치게 극단적이지 않은가 싶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마마 엘레나의 딸 가운데 제 정신인 건 큰 딸 밖에 없는 것 같다. 둘째는 말할 것도 없겠고 셋째인 티타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다시말해, 나는 여성들의 가계에서 발휘되는 여성들의 폭력과 억압에 대항하는 힘이 꼭히 사랑이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을 자꾸 품게 되는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 육체적인 사랑이 그토록 중요하고 위대하고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절대적 위치에 있는 것일까? 나조차도 큰 딸이 정상이라고 했으니 할 말은 없지만 결국 여성은 자신의 성을 이용하지 않고는 행복한 가정은 물론 사회적인 성공도 거둘 수 없는 걸까? 부당한 억압과 권위는 오직 성욕과 그 실현으로써만 벗어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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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소설의 기원
권보드래 지음 / 소명출판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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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박사 논문을 책으로 낸 것이다. 제목 그대로 한국에서 근대적인 소설, 즉 노블이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하였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예술이라는 개념, 미술이라는 개념, 문학과 소설이라는 개념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들 용어는 예전부터 동양에서도 있던 것이나, 서구에서 들어온 다른 용어의 번역어로 쓰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용어의 쓰임이 어떻게 변하는가, 혼란스런 개화기의 사상적 흐름과 그런 변화는 어떻게 관련되는가를 논하고 그 의미가 결국 서구 용어의 번역어에 가까운 것이 되어 가는 것을 여러 자료를 토대로 제시한다. 근대적 소설이라는 개념의 생성이 곧 근대 소설의 기원인 것이다.
개화기의 여러 문화 양상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이 책은 전공서적이기는 하나 전공자가 아니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인상깊은 구절]
아트의 번역어로 '예술'과 미술이 동시에 고려되고 '미술'이 일반적인 용어로 채택되며, '미술'이 식산흥업 사상과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전파되다가 중심축을 잃으면서 의미의 축소를 경험한 후 다시 '예술'이라는 용어가 부상해왔다는 이 복잡한 상황은 그 자체로 개념의 수용과 굴절에 있어서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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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신채호전집 -상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지음 / 형설출판사 / 197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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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 연구물, 문학 작품, 논설, 수상 등의 글이 총망라된 책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기본자료로 쓰고 있을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자료이다. 물론 신채호 선생이 쓴 원본을 현재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이 많으므로 이 책에 실린 자료와 정보가 100% 확실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문학 작품의 경우 일부 작품에서는 원본을 확인할 수 없는 관계로, 편집 당시 수정, 보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문학 작품을 볼 때는 김병민의 <신채호 문학 유고 선집>을 함께 참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채호 선생의 사상과 실천은 그 변화의 폭이 매우 넓다. 전집은 그 변화의 폭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신채호 선생이 이른 귀결점은 당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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