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뿌리
김중미 지음 / 검둥소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박기범을 읽는 것은 고통스럽다.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어떻게든 희망과 낙관이라는 렌즈로 안경을 만들어서 ‘교정시력’으로 세상을 보여 주고 싶은데 박기범은 날눈으로 현실을 보게 하니까. 그것도, 작가가 제가 먼저 생살에 가시숲을 헤치고 쓰린 상처로 앓으면서 보여 주니까.


마찬가지로 김중미를 읽는 것은 고통스럽다. 김중미가 ‘살아 낸’ 동두천과 만석동, 그리고 지금 그가 땅을 일구는 강화도를 우리는 제대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질척하고 지린내 나는 뒷골목과 소주와 담배 냄새를 풍기는 입, 양키들의 지분거림이 있는 도시. 그 반대편에서 한껏 허황한 조명을 자랑하는 나이트와 댄스걸들의 드레스, 미군 장교의 본토 집에 가서 산다는 꿈으로 포장된 ‘입양’이라는 단어의 달콤한 울림이 떠도는 그 도시......

‘아파트가 없’는 그 동네의 비루함을 우리는 견디기 싫으니까.

이주노동자를 돕는 활동가로 살 수는 없지만, 이주노동자의 아이를 갖는 후배를 인정할 수 없는 나(정원)를 마주 볼 수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뿌리”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한다. 눈을 부릅뜨고 보는 것이 문학이라는 것을. 살기 위해 저토록 깊게 박힌 뿌리를 아는 것이 역사라는 것. 그것이 살아남은 것들에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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