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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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주관적으로 즉, 내 마음대로 심리학을 정의해 보자면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인간의 변덕스런 이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갖가지 노력이다.

이때 "노력"이라 함은 '학문적인 방식'이란 학계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실험하고 검증되어야 한다.

 

철학이나 그밖의 인문학도 어쩌면 나의 이런 애매모호한 정의에 해당될 수 있겠다. 그러나 '마음'과 '행동'에 방점을 찍는다면 심리학

이 걸어왔고, 지금 이순간 심리학자라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들과 멀리 동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마음에 대한 관심이야 소크라테스&아리스토텔레스 커플까지 거슬러 가지만 심리학의 공식적인 출발은 대체로 1879년 빌헬름 분트가 라이프치히 대학에 심리학 연구실을 세운 것으로 본다.

엄밀하게 말해 심리학자...는 아니고 생리학을 전공한 의사였던 프로이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다.

프로이트가 히스테리 증상으로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을 면담하고 사례를 분석한 것에 기초한 정신분석학은 심리학을 넘어, 사회과학, 예술, 문화 분야까지 대단한 영향력을 미쳤다.

학문이라는 것도 유행, 조류, 요즘 말로 하면 '트렌드'라는 것이 있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정신분석학은 맑시즘과 함께 20세기 말엽에 등장한 혁명적 이론으로 꼽힌다.

그러나 심리학에서 새로운 전기가 찾아오는데 그것은 '행동주의'의 등장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파플로프의 침 흘리는 개 실험이 그것이다.

'조건이 주어지면 반사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기본적 원리가 행동주의의 핵심이다. 미국인이었던 스키너의 실험과 이론은 인간이 A와 B중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보상에 따라 유도, 강화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미국에서 스키너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육아, 교육에도 영향을 많이 끼쳤다. (우리가 받는, 혹은 믿고 있는 육아-양육-훈육... 나아가 교육의 원칙, 이론들 중 심리학과 무관한 것은 없다.)

 

행동주의의 영향으로 실험과 데이터로 인간의 행동을 조사하고 예측하고, 이론을 만들던 실험실의 심리학은 21세기에 이르러 다양하게 갈라지고 진화했다. 인지심리학이나 신경심리학은 뇌과학 발달과 영상기계가 발달한 덕에 마음, 그러니까 뇌의 기능-작용과 연관지어 마음을 이해하려 한다. 또는 대중심리학, 사회심리학, 문화심리학, 교육심리학, 광고심리학, 상담심리학 등... 심리학을 응용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도 전개된다.

 

청소년들과 심리학 책을 함께 읽고 싶었던 것은,

심리학이 이제까지 밝혀 낸 인간 행동의 원리를

공유하고 싶은 게 첫째 이유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어디서나 사람들과 어울려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났다.

그런데 함께 사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크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왜 내 마음을 몰라 줄까?'

모든 사람이 내 마음과 같다면, 싶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내가 남을 이해해야 하고, 나도 남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인류는 말이라는 수단을 가진 거지만.

심리학을 배우고 이해한다면 어울려 살기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믿는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면 더더욱 심리학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첫 번째 이유와 상충될 수도 있다.

심리학의 발전사를 읽다 보면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한다. 

심리학자가 평생을 바쳐 하나의 이론을 입증하려 해도

그렇게 알아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너무나 빈약하게 보인다. 심리학이라는 단순한 잣대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밝히려 한다는 게 애초에 너무나 오만하고 불순한 시도였나, 라는 회의감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스스로를 알기 위해 노력해 왔고

자신을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하는 과정에 쏟는 열정과 에너지가 너무나 순수하여 숭고한 느낌마저 든다.

학자에게 닿을 수 없는 절대적인 지식이 이데알(ideal)이라면, 도달할 수 없음을 알지만 이데알에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손을 뻗는 노력 자체가 인생이고 빛이 아닐지.

 

세 번째, 청소년들이 심리학을 도구로 나를 비추고 스스로 힐링하는 있는 힘을 갖게 되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족적이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너무나 풍족한 한편에 극도의 빈곤이 공존하고, 온화하고 친절하고 평화로운 듯 보이는 속에 폭력과 억압의 힘이 팽팽하게 버티고 있다. 계급이 없다고 하지만 분명 투명한 계급층이 유리천장으로 존재한다.

안온하고 위생적인 인큐베이터 칸막이 같은 세계인 셈이다.

우리는 칸막이 너머를 볼 수 없고, 왜 우리가 칸막이 안에 있는지 질문할 수 없고 나의 주먹이 칸막이를 깨뜨릴 수 있는지 자기에게 묻지 않는다.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거칠고 황폐한 마음을 감추고 서로 친절하고 웃는 낯으로 대하기 위해

모두가 감정노동을 강요 받고 있다.

심리학이 미약하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고 마음의 힘을 얻게 하는 비타민이 되면 좋겠다. 더욱 튼튼하고 건강해져서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돌볼 수 있다면 더더욱 좋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주제도서 <토요일의 심리클럽>은, 청소년독자들이 심리학을 재미나게 맛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앞서 간략하게 정리한 심리학 발달사에 관심이 있다면, 심리학자들을 연대기순으로 소개한 책 <그림으로 이해하는 심리학>을 권한다. 얇고 간단하며 쉽게 쓰여졌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하다.

몇해 전 심리학도서 열풍에서 -열풍 가운데 내용 없는 쭉정이들도 많기는 했지만-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도 강추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가 심리학사에 큰 성취를 남긴 심리학 이론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으로서 그 학자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에세이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학자이기 이전에 인간인 작가의 따뜻함이 묻어나서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권한다.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정신과 의사이며 이 책에는 그가 만난 아주 '특별한' 환자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정신병동의 환자들이다.

정신병을 아주 괴상하고 낯선 것으로 꺼리고 차별하기 쉽다.그러나 의사의 눈으로 그들이 앓는 질병이 그들의 삶, 하루하루의 생활을 어떻게 지배하고 영향을 주는지 따라가다 보면 때로 마음이 아프고, 때로 감탄도 하게 된다.

이 책을 덮을 때 인간으로 '정상적'이라는 게 대체 뭘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질병은 결국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어떤 상황이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지, 혹은 품고 살아갈지 결정해야만 한다. 결함이나 불운이라 여겨지는 그것조차 내 인생 속에 녹아들고 그 상처가 곧 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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