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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뭐라 소감을 덧붙이는 것이 그저 사족이 될 것 같아
말을 아끼고 싶지만,
이 책을 소개하지 않고 알리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죄'가 될 것만 같다.
내가 국적을 담은 이 사회의 민낯을
이렇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시니컬하게,
정확하게 묘사한 책은 처음이다.
그저 이념적으로 호기롭게 이즘을 설명하거나,
당위성을 내세워 노동문제나 인권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은 많다.
그러나 이렇게 생생하게 노동의 밑바닥에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가운데에서도
인간이고자 하는 한 정신이 이렇게 기록한 책은 보지 못했다.
조지 오웰이 1936년 탄광노동자가 처한 처절한 환경을 고발하기 위해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르포를 썼다지.
그러나 한승태가 이 책을 쓴 것은 작가로서의 그런 식의 일종의 '위장취업'이 아니었다. 아산의 돼지농장에서, 당진의 자동차부품 조립조에서, 진도의 꽃게잡이 배를 전전해야만 하는 자기 이야기를 털어 진솔하게 이 원고를 만들어 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서슴없이 2014년 올해의 책으로 꼽겠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했다.
나의 위선과 가식, 나아가 내가 발딛고 사는 사회의 위선과 가식을
직시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고통만 따랐던 것은 아니다. 작가의 시니컬한 유머감각은 지금 유럽과 영미권, 우리나라까지 베스트셀러를 보장하는 알랭 드 보통을 뺨칠 만큼 매력적이었다.
마지막 장 '퀴닝 Quenning'을 덮으며
한승태가 거쳐 온 그 참혹한 현장과 그가 만난 "과소평가 된" 성실한 노동자들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 있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그들이 목숨을 부지하면서도,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이윤만 짜내고 사람을 돼지 똥보다 하찮게 여기는 세상의 룰부터 달라져야겠지. 그 어떤 노동이라도 사람이 행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모든 노동, 노동자는 존중받아야 한다. 푸대접받고 모욕을 당해도 되는 노동은 없다.
덧붙여 진정 한승태 작가가 이 책에 묘사된 그 험난한 노동의 끝 혹은 와중에 '작가'로서 전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떤 장르라도 그가 쓴다면 정말 대단한 책이 나올 거라는 예감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