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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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책이다.

우리 옛 그림에 대한 눈을 틔어 줄 뿐 아니라 아직까지 패배의식, 엽전의식에 알게 모르게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 주는 책이다. 또한 조선에 대한 오해도 한꺼풀 벗겨 준다. 세상 만사 동전의 양면처럼 모두 좋고 나쁜 점을 갖는다. 우리는 사실 조선의 사상, 문화의 부작용만 익히 들어왔을 뿐 그 진수를 맛볼 기회는 거의 없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문장이 아주 좋다 싶다. 강연을 책으로 옮긴 것이라 읽기 편한 구어체 서술이 주를 이룬다.(부록은 아니니까, 주로- 라고 표현할 법하지 않나.) 강연을 옮긴 건 별로 안 읽어 봤지만 읽기 편한 서술이라면 참으로 많이 보았다. 일단 읽기 편하다는 건 문장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뜻이 되기 쉽다. 근간 읽어 온 많은 책들이 그래서 참으로 심심했다. 열 문장 가운데 주의 집중을 요하는 문장이 몇 개나 되나 생각해 보고, 흠... 단어 수로 생각해도 그렇고, 아무튼 요사이 독서는 심심했다. 읽기 편하되 심심하지 않은 문장. 이 책의 문장이 그렇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나는 이제 같은 저자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사러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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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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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표지가 그림이다보니... 뽀대는 꽤 난다 싶다.

처음엔 좀 실망스러웠다. 좀더 드라마틱한 실제가 있어서 그 신비로움을 상상력으로 뒤져보는 소설일 거라고 혼자 상상했던 때문이다. 그러나 베르메르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매우 적고, 그림 속 소녀에 대해서 알려진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한다.

물론 내가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도 맞는 말일 것이다. 작가는 당시 네덜란드의 종교, 사회의 흐름과 변화에 대해 잘 살펴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소설을 쓴 것 같다. 뒤의 작가 인터뷰로 보건대 말이다. 그런 사실들을 좀더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래서 작품의 뒤에 잔잔하게 깔린 의미망으로 해독할 지적인 능력(그러니까 세계사에 약한 것이다, 나는.)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내게 좀더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이 메르메르에게 배운 바, 유화의 흰색을 내기위해 그 안에 여러 다양한 색을 깔아 흰색이라도 이런 저런 부분의 색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처럼.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보자면, 뭐 나쁘지는 않았다. 주인공(그림 속 소녀)의 감정이 매우 섬세하게 잘 드러났고 게다가 주인공은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음... 지금 비슷한 캐릭터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아무튼 낯설지 않은, 외모와 생각과 감수성을 고루 갖추었으되 상처 받을 구석조차 갖춘 캐릭터.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인데도 끝까지 긴장감있게 진행된다. 이 역시 훌륭한 점.

그리고 저.. 아직도 이벤트라고 써놔서 하는 말인데, 이벤트 선착순 다 찬지 이미 오래전이다. 그것은 기대하시면 안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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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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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 자체에 수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 수많은 의미 가운데 만만치않게 중요한 것들이 세상에 즉 사회에 적응하는 것, 자아를 지워가는 것, 혹은 자아와 사회의 타협을 이루는 것 등등일 것이다. 뭐, 모두 비슷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또래 중에서도 유독히 자아가 강하다. 자신의 눈에 비치는 이 보잘 것 없는 현실 속에 자신 역시 속해있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주인공이 만난 니나가와는 주인공과 너무나 비슷하기에, 주인공은 발로 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이 니나가와에게 느끼는 발로 차주고 싶은 감정, 사랑과는 다른 그 감정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시 10대로 돌아간 듯 했다. 10대의 고민과 성장과정을 이렇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어리기에 가능했겠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그 느낌을 작품으로 빚어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 나이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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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 시튼의 야생동물 이야기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이한음 옮김 / 지호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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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욕심스럽다면 욕심스럽고 정의를 사랑한다면 또 그러하다. 그래서 우리는 정의를 사랑하는 까닭에, 착한 주인공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이야기를 용서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게 착하고 아름다운 00이가 왜 그렇게 불쌍하게 되어야 하나요. 교육적으로 아주 안 좋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한 믿음을 해칠 수 있기에.

 이렇게 낭만적으로 살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시튼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해 주었다.

 

  동물의 삶을 비극적이지 않게 다루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 다다르기 전에 이야기를 멈추는 것이다.                       - 본 책,  10쪽, '독자들에게'

 

이 말은 동물뿐 아니라 모든 존재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어차피 죽을 수 밖에 없고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더라도 그 뒤에 그와 관련된 일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사람이나 동물이나 쫓기며 한 평생을 살다 어느 순간 고꾸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쫓기는 동안에 멋지고 훌륭하고 혹은 그와 반대인, 행복하고 즐겁고 혹은 그와 반대인 모든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니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쫓기는 사람들 모두 굳이 슬퍼할 일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야생 동물들처럼 우리도 마지막 날까지 아름답고 현명하게 살아가야 할 터일 뿐.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수준에 딱맞는 읽을 거리가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가장 훌륭한 읽을거리 가운데 하나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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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책이다 - 청소년,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허병두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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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반성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오랫동안 내 생각에만 갖혀서 늘 남이 좋다는 책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이 책의 장점은 분야별로 도서를 선별해 준다는 점이다. 청소년이 아닌 성인들이라도 이 책을 보는 것은 좋다.  관심 없는 분야에 한번쯤 손길을 뻗쳐 볼 좋은 기회가 되고 자신의 독서를 기본적으로 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감동받기도 했다. 읽는 동안에는 특히 그러했다. 선정된 책들도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청소년들이나 청소년과 관련된 분들, 특히 그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한 권쯤 소장하고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다. 책을 골라야 할 때 들춰보기 위해 필요한 책이지, 크게 감동받아 두고두고 다시 보고 새로운 의미를 찾기 위해 필요한 책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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