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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노우맨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몇 해 전부터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추리소설, 공포 장르 쪽으로 자연스레 손이 간다. 처음 공포물에 눈 뜨게 한 것은 일본 작가들 덕분이다.
스티븐 킹이 아무리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라 해도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인지 머리끝이 쭈뼛 서는 그런 경험은 많지 않았다.
공포란 매우 원초적 감정이기 때문에
문화권을 초월하여 어느 나라 독자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공포를 느끼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매우 미묘하고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하고 그 공포의 실체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포감의 크기는 달라진다. 문화역사적 경험이나 영적 DNA의 차이가 공포, 스릴러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일례로 우리는 미국의 총기살해나 연쇄살인범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에 그다지 몰입하지 못한다. 13일의 금요일이나 스크림 시리즈를 보며 무섭기는 해도, 어릴적 TV에서 본 전설의 고향이나 링 시리즈만큼 한참동안 화장실에 혼자 가지 못하는 후유증을 겪지는 않는다.
반대로 서양인들은 귀신이나 원한에 사로잡힌 영적 존재가 복수를 한다는 설정에 갸우뚱한다.
내가 근래 읽은 추리소설도 대개 일본작가, 드물게 한국작가의 작품들이다.
기시 유스케는 공감능력이 없는 비정한 살인마, 싸이코패스에 집중하는 작가로 '검은집' '악의 교전' 등으로 한국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두터운 팬층을 만들었다.
'추리작가'라고 분류하기는 좀 편협한, 그만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대담하고 두터운 작품을 쓰는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낙원' '모방범',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에도시대의 음산하고 신비한 '미야베 월드' 시리즈 물 등도 한여름에 만나기 좋은 작품이다.
현직 의사이면서 정력적으로 메디컬스릴러를 쏟아내는 작가 가이도 다케루 책은 어느 것부터 시작해도 후회없을 것이다. 손에 잡는 순간 결말이 궁금해서 어떻게든 끝까지 읽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과 속도는 웬만한 미드 뺨친다.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 셜록홈즈 '설홍주'의 활약이 눈부신 <경성탐정록>도 강추.
2014년 올해 읽는 스릴러는 3권.
프랑스 작가 프랑크 틸리에의 <현기증> <죽은자들의 방>과
노르웨이의 요네스 뵈 <스노우 맨>.
신간소개에서 정보를 접하고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 읽게 된 <현기증>. 충격적인 설정과 숨막히는 진행으로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탁월한 솜씨에 진심으로 박수를 쳤다.
그의 전작들을 찾아읽으리라 마음 먹고 데뷰작 <죽은 자들의 방>을 보았다. 현기증과 죽은 자들의 방은 완성도의 격차가 너무 커서 조금 놀랐다. 다니던 IT 회사를 때려 치우고 전업작가로 몰입한 결과가 이토록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냐.
(그러하다면 언제나 작가가 본업이었던 나는 왜 급성장하지 못하고 늘 제자리란 말이냐. 출판사의 지원과 편집자의 열렬한 후원이 없어서일까? 뭐지? 뭐지?)
요네스 뵈는 책광고로 많이 노출되어, 언젠가 한번은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작품이었다. 청소년기에 <권장도서 목록>에 있는 클래식들이 읽어 보기도 전에 식상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역시 책은 내가 읽고 나서야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책에 대한 인상, 선입견, 명망가가 쓴 서평... 이런 것은 참고는 배심원에 불과하다. 책과 만나는 것은 나이고 책이 펼쳐 놓은 세계 속에서 배회하고 상상하고 경험하는 것은 나다.
<스노우맨> 한 권을 읽고 나니 요네스 뵈는 이름과 인기에 값하는 작가가 맞다,는 게 내 생각이다.
홀레 형사가 주인공인 시리즈물을 앞뒤로 다 읽고 싶어졌다.
190센티에 깡마르고 못생겼다고 묘사된 고독한 알콜중독자 홀레형사는 분명 작가 자신이 다분히 투영되었을 것이다. 작품도 그렇거니, 책날개의 작가이력만 읽어도 그렇고... 아주 매력적인 작가다.
한국에서 찍은 인터뷰 동영상을 보니 역시 '뭔가' 있다.
매력이라는 건 사람의 '깊이'와도 관계가 있다.
매력있는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는
매력적인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다.
깊이 있는 사람일 확률도 매우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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