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미아 푸른숲 어린이 문학 5
김기정 지음, 이상규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목록에 올랐다가

이야기밥을 통한 이재복 평론가의 문제제기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품 "바나나가 뭐예유."

부끄럽게도 난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

그 논란의 작가 김기정의 다른 작품 "네버랜드 미아"를

어제 지하철 속에서 읽긴 했다.


발랄하고 유쾌한 풍자라는 호평과

풍자의 화살이 부족절한 대상에게 가 있는 작품이다라는 혹평, (이것은 '바나나가 뭐예유'에만

해당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양극단에 서서 말들이 많았던 작품의 작가라는 것이 조금 이해되었다.

 

마치 채인선의 동화들처럼 신나게 내달리는 줄거리의 힘은 있다.

문장이 읽히는 속도, 사건이 전개되는 속도는

우리나라 작품들에서 흔치 않게 빠르고 흥미롭다.

그러나 그렇게 치달아간 사건이 다다른 종점에는 공감하기 힘든

생뚱맞은 진실이 있다.


이 작품 네버랜드 미아의 경우에 작품의 도입에선,

옛이야기의 도입부를 차용하여 독자를 빨아들인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걸작 환타지 "미오, 나의 미오"를 연상시키기기도 한다.

(엄밀하게 말해서는 미오보다 한참 허술한 서두이긴하지만,

제대로된 환타지의 냄새, 적어도 그 향기라도 풍긴다는 점에선 반가왔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넘어들어간 환타지 세계가 뭐란 말인가?

한참을 즐기고, 성찰없는 쾌락에 빠지게 해놓고는

후반부에서 극단적이고 사악한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간다.

게다가 거기에 어설픈 에필로그를 덧붙여서

이야기 전체에 아우라를 덮어 씌우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유명 배우가 나오고 활영이나 무대미술 등은 흠잡을 데가 없지만 시나리오가 허술한 한국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세련되고 매끄럽지만 정작 서사의 뼈대는 엉성하고 아귀가 맞지 않는...


린드그렌이나 로알드 달처럼 도덕과 사회를

가벼웁게 내던져 버리고 완전히 자아에 몰두하는 인간형을 그리지 못할 바에는

주인공을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는 네버랜드"에 남겨두지 말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이 작품을 '어린이들에게 권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말릴 생각까지는 없지만

작품성의 순위를 매기는 자리에서라면 나 역시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작가의 다른 작품 "바나나가 뭐예유"와 "해를 삼킨 아이들"을 곧 사서 볼 작정이다.

도전받는 마음으로 읽어 보고 싶다.

주먹 쥐고 앙다물고 시비를 거는 작품을 사실 나는 좋아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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