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의 노래
나카니시 레이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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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뷰를 쓰려고 책을 검색하니 바로 초이스 표시가 눈에 띄었다. 알라딘의 편집자 추천 책. 알라딘의 추천은 대개 못해도 중간 이상은 한다. 내 경우에 항상 그랬다.

이 책도 꽤 괜찮다. 뭐, 안 그런 일본 소설도 있겠지만 내가 본 일본 소설은 일단 좀 쉽다. 그러면서 그냥 아기자기 아무 생각 없기도 하고- 그 아기자기함 속에서 뭔가 미학을 찾아야 하는 모양인데, 독서후에 남는 두통 외엔 별로 남는 게 없더라- 글쎄 시간을 죽였다는 부차적 효과는 있지만- 또 휴머니즘이 난분분 난분분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류는 물론 휴머니즘 난분분 난분분이며, 이 책 역시 그런 부류다.

다만, 이 책이 가진 장점은 휴머니즘 난분분외에도 꽤 된다. 소재와 소재에 대한 천착 같은 것이랄까? 작가가 완전 유명 작사가로 활동하다 늦게 소설 쓴 사람이라서일까, 노래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또 일본 게이샤에 대한 어떤 정보랄까 지식이랄까 나로서는 전혀 생소한 분야에 대해 좀 다정하게 살짝살짝 알게 된 것도 좋고, 그리고 문명 개화, 나날이 바뀌는 시대 속에 자연스레 자신의 좁은 틀 속에 지키고 싶은 것만 지키며 산 게이샤와 역시 자신의 틀속에 공부하고 싶은 것만 공부한 향토 사학자의 알 듯 모를 듯한 삶도 꽤나 흥미로웠다.

별이 다섯 개가 아닌 것은 그저 개인 취향일 뿐. 사실 난 좀더 강렬한 이야기가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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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세계의 종교
아르눌프 지텔만 지음, 구연정 옮김 / 예담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돈주고 샀다면 울었을 것이다. 돈 개념이 없다고 점장이에게 야단맞고 돌아오는 나이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책값에 가격대비 허름한 내용에 울었을 것이다.

저자 아르눌프 지텔만은 스스로를 경건한 무신론자라고 부른다. 모르겠다. 끝까지 안 읽어서. 어쩌면 그는 자기네 나라에서 오래 믿어온 크리스트교에 대해서는 경건할 수도 있겠다. 이 자는 경건하다는 말의 뜻을 모르는 자다. 아님 번역자가 '경건'이라는 어휘에 해당하지 않는 단어를 '경건'으로 번역했거나.

저자는 도교에 대해 설명하고 불교에 대해 설명하고..... 여기까지 보다 말았다. 경건? 도무지 어디가 경건한가. 그는 그저 서양인으로서 자신이 아픈 동안 요리저리 섭렵한 조막만한 지식을 이리저리 비판적으로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 비판과 믿음 사이를 오갈 능력이 그에게는 없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늘 믿음이라고 믿는다. 종교를 경건하게 바라보려면 마땅히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다음 문장에서는 그 믿음과 그 믿음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겠지만, 그 전 문장에서는 그 내용을 믿었을 때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리라.

게다가 내용 역시 정확하지 않다. 이유는 그의 지식 섭렵이 편벽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 짧은 지식에 비해 볼 때도 그의 지식은 몹시 편벽되었다 느껴진다. 우리 역사, 백제가 일본에 공물을 정기적으로 보냈다는 식의 우리 역사에 대한 왜곡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3대 종교의 하나인 불교에 대해 서양에 그토록 많은 원본 번역이 있건만, 이 자는 그저 일본 불교의 몇 쪼가리, 그 일본 불교의 몇 쪼가리 앞 부분에 나왔을 불교에 대한 총론 정도 밖에는 읽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부정적인 일본의 생리를 닮았거나 배웠거나 타고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글을 읽으며 들었다. 무언가 비관적이고 무언가 틀을 깨지 못하는 범속함.

뒤를 안 읽었으니 그가 크리스트교를 어떻게 보고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만일 뒷부분의 내용이 훌륭하다면, 그에게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도무지 세계의 종교란 걸 알기나 하는가. 아님 종교 자체에 대해 뭔가 읽을 만한 말이라도 해주든지. 쯧.

따지고 보면 잘못은 병석에서 일어나 새 마음으로 어줍잖은 글을 쓴 저자보다 그 책을 번역 출판한 예담 출판사에 있는 것도 같고 제목과 표지만 보고 덥석 책을 보려고 한 내게 있는 것도 같다. 흠. 그래도 나는 200원만 썼으니까...... 라고 변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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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 - 충격과 공포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김태권 지음 / 길찾기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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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이 만화책이 몹시 훌륭하다고 들어왔다. 서점에서 몇번 뒤적거려 보았으나 처음엔 그림체가 참 뭐랄까 붙임성 없는 그림체라는 생각에 쉽사리 사게 되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 유명한 책인지라, 볼 기회가 왔을때는 거절하지 않았다. 짜쟌!!!

붙임성 없는 사람이라도 워낙 훌륭한 사람은 누구나 곧 좋아하게 마련이다. 이 책도 그렇다. 몇 장 지나지 않아 나는 이 책의 유머 감각도 몹시 좋아하게 되었고, 내용의 적당한 생소함, 그러니까 정말 내게 없는 정보이되 너무나 거리가 멀어 싫증나고 흥미없어지는 지경에 이르지 않는, 그래서 흥미진진하고 유익하게 생각되는 그런 생소함도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흔히 학습 만화는 먼나라 이웃나라다. 이원복 교수님, 내가 어린 시절에 관복이였던가 다른 이름이었던가, 아무튼 흔치 않은 이름의 아이가 유럽 여행하는 만화책 그려주시던 시절엔 완전 따봉이셨는데 먼나라 이웃나라는 좀 지친다. 읽다보면 지치고 재미없고 또또 세 권짜리 학습만화, 종교, 철학 뭐 이런 거 그리셨던 거는 정말 좀 아니었다. 아웃, 아웃, 쓰리 아웃 체인지였다. 먼나라 이웃나라로 어린 시절을 달구셨던 분들, 지적인 중학생이 되셨거나 호기심 왕성한 고등학생이 되셨다면, 혹은 나처럼 이제 청소년기가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는 나이가 되셨다면, 이 책으로 좀 신선한 느낌을 받으시고 학습만화에 대한 입맛을 돌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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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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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풀, 공중그네, 면장선거.

뒤로 올수록 더 재미있었다. 뭐, 비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비판할 수 있는 책이겠지만, 모든 비판을 막는 단 한 마디가 있다. 작품의 목적은 그게 아니라는 거다. 작품은 어떤 사람들, 이라부 의사 같은 사람, 그의 가슴 큰 간호사인 마유미같은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씌어진 것이고, 내가 그런도움을 원치 않으면 그뿐, 고양이를 잡아다 개와 같은 귀염성이 없다고 화를 낼 순 없는 노릇이니.

나는 날이 갈수록 재미있는 것이 좋아진다. 무섭거나 지나치게 스릴 넘치는 건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자꾸 지평이 넓어지고 생각이 넓어지고 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용서하거나 혹은 납득하거나 그렇게 되어 가는 것이 좋다. 어려운 문제도 재미있게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극복의 방향만이라도 제시하는 책이 좋다. 어렵다고 징징대는 책은 질색이다. 물론, 작가들이 이런 내 의견을 참조해서 책을 써 주진 않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바쁜 분은 앞의 두 권은 빼고 이 책만 보면 좋겠다. 보고 너무 흥이 나면 공중그네를 보고, 그래도 아직 감흥이 많이 남으면 인더풀까지 볼 수도 있겠다. 내가 너무 세부적인 계획까지 그려보는 건지도, 다른 사람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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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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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느 집에 갔더니 이외수의 <하악하악>이 있었다. 나는 물론 이외수를 좋아도 하고 싫어도 한다. 그러니까 그의 책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책은 우와~ 다른 책도 찾아볼 테야, 정도고 어떤 책은 뭐야, 왜 이래, 늙은 거야?(죄송합니다... ㅎㅎㅎ), 정도일 때도 있었다. 사실 늙은 거야?는 좀 농담이고 정말 늙었다는 느낌이었다기 보다는 뭐랄까, 어렵고 예술적인 것과 쉽고 대중적인 것이라는 두 극단 가운데서 어느 쪽에 어느 만큼 가까운가, 어떻게 둘다 잘 갖출 것인가 하는 균형과 정도의 문제에서 호오가 결정되는 듯하다, 나의 경우에는 말이다.

이 책은 뭐, 좋다. 적당히 뼈도 있고 적당히 재미있고 또 이제 할아버지인 이외수가 구사하는 십대스런 말투까지도 나쁘지 않다. 오래 한 길을 판 외골수 소설가, 예술가의 고집도 때로 나쁘지 않고. 그림도 좋다. 그림은 대충 보면서 한 시간만에 다 읽었는데, 글쎄 한 번 더 읽어도 재미있을 듯하다. 그러니까 돈주고 샀더라도 돈이 아깝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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